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올해의 마지막 글은 필자의 전문성을 살려 내년부터 바뀌는 노동 관련 법령에 대한 소개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이렇다 할 획기적인 개편은 없다. 하지만 기존에 개정되었던 법안들이 전면 시행되는 내용들이 몇 가지 있다. 현재 사업장에서 위반사항은 없는지 잘 확인하자.

1. 최저임금 9,860원
매년 새롭게 인상된 최저임금을 소개하지만 올해만큼 우울한 적도 없는 것 같다. 2024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이다. 1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으로 월 2,060,740원이다. 2021년 1.5%이상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다. 올해까지는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의 경우 월 기준금액의 5%, 복리후생비는 1%를 초과하는 금액만 최저임금에 포함할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전액 포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기본급이 200만원이고, 식대가 10만원인 경우, 식대를 모두 포함한 210만원을 최저임금 위반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의 체감은 더 낮을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1만원을 기대했던 노동자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2.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확대
노동계에서 올해 연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를 비롯하여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2021년 1월 법안이 통과되었고,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정치권은 중대재해의 80%가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려는 논의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은 모두에게 평등해야한다. 현재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법안 개악 저지투쟁이 진행 중이다.

3. 주 52시간 적용(30인 미만 사업장)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주52시간제도가 2018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하지만 산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시기를 차등 적용했었고, 30인 미만 사업장에 부여되었던 계도기간이 올해 12. 31.부로 종료된다. 즉 내년부터는 30인 미만 사업장도 주52시간을 준수해야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된지 5년이 넘어가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다. 고용노동부의 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한다.

4. 6+6 부모 육아휴직제 확대 개편
현재 자녀가 생후 12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3개월간 각각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원)를 지급하고 있다. 3+3 육아휴직제라고 불리우는데, 내년부터는 6+6 육아휴직제로 확대 개편된다. 사용가능한 자녀 연령이 생후 18개월로 늘어나고, 지원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2배 늘어난다. 상한액도 300만원에서 450만원까지 늘어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08명으로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한다. 2070년에는 고령인구가 생산인구를 앞지르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는 전망도 있다고 한다. 금전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일·가정 양립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5. 선원법 개정
지난 4월, 여성 선원이 선임 항해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등의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사건이 발생했었다. 현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으나, 선원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의 적용을 받고 현행 선원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내년 1월 25일부터는 선원의 선박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법제화되어, 괴롭힘 금지 및 그에 따른 조치와 관련된 규정이 적용된다. 위계가 분명하고 폐쇄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선원들에게 꼭 필요한 개정이다.

연말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해를 정리하며 새로운 출발을 준비한다. 따뜻한 방에서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또는 농성장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에 맞서던, 자본가들의 탄압에 맞서던 그 내용이 무엇이건 하나 분명한 건,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매년 조금 더 나은 새해를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빌어 연대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내년에는 누구보다 더 웃을 수 있고 따뜻한 한 해를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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