인력 없어서 골병나는데...“경영권이라 논의 불가”
산재 만연한 일터 방치하는 교육감·정권 규탄한다
미개최 방지 위한 ‘공동위원장’마저 거부하는 사측

대구교육청이 올해 산보위를 단 한번도 열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일하다. 노동자들은 “강은희 교육감이 산안법을 위반했다”며 대구노동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구학비연대회의는 19일,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대구학비연대회의는 19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개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구학비연대회의는 19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개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와 시행령에 따르면, (현업)50인 이상 (공공)사업장은 안전·보건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근로자-사용자위원 동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에 따라 분기에 1회, 즉 일년에 4번 이상은 회의를 열어야 한다. 대구교육청 경우 2021년 구성된 이래 분기마다 1번 이상 회의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10월이 되도록 단 한번도 개최하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하는 ‘학교급식실 조리원 배치기준 논의 협의체 구성’ ‘학교 화장실 연 1회 전문업체 위탁 청소 논의’ 등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안건 합의가 돼야 열겠다는 논리다. “인력이 없어서 골병이 난다”는 현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인사권 사항이며 산업안전보건과 무관하다’며 일축하고 있다.

 

대구학비연대회의는 19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개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구학비연대회의는 19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미개최 고발장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급식노동자 1명이 공공기관 2배가 넘는 150인분 밥을 짓고, 청소노동자 1명이 전교 수십개 변기의 묵은 때를 벗기느라 골병에 들고 있다. 인력이 없어서 다치는 산재가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설령 교육청의 주장대로 경영권·인사권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산보위 본회의에서 찬반투표로 따져볼 일이지 상정 자체를 막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교육청은 세차례나 열리지 못한 산보위 회의를 한차례로 갈음하자는 주장을 펴고있다. 지난 3월, 위원 임기(2년) 만료 후 재선출이 6월에 이뤄졌는데, 이를 핑계삼아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노조 측은 “선출이 늦어졌든 아니든, 교육청 의지의 문제다. 만약 한 달에 한 차례 씩만 회의를 열었어도, 벌써 4번 이상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정경희 지부장은 “새로운 걸 적용하지는 못해도, 적어도 있는 법은 지켜야 한다. 지금 일선 현장 노동자들 기본 전치 8주에서 20주 진단을 받고 있다. 이것을 멈추고 예방하자고 산보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것 아닌가. 매번 창피하게 노동청을 끼고, 고발장을 받아야만 대화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산보위 열 수 있도록 성실하게 협의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정아 사무처장은 “강은희 교육감 뿐만 아니라 정권 자체가 죽음의 일터를 방치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3년 더 연장하겠다고 한다. 산재 심의위원회 관련 시행령을 바꿔서 노총을 위원회에서 배제하려 들고 있다”며 “산업안전을 철저히 지키고, 산재를 어떻게 줄일지 노동자와 협의해야 함에도 무시하고만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윤순 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윤순 교육공무직본부 대구지부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윤순 지부장은 “학교 현장이 안전한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야 할 대구교육청은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급식실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그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지만 전혀 듣지 않고 있다. 산재없는 안전한 일터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혜진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정혜진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구시 교육청은 얼마나 더 쓰러지고 다쳐야,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한 일터를 위해 제 역할을 할 것인가. 이번 고발장 접수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해야 할 역할과 중요성을 깨닫고, 하루빨리 본회의를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대구교육청 1기 산보위 때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소집 및 안건상정 권한 등을 가지는 위원장은 사용자 측이 맡고 있다. 위원회는 현업직군이 아닌 간부 등은 참관조차 할 수 없도록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위원 재선출 등 과정에서 ‘노사 공동위원장’ 등을 요구해왔으나 사측은 이를 투표에 부치기 위한 안건상정 자체를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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