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그 밖의 징벌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명령은 어떠할까? 근무장소를 사무실에서 집으로 변경한 것이니 전직(전보)명령에 해당할 수 있을까? 만약 전직명령에 해당한다면 위 법조항에 의해 정당한 이유 없는 재택근무명령은 위법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19기간에 많은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행했었다. 코로나 상황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재택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재택근무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일종의 징계수단으로 활용해서 문제가 된 경우가 있다. 다음 사례이다.

사무실에 상주하는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은 작은 회사에서 A 직원을 못마땅하게 여긴 대표는 여러 사유를 들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싸우는 동안 정직기간인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대표는 복직명령을 하지 않고, 갑자기 재택근무 명령을 내렸다. 재택근무명령의 사유는 ‘업무를 방해하거나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부당징계 구제신청의 결과에 따라 다시 복직명령을 할 수 있으니 기다렸으나,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징계라고 판정을 받고 징계사유 모두 인정이 안되었지만 대표는 복직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재택근무 명령을 전직명령이라고 볼 수 있을지 법리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었지만, 대표의 부당한 처사에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제기하는 것 밖에 없었다.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그로 인한 생활상의 불이익은 무엇인지, 당사자와 협의를 거쳤는지를 종합접으로 따져 판단한다. 재택근무였기 때문에 월급도 그대로 받았고 오히려 교통비도 절감되는 등 생활상 경제적 불이익은 없었지만, 정당한 이유없이 집에 갇혀 일을 해야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모욕감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업무상의 필요성과 협의는 없었다. 그냥 대표는 A 직원과 사무실에 출근해서 같이 일하면서 얼굴 보기 싫었던 것이다.

다행히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장소가 사무실로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었고,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근무장소를 자택으로 변경한 점, 정직 2개월의 징계도 부당징계로 판단된 점 등을 이유로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명령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부당징계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고 재심을 신청한 대표였기에, 이번 사건도 인정하지 않고 복직명령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인천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망사건이 발생한 곳과 동일한 업종인 장애인활동지원센터다. 사회복지시설 기관장의 갑질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래 재택근무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도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인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직무에 도입할 수는 없으며, 독립적이면서 개별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거나, 고객과의 대면접촉이 거의 없는 업무에 도입하기 용이하며 생산직과 같이 특정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직무는 적용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지만 코로나 시기에 예방 및 격리 수단으로 많은 기업 또는 공공기관에서 재택근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었다.

올해 10월. 사단법인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 의하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응답자 88%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업무 효율에도 응답자의 70.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이 괴롭힘에 대한 문제도 나타났는데,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유로 똑같은 정규직임에도 추석 상여금을 미지급하고 임금 삭감을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관리를 하고, 퇴근시간 이후에도 업무지시를 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 이는 모두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위 기관의 사례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하면 안되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와 근로계약서 변경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취업규칙 변경도 필요하다. 과도한 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일과 생활의 균형, 업무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함께 높이며 노사 모두 윈윈할 수 있게 활용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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