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매출. 오픈마켓 급부상...유통산업현장 급속 변화
제도는 변화 못 따라가고 기업별 노조로는 대응 한계
전체 유통노동자 대표하는 산업노조 출범, 토론회서 5대 투쟁의제 발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소속 노조들이 전 유통노동자를 대표할 산별노조로 뭉쳤다. 코로나 팬데믹 후 유통산업변화의 급변, 노동권 침해를 기업별 노조 형태로는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들은 유통산업노조 5대 투쟁의제를 발표하고 전 유통노동자 조직에 힘을 싣기로 결의했다.

유통산업노조 출범 총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통산업노조 출범 총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마트노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와 동원F&B노조, 농협유통노조 등 다양한 유통기업 노조가 소속된 조직이다. 이들 유통분과는 21년 2월부터 다회차에 걸친 토론, 공통의제 투쟁을 거쳐 유통산별노조 설립을 준비해 왔다. 2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유통산업노조 출범 총회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이어 오후 3시부터는 출범 기념 토론회를 개최해 유통산업 현황과 그에 따른 노조의 과제, 유통산업노조 5대 투쟁의제와 4년 계획을 발표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유통산업노조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유통산업노조 출범을 축하하고 있다.

“정권의 노동 탄압에 맞서는 한 축은 산별노조입니다. 이미 민주노총 93%가 산별노조로 전환돼 있습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총회 인사말을 통해 산별노조 전환 당위성을 역설했다. 또 서비스연맹 중앙도 유통산업노조가 힘있게 자리잡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동호 유통산업노조 위원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호 유통산업노조 위원장이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총회에서는 투표를 통해 유통산업노조 위원장에 이동호 농협유통노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에 강진명 동원F&B 위원장, 사무처장에 강우철 마트산노조 위원장이 선출됐다. 이동호 위원장과 강진명 수석부위원장, 강우철 사무처장은 새로 출범한 유통산업노조가 자리 잡고 모든 유통노동자들이 단결하도록 지혜를 모아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새로 선출된 유통산업노조 임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새로 선출된 유통산업노조 임원들이 인사하고 있다.

서비스연맹에서 먼저 산별노조를 출범시킨 관광레저산업노조 최대근 위원장도 축사를 건넸다. 최대근 위원장은 “산별노조 전환 후 투쟁의 목표, 과정, 조합원의 자세가 질적으로 달라졌다”며 유통산업노조의 출범을 축하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이 유통산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이 유통산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회는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사회로 진행됐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코로나 팬데믹과 4차산업혁명으로 유통산업에서 온라인 유통과 배송의 중요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점, 그에 따라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수입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통산업 취업자 수도 2016년에 비해 40여만명 줄어들었다. (23년 9월 기준) 특히 매장 판매 종사자 수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김 원장은 이런 기술, 소비 트랜드, 유통 방식의 변화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노동 착취를 빚어낸다며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통산업노조의 주요 과제로 온라인화에 따른 고용불안정, 고강도 노동에 대한 대응, 판매/영업직 직무분석, 노동가치 인정, 새벽배송 등 사각지대 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이 유통노동자 산업재해와 노동환경 관련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이 유통노동자 산업재해와 노동환경 관련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혜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유통노동자들이 처하게 되는 다양한 산업재해와 질병 현황과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 소장은 “21년 유통업계 종사자 중 산업재해 요양자 수 20,569명, 요양 재해율 0.63%”라는 수치를 제시하며 이 수치가 전체 기타 사업 재해율 0.41보다 낮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유통노동자들이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저임금, 장시간 야간노동, 불안정한 노동시간, 주말휴식권 침해가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음도 강조했다. 유통산업노조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휴무제 확장,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 강화를 적극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이 유통산업노조 투쟁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이 유통산업노조 투쟁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유통산업노조 5대 투쟁의제를 발표했다. 유통산업노조는 향후 ▲온라인 유통업 좋은 일자리 확산 ▲유통노동자 주말 휴식권 보장 ▲원청교섭권 쟁취 ▲유통업 야간노동 근절 ▲감정노동 폐해 근절을 중심 의제로 삼아 유통노동자 전체를 위한 싸움을 해 나갈 예정이다.

또 2024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의 유통산업노조 교섭투쟁 로드맵도 발표됐다. 유통산업노조 주요 전략을 24년 총선 등 정치 지형 변동과 연계하고, 노조와 대정부 대화채널 마련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다양한 유통산업 현장의 노동실태가 발표됐다. 강우철 유통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으로서 대형마트에 그나마 보장되던 주말휴식권이 침해받고 있는 실태를 알렸다. 온라인판매량이 급증하자 대형마트는 온라인 배송 노동자를 특수고용 노동자로 계약해 착취하고,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노동자들마저 온라인 배송 물품 준비를 위해 노동강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사무처장은 “마트노동자들은 오늘은 마감근무, 내일은 오픈근무를 하며 불규칙 노동에도 시달리고 있다”면서 온전한 주말휴식권 보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호 유통산업노조 위원장은 농수산물 판매를 주로 하는 농협 하나로마트에 어떻게 약탈적 자본주의가 침투됐는지 알렸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저희의 최종 주주인 농민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신선하게 판매하는 것을 사회적 책무라 여기고 새벽배송을 감내해 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자부심은 모회사 농협경제지주의 구매권 강탈로 산산이 부서졌다. 구매권을 강탈당한 하나로마트는 어떤 물품을 얼마에 판매할지 전부 농협경제지주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이 위원장은 “농협유통은 모회사 적자를 메꾸는 데 이용당하고 있다, 농협은 사회적 시선에 민감한 조직인데도 약탈적 자본주의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상미 엘코잉크노조 위원장이 면세점의 심각한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알리고 있다.
최상미 엘코잉크노조 위원장이 면세점의 심각한 인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알리고 있다.

최상미 엘코잉크노조 위원장은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노동인력 수급이 멈추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 기간 비행기가 멈추자 직원들 대다수를 해고한 사측이 엔데믹 후에도 저임금, 최소인원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1인 근무를 강요하는 사측 때문에 직원들은 식사 시간도 확보 못하고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노동하고 있다, 사측은 다른 회사 소속인 옆 매장 직원과 쉐어해 식사를 하라는데, 옆 매장도 1인 근무인 상황”이라며 실정을 알렸다. 또 “팬데믹과 같은 초기업적 상황에 맞서 기업별 노조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유통산업노조 출범을 환영했다.

임수환 이랜드노조 부위원장은 아울렛 3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 현장 상황을 알렸다. 임 부위원장은 이랜드에서는 계약서상 업무 범위가 한정되지 않아 매니저가 비식품, 생식품 등으로 직무 범위가 사측 임의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 강도가 증가하는 업무를 맡기면서 근무 인원을 계속 축소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노조에서는 적정 근무 인원과 급여 산정 기준을 정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음을 알렸다.

유통산업노조는 다가올 24년 유통의제에 대한 공동대응, 교섭 공동목표 설정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후 산별노조 교섭목표 제시,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해 최종적으로 노정간 대화채널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범 총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범 총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범 총회에서 유통산업노조 임원 선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출범 총회에서 유통산업노조 임원 선거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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