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폐암 산재 불승인...이유는 "경력 10년 넘어야"
폐암 산재 고통 외면한 근로복지공단, 노동부
학비노조 대구, "공단은 불승인 철회하고 신속하게 지원하라!"

13일 10시 30분 대구노동청, 학비노조 대구지부 주최로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불승인 규탄 및 재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3일 10시 30분 대구노동청, 학비노조 대구지부 주최로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산재 불승인 규탄 및 재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에 걸리고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불승인을 받았다. 업무 경력이 7년 4개월로, 통상 폐암 잠복기인 10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학비노조 대구지부(지부장 정경희)는 재심을 청구하며, 불승인으로 산재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한 근로복지공단을 규탄했다.

중학교 조리실무원인 강O미 조합원은 2014년 기간제 조리원을 시작으로 3식을 급식하는 고교, 음식물 소각처리기 시범학교를 거쳐 최근 중학교 조리실까지 7년 4개월간 급식실에서 일했다. 지난 해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산재를 신청했지만, 지난 9월 산재 불승인을 통보받았다. 허나 전문가들은 잠복기 10년이 폐암 산재승인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 지적했다. 노동조합 역시 “특수한 근무환경이나 식수 인원, 노동 강도 등 가중요인에 대한 조사와 자료취합 없이 근무기간만 고려한 판정”이라며 “이는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죽음의 급실실에서 산재로 노동자가 죽지않게 투쟁하겠다 밝혔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죽음의 급실실에서 산재로 노동자가 죽지않게 투쟁하겠다 밝혔다.

박미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위원장은 ”학비노조는 죽음의 급식실에서 수없이 산재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려내고,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게 대책마련을 끊엄없이 요구했지만 그 누구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10년 이하의 경력의 폐암 산재 노동자 16명중 5명이 불승이 됐다고 밝혀졌다. 단지 10년이라는 기준만으로 나온 판정이다. 학비노조 17개지부는 이 문제를 간과하지 않고 기자회견 등 투쟁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은 아이들 밥하다 급식노동자가 폐암 산재로 죽지 않게, 승리하는 투쟁만들겠다.”라고 결의했다.

강O미 조합원은 하루 빨리 조리실 환경이 개선돼 급식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강O미 조합원은 하루 빨리 조리실 환경이 개선돼 급식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강O미 조합원은 “9개월간 근무한 고등학교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었고, 제대로 된 환기시설도, 창문도 없어 오후면 머리가 아프고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2016년 근무한 고등학교는 음식물 소각 처리기 시범학교였는데, 조리실과 가까운 곳에 설치돼 있어 아침이면 기계 주변이 유독가스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빨리 조리실 환경이 개선돼 동료들이 건강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나서줄 것과 재심청구에 함께해준 분들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재심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조합원은 식수인원 1,000명이 넘는 큰 규모의 학교에서만 근무했다. 보통의 급식실 노동자에 비해 더 많은 조리흄, 오븐세제의 유독성, 음식물 소각에서 나오는 유독가스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학비노조 대구지부 정책국장이 최민 작업환경전문의의 발언을 대독했다.
이건희 학비노조 대구지부 정책국장이 최민 작업환경전문의의 발언을 대독했다.

이건희 정책국장이 대독한 최민 직업환경전문의 발언문에 따르면 “급식노동자의 폐암은 노조와 당사자의 오랜 투쟁과 노력 끝에서야 업무 관련 질환으로 인정, 예방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이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산재를 승인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빠른 판정 절차를 위해 ‘10년 이상 노출’이라는 기준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10년이하라고 모두 업무 관련성이 기각되어선 안 된다. 이런 경우 관련성을 제대로 살피기 위해 판정위원회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경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 근복공단의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산재판정을 규탄했다.
김진경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 근복공단의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산재판정을 규탄했다.

 김진경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 “근로복지공단의 설립 목적은 근로자(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 예방과 근로자보호이다. 현실의 공단은 산재 판정에 도움은커녕 가로막고 있다.”고 규탄하며 “노동자의 건강권, 안전한 일터를 위해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 낭독하고 재심 신청 당사자와 함께 재심신청서를 접수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 낭독하고 재심 신청 당사자와 함께 재심신청서를 접수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 지부장이 기자회견문 낭독하고, 산재 조합원 당사자와 함께 재심신청서를 접수했다. 학비노조 대구지부는 재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근복의 잘 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급식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 전했다.

기자회견 후 강 조합원은 재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기자회견 후 강 조합원은 재심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한편, 지난 2021년 학교 급식실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폐암으로 투병 중 사망한 노동자가 처음으로 산재가 인정된 후 지난달 기준 전국 113명의 급식실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의 경우 급식실에서 평균 16.7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나 근로복지공단의 판정 기준이 과도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 내 급식노동자의 폐암 확진자는 최소 9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8명이 산재를 신청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8명 중 5명은 산재 승인을 받았고, 2명은 진행 중, 1명은 불승인 결정됐다. 이들 외에도 1명은 신청을 준비 중이다.

* 이 기사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기관지 '대구노동히어로'와 동시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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