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 지난 10월 '청년 취업 박람회' 열어
청년조합원모임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한 박람회 …
건설노조가 나서서 청년 고용, 건설노동자 이미지 개선 위해 힘써야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이번 취업박람회를 준비한 청년조합원들의 사진.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이번 취업박람회를 준비한 청년조합원들의 사진.

올 한 해, 건설 현장에서는 노조 탄압의 광풍이 몰아쳤다. 대통령마저 나서서 ‘건폭몰이’를 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기능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갔고, 불법 고용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탄압 이후, 건설사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의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청년, 여성 등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노동자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노동자 평균연령이 53.1세(건설근로자공제회)로, 전 산업 평균인 46.8세(대한상공회의소)보다 훨씬 고령화가 심각한 산업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 정부, 노동조합 모두가 건설현장이 늙어간다며 청년이 필요하다고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불법다단계하도급이 판치는 건설 현장에서 ‘청년 고용 증진’은 빛 좋은 개살구 신세다.

그러한 가운데 부산 지역에서 청년 건설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또래 청년들에게 건설현장에 대해 소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10월 7~8일, 양일간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지부장 석현수)가 개최한 ‘청년 취업 박람회’다.

살면서 이런 행사는 해본 적이 없어서 …

KTX 3시간을 타고 내려간 부산. 박람회 장소인 지부 회의실에 들어가니 아침부터 박람회 준비에 분주하다. 전체 책상을 들어내고 상담 부스 및 영상 상영관을 설치하는 손길이 바빠보였다. 건설 현장의 직종들을 소개하는 영상은 청년 조합원들이 일하는 틈틈 직접 찍고 편집한 영상이라고 한다.

이번 박람회는 부울경건설지부의 청년 조합원 모임인 ‘늘품청’에서 6개월에 걸쳐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 그 늘품청의 대표이자 지금도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는 김한 조합원은 “살면서 이런 행사는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구성하고 준비해야할지 잘 몰라서요. 엄청 힘들었습니다”라며 노동조합 행사가 이렇게 준비하기 어려웠는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일 마치면 보통 쉬는데 계속 고민하고 신경쓰는 게 힘들었습니다.”

현장 일만 해온 청년 조합원도, 노동조합으로서도 취업박람회라는 행사는 낯설기 마련. 그래도 이번 박람회를 준비하게 된 배경을 김한 조합원에게 물어봤다. “자꾸 현장의 선배님들은 고령화돼서. 고민은 됐었는데, 지부에서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박람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건설 일 힘들죠. 그래도 현장에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같이 땀 흘려 돈 벌어가면 좋을 거 같아서 (취업박람회를) 시작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 간단한 브리핑을 진행하는 청년조합원들의 모습.
행사 시작 전 간단한 브리핑을 진행하는 청년조합원들의 모습.

건설 현장 5개 직종, 직접 상담 진행해

이번 박람회에 소개된 건설 현장 일자리는 형틀목수, 타설, 비계, 철근, 내장 등 총 5개 직종. 이에 맞춰 설치된 5개의 테이블에는 청년 조합원들이 앉아 직접 여러 상담을 해주었다. 찾아온 손님들의 대부분은 건설 현장 일이 얼마나 힘든지, 노동시간이나 임금은 얼마나 되는지 질문을 던졌다. 청년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쓰던 공구까지 갖고 와서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다.

“너무 이른 시간에 출근하다 보니 못 일어나기도 하고. 처음 적응하기 어렵기는 합니다. 그래도 적응만 하면 안정적으로 임금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좀 많이 힘들긴 합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보면 또래들 중에서는 저만큼 남부럽지 않게 버는 친구들이 없어요.” 박람회를 준비한 청년 조합원들의 말이다. 이들은 건설 현장이 처음 적응하기는 어렵지만, 적응만 하면 상당히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라 입을 모아 말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노가다’가 아니다! 노조가 나서서 시선을 바꿔줬으면 …

다만 ‘노가다’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인식이 청년들의 건설 현장 취업을 가로막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상담에 열을 올리던 한 청년 철근 조합원은 “취업하기 힘들다 하는 친구들한테 건설 현장 와보라고 얘기해도 잘 안 오려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년 조합원들은 입을 모아 이런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건설 현장에 청년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 말했다. 내장 일을 한다는 한 청년 조합원은 “건설에 대한 이미지부터 바꿔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노가다’라는 말도 정해진 일 없이 막일 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 이미지부터 없애는 걸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월, 건설노조가 만 39세 미만 조합원 8,8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에 달하는 청년 건설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건설현장에 들어오게 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설문조사에 답한 이들 대부분은 노동조합 덕분에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일할 수 있다”든가, “처우를 개선시켜주며 노가다가 아닌 건설인 취급을 받게 해준다”고 답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 건설노동자가 현장 일자리에 관해 직접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취업박람회를 준비한 부울경 지역의 청년조합원들 역시 건설노조가 앞장서서 사회적 인식을 바꿔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7년 경력의 타설노동자라 밝힌 30대 청년 조합원은 노조 활동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면서 “옛날처럼 ‘노가다’가 아니라, 그냥 건설 직종에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건설노동자가 될 수 있도록,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가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앞으로도 청년 고용을 위해 힘써가야

청년들이 직접 준비했던 이번 취업 박람회는 이틀 동안 진행됐다. 비록 기대만큼 많은 이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이런 단발성 행사로 당장 내일부터 청년들이 건설 현장에 우르르 몰려오지도 않을 테다. 그래도 부울경건설지부의 청년 건설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준비한 행사라 의미가 깊었다며 웃어 보였다.

건설노조는 부울경 지역 외에도 전국의 지역지부들이 앞장서서 청년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해 싸우고, 또 각종 역사기행, 수련회 등 청년조합원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비록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런 작은 시도들이 하나둘씩 쌓여가면서 건설 현장의 청년 고용도, 건설 산업의 미래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지난 10월 7~8일, 부산울산경남건설지부는 '청년 취업 박람회'를 열었다. 이번 행사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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