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늘봄학교 내년 전국 확대
운영체계 미흡, 돌봄 전용 공간도 없는데...졸속 진행 곳곳 우려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교사, 학부모 모여 긴급토론회 개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시범 1년이 채 되지 않은 늘봄학교를 내년부터 전국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각계각층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늘봄학교 구성원인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한자리에 모으는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가 22일 오후 3시 진행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 주최로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가 22일 오후 3시 진행됐다. 

늘봄학교란 기존의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다양한 학교 안팎 교육자원을 통합해 아동 돌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에서 110대 국정과제로 선포하고 올해부터 5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본래는 순차적으로 확대해 25년 전국 확대를 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8월 이주호 장관은 이를 1년 앞당겨 24년 2학기에는 전국 6000여개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실은 ‘윤석열 정부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소제목으로 <늘봄학교 긴급진단 국회토론회>를 22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초등보육전담사와 방과후강사, 초등교사, 학부모 등 다양한 ‘늘봄학교 당사자’들이 모였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이 인사말로 토론회 취지를 전하고 있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이 인사말로 토론회 취지를 전하고 있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단일한 입장을 내지 못 하면서 늘봄학교가 지금 진통을 겪고 있다”고 현상을 진단했다. “국가책임 공적돌봄 강화라는 당초 취지에 맞춰 늘봄학교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진단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잡아 운영하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토론회를 연 학비노조의 입장”이라며 토론회를 통해 아이와 학부모, 현장 노동자가 모두 행복해지는 늘봄학교를 만들도록 모색하자고 요청했다.

토론회 주 발제는 늘봄학교 추진 현황과 개선점, 도입 전망으로 이뤄졌다.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은 각종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늘봄학교는 취지와 학부모 수요 모두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원장은 “(저출생으로 인해) 19년부터 22년 사이 초등학생 수는 5만 명 이상 줄었으나 (늘봄학교 등) 공적돌봄서비스 이용자 수는 같은 기간 8만 명 이상 증가, 온종일돌봄 희망 비율도 19년 30.2%에서 23년 49.5%”로 늘었다“며 아동 공적돌봄 수요가 늘고 있음을 설명했다.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늘봄학교 진행 현황을 분석해 발제하고 있다.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늘봄학교 진행 현황을 분석해 발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강 원장은 ‘5개 교육청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의 돌봄 공백을 막고 학교 적응을 돕는 에듀케어 집중 지원 프로그램 이용자 수는 계속 감소했다’며 특별교부금 600억원 투자 대비 효과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운영인력이 교사와 돌봄전담사 등 내부인력, 자원봉사자와 외부강사 등 외부인력으로 혼합돼 있는 것도 돌봄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시범 운영에서 확인된 늘봄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 원장은 ▲공적돌봄충족률 목표 최소 30%로 지정, 초등돌봄교실 두 배 이상 확대 ▲기존 방과후학교와의 연계 확대 ▲교내 돌봄전용공간 확대 ▲교육청 직접 운영 돌봄기관 확충 등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놀븜학교 도입 전망과 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놀븜학교 도입 전망과 과제를 발제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돌봄체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늘봄학교 도입 전망과 과제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먼저 “늘봄학교에는 교육, 아동, 노동, 가족정책이 맞물려 있다”며 복합적 성격을 강조했다. 또 상대적 고출산 국가의 정책 성공 요인으로 성평등,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 다문화 수용, 돌봄 투자, 사회적 돌봄인프라 확충 등을 꼽으며 아동 공공돌봄 확충은 ‘정치 진영을 넘어선 아젠다, 시대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늘봄학교의 성공이 초등 저학년 돌봄, 교육격차 해소, 부모일 가정 양립 기여, 아동 복지 향상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한국의 저출생 현상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늘봄학교 필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늘봄학교에 대한 지원, 운영 체계 구축,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늘봄학교 주체인 교사,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의 역할 분담 체계가 필요하다며 정기적인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이어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교사와 학부모, 한국교육개발원 담당자까지 늘봄학교 사업의 주체들이 토론했다.

황순화 초등보육전담사가 초등돌봄전담사에게 과중되는 업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황순화 초등보육전담사가 초등돌봄전담사에게 과중되는 업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황순화 초등보육전담사는 “학교의 역할이 교육복지로 확대되면서 돌봄전담사들은 아동의 인성, 안전, 기본생활습관교육은 물론 보육업무와 학생관리, 운영계획 수립 등 행정 업무까지 과중한 업무에 허덕이고 있다”며 현장 상황을 알렸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초등보육전담사들은 보육교사 2급 이상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인데도 그에 맞는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돌봄에 대한 무시, 최저임금, 공짜노동, 법 제도 미비 등 현장 문제를 지적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 늘봄학교 관련 법안이 없어 문제를 지적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는 것이다.

