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300여명 간부 참여 정책대회 개최
교내 비정규직 차별 문제 적극 문제 제기하며 교육 주체로 우뚝
임단협 넘어 정치노동운동으로, 비정규직노조의 모범되자 결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2023 학비정책대회를 개최했다.

국내 비정규직노조 중 최대 규모인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가 지난 21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노조 설립 후 최초로 정책대회를 개최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번 정책대회를 통해 현안투쟁 위주 운동을 넘어 노동조합 정치활동의 모범을 창출하자고 결의했다.

설립 12년차인 학비노조는 조합원 5만5천 규모로 국내 비정규직노조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23년 예술강사노조, 방과후강사노조와 병합하며 100여개가 넘는 교내 비정규직종 전체를 대표하는 노조로 발돋움했다. 이번 정책대회에는 노조 지회장, 분회장 등 간부 300여명이 참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학비노조의 정책대회는 학교 현장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삶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도모하는 의미 있는 길”이라며 축사를 보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역시 축사를 통해 저임금, 고강도 노동으로 처참했던 노동 현장에서 학비노조가 투쟁해 온 역사를 돌이켜 보며 교육의 주체로서 힘차게 걸어나가기를 기원했다. 또한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하주희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대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박형대 전라남도 도의원 등이 영상으로 응원과 격려를 전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이 정책대회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은 노조 7기 출범을 준비하는 지금이 지난 공과에 대한 객관적 평가, 혁신과제를 찾는데 적기라며 이번 정책대회가 그 고민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비정규직 차별에 무관심한 윤석열 정권과 지방 교육감들, 지방교육예산 삭감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학비노조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속에서 투쟁하며 성장했듯 지금 정세도 돌파할 것”이라며 “더 커진 ‘학비’ 나무를 지탱할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하자”고 다짐했다.

이어 학비노조에 대한 객관적 진단, 과제를 제시하는 강의가 시작됐다. 박성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학비노조 간부 469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4일~10월 6일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와 면접교사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박성국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학비노조 조직진단 연구 중간 발표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학비노조 간부 대다수는 본조, 지부 간부들의 헌신적인 활동을 인정하고 있었으며 (긍정 응답 79.5%), 조직 운영 역시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조직내 주체간 협의 긍정 74.2%, 인권존중 긍정 69.1%, 자유로운 의견 개진 긍정 66,1%) 반면 간부활동 만족도는 41.2%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면접조사 결과 학비노조 간부들이 느끼는 어려움에는 다양한 비정규직 직종을 포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휘상의 어려움, 신규 노조간부 부족 등이 꼽혔다. 복수노조 경쟁으로 인한 간부 역량 소진, 비정규직을 소외시키는 정부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 역시 위협 요인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위원은 조직 기본체계 완성과 노조 간 통합, 간부 아카데미 신설 등 간부 강화사업 추진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한국 비정규직 운동 속 학비노조 설립과 성장이 가진 의의를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노동운동 중심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학비노조는 학교내 모든 비정규직을 포괄하며 조합원 수 5만5천, 간부 6천 명 규모로 성장하며 비정규직투쟁 최전선에 서 왔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이 학교 비정규직 운동의 의미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학교내 비정규직 10만 명에 적용되는 최대규모 단체협약 체결, 한국 산별운동의 모델 제시 등 학비노조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런 성과를 만든 바탕으로 학비노조의 간부체계, 실천단교육 등 왕성한 간부사업을 꼽았다.

단, 지난 학비노조의 활동이 임금단체협상 교섭과 현안 투쟁 위주로 진행된 것과 노조 내 직종간 이해 난립 상황을 제한점으로 지적했다. 김 원장은 노동조합의 힘이 커질수록 경제적 현안을 넘어 정치활동과 연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학비노조 10년의 과제로 “세상을 바꾸는 집권 노동운동 전략을 명확히 세울 것”을 주문했다.

민태호 학비노조 경기지부 교육위원장이 차세대 간부 육성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민태호 학비노조 경기지부 교육위원장은 차세대 간부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비노조 조합원의 연령 비율이 3,40대 42.1%, 50대 40.8%임에도 간부 연령대는 50대가 대다수인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 노조 설립 당시 핵심간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50대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민 교육위원장은 “50대 간부들이 다음 세대 간부를 육성 해야 하는 중요한 입장, 학비노조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다음 세대 교육에 꾸준히 정성을 기울이자”고 요청했다.

이종수 경영학박사가 교육공무직 임금체계 개편 쟁점을 해설하고 있다.

두 번째 포럼에서는 학교비정규직이 공정한 임금을 받기 위해 어떻게 임금체계를 바꿔야 할지 외부 전문가 강의가 진행됐다. 이종수 경영학박사 (공무직위원회 전문가의원)는 교육공무직 임금체계 개편 쟁점을 해설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동향을 해설했다. 또한 직무급체계의 기준이 미비한 한국 사회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할시 나타날 수 있는 쟁점도 설명했다.

전종근 서울북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이 노사 상생 발전을 위한 교섭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전종근 서울북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은 5년간 학비노조와 노사협력을 해온 당사자로서 교섭에 임하는 교육청 입장을 설명하는 한편, 노사 상생 발전을 위한 교섭 방향을 제시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사이 합의 도출의 어려움, 교섭을 맡는 대표교육감이 매해 바뀌면서 전문성이 결여되는 문제 등 교육청 내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단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는 개별교섭보다 산별교섭에 임하는 것이 더 유리한 입장에서 사측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독일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독일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의 공공부분 임금체계 개편과 산별 교섭 사례와 한국적 함의를 소개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 일부가 적용하고 있는 직무급이 직무급의 사회적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며 독일 사별체제의 직무급을 ‘사회적 직무급’으로 따로 칭하자고 제시했다. 독일 직무급의 특징을 임금 결정의 주체가 기업 밖에 있음, 적용 대상이 초기업적, 저임금 노동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 규정짓고 한국의 학교 비정규직 역시 이러한 사례를 활용해 새로운 임금체계 틀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강의 후 학비노조 간부들이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정책대회에 참가한 노조 간부들은 강의가 끝날 때마다 열띤 질문을 하며 호응했다. 직종별 현안에 강의 내용을 어떻게 적용할지, 직무급이 한국에서 저임금노동을 막는 제도로 쓰일 수 있을지,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부 정책 변화로 인해 수가 감소하고 있는 직종의 지부 유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대회 참가자들이 의제별 토론의 장에서 의제별 현안을 토론하고 있다.

노조는 이어 직종에 따라 의제를 나누어 의제별 토론의장을 마련했다.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학교급식의 방향 토크콘서트 ▲교무행정의 슬기로운 학교생활 - 교무, 교무행정, 과학, 전산, 행정, 구육성회 ▲보이지 않는 교육노동자 - 학교 내 돌봄, 보육, 지원도 교육이다 ▲교육복지사와 전문상담사의 오늘과 내일 - 교육공동체의 튼튼한 다리 ▲학교비정규직 교육노동자가 함께하는 강사직종 의제 토론회 ▲필수노동 인정을 위한 청소‧당직‧시설 노동자의 힘다지기 6개 의제로 나누어진 토론장에서 직종 간 현안을 나눴다.

학비노조는 이번 정책대회를 기점으로 지난 12년의 투쟁을 돌아보고 앞으로 10년의 과제를 도출했다. 학비노조의 발전은 물론 비정규직 노동운동 방향 제시,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없는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학교현장에서 교육의 주체가 되자고 결의했다.

정책대회 참가자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대회 포럼 발제자들이 질문을 받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제별 토론 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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