황 전담사는 “우리는 일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수행 불가능한 과중한 업무 문제를 지적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현재의 돌봄전담사 처우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보편적 공교육 기틀 마련이 어려우리라고 지적했다.

손재광 학비노조 방과후강사 전국분과장이 늘봄학교-방과후강사 연계가 미비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손재광 학비노조 방과후강사 전국분과장이 늘봄학교-방과후강사 연계가 미비한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손재광 학비노조 방과후강사 전국분과장은 기존의 방과후학교가 현 늘봄학교 제도에서 배제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방과후학교 강사로 20만 인력이 있는데도 늘봄학교와 방과후강사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늘봄학교는 인력이 부족하고 방과후강사는 학생을 못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공공 돌봄인 늘봄학교와 달리 수익자 부담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방과후학교가 손쉬운 외주화로 방치되고 있다며 방과후학교가 ‘공교육 정상화’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에도 의문을 표했다.

황수진 인천이음초등학교 교사가 늘봄학교 관리체계 마련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황수진 인천이음초등학교 교사가 늘봄학교 관리체계 마련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황수진 인천이음초등학교 교사는 현 늘봄학교 정책이 학생을 위한 정책이 아닌 ‘여성 노동력 확보에 맞춰진 정책, 철저히 기업과 학부모 편의에 맞춰진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존의 방과후학교, 초등돌봄교실, 틈새 돌봄을 무작위로 섞어 ‘늘봄학교’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늘봄학교는) 학교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일인데도 이를 교원 한 두 명에게 토탈 관리하는 상황”이라며 교사 업무 과중 문제도 언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강사와 돌봄전담사가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명확한 관리체계 마련, 돌봄전담사 자기개발 연수 지원 강화, 학교 폭력‧사고 등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안전 전담사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방과후학교, 돌봄교실조차 온전히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어발식 확장만 거듭한다면 늘봄학교 체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교육부의 늘봄학교 확디 시행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가 교육부의 늘봄학교 확대 시행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배수민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늘봄학교 졸속 확대 문제를 지적했다. “내년에 전국 시행한다는 늘봄학교 업무 전담자는 누구인지, 돌봄 공간은 어떻게 확보할지, 예산은 어떻게 얼마나 마련할지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이 연말이 다가온다”며 교육부의 업무 추진에 불안감을 표했다. 또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오전돌봄, 맞벌이 가정 학생들을 위한 오후돌봄의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면서도 “(정규직 돌봄전담사 부족으로 인한) 비전문인력 주먹구구식 배치, 지역마다 다른 운영기간”등 문제를 지적했다. “지금처럼 임시 인력 담당으로 학생들을 모아 놓기만 해서는 늘봄학교는 파행을 겪을 것이 뻔하다, 일단 지금보다는 좀 천천히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교육부가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돌봄 양극화에 시달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어떻게 협력할까를 생각의 기본으로 놔야 합니다.”

이성회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 중앙지원센터장이 늘봄학교 주체들에게 협력을 당부하고 있다.
이성회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 중앙지원센터장이 늘봄학교 주체들에게 협력을 당부하고 있다.

이성회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 중앙지원센터장은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을 매개한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전했다. 돌봄전담사에게는 “늘봄학교의 실행 주체가 돌봄전담사가 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운영 체제를 짜는데 적극 답볍하고 수요조사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또 현 학교 회계 행정 시스템상 기존 교사와 늘봄학교 담당자의 업무가 완벽히 나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고 ‘담당자들 각기 어떤 협조가 필요한지 정직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더해서 학교 뿐 아니라 지역 돌봄과의 연계가 필수라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법 제도 마련도 이뤄져야 한다고 알렸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학비노조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늘봄학교 주체 간 다양한 입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공공 돌봄 국가책임 실현’과 ‘교육, 돌봄 불평등 해결’을 위해 현행 늘봄학교 졸속 확장보다 운영 체계, 법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학비노조는 토론회에서읜 논의를 확장해 늘봄학교의 원 취지에 맞는 실행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토론회 중 참가자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토론회 중 참가자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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