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 2023. 10. 26. 선고 2023카합20150 결정
노란봉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 노조법 2조·3조 개정안 국회 통과 >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른일곱 번째 디톡스는 청소노동자의 청소용역업체에 대한 사측의 선전활동 금지청구 기각결정과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에 대해 풀어드리겠습니다.

디톡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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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용역업체(태가비엠 주식회사)가 청소노동자들이 직장내괴롭힘 등 문제를 제기하며 피켓 및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것의 금지를 청구한 것에 대해서 법원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개선사항을 주장하는 것으로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며 회사의 청구를 일부 기각하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태가비엠에 소속되어 고대안암병원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현장소장의 괴롭힘, 차별, 부당한 배치전환 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회사는 이러한 노동조합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현장소장에 대하여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고대안암병원 새봄지부 및 고대의료원지부는 출근시간을 활용하여 회사의 책임을 규탄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담긴 피켓 등을 들고 노동조합 선전활동을 하였습니다. 한편, 노동조합의 출근시간 선전전 당시 현장관리자와 회사 관계자와 실랑이가 발생하였습니다.

- 현장소장의 차별과 인격적 무시 더 참을 수 없다. 현장소장은 물러가라!

- 공정한 배치전환! 인력충원! 현장보충교섭 시행!

- 관리자 괴롭힘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제대로된 진상조사 실시하라!

- 현장관리자의 업무지휘권 악용 중단! 감시와 괴롭힘 중단하라!

- 차별과 괴롭힘! 부당한 인사조치! 퇴사유도! 해고! 노조활동 방해! 현장소장 교체하라!

- 청소노동자 목소리는 외면! 갈등유발 현장소장만 비호! 사태해결 의지없는 태가비엠 규탄한다!

태가비엠은 노동조합의 위의 표현들을 사용한 시위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한다며, 표현금지 및 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습니다.

이러한 회사의 신청에 대해서 법원은 노동조합의 위와 같은 표현들은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개선사항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크고, ▲근로자들이 개최한 증언대회의 진술에 따르면 현장소장의 괴롭힘과 차별이 존재한다고 볼 여지가 크므로, 관련한 부당징계/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정하였더라도, 근로자들의 피해 진술이 전적으로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노동조합의 유인물 배포나 시위로 인하여 병원의 핵심적인 업무가 중단되거나 혼란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헌법이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고, 노사의 이해대립은 노사대등의 원칙에 입각해 자주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며, 회사의 표현금지 청구에 대한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관리자 및 회사 관계자와의 실랑이가 일부분 발생한 것에 대해서, 법원은 현장관리자 등이 고대안암병원에 출입하는 행위를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하여 회사의 신청을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은 노동조합의 피켓팅 등 표현의 내용에 대해서는 회사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여 소송비용 중 90%는 회사가 부담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 노조법 2조·3조 개정안 국회 통과 >

노조법 2조·3조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이 1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원청과 교섭할 수 없어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소송을 하며 버텨야 했던 하청 노동자들과, 투쟁 이후 무거운 손배·가압류의 짐을 떠안고 삶을 등지는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노동자들의 고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외침에 국회가 드디어 응답한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은 ①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그 범위에 있어서는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안 제2조제2호 후단 신설), ② 노동쟁의의 대상을 현행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확대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안 제2조제5호), ③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안 제3조제2항 신설), ④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안 제3조제3항 신설)을 담고 있습니다. 하청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음을 법률에 명시할 수 있게 된다는 점, ‘합법적’ 노조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나 단체협약의 불이행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 쟁의행위를 한 노조와 조합원 개인에게 무자비한 ‘손배·가압류 폭탄’으로 보복하는 관행이 이어지지 않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성과라 할 것입니다.

다만 한계도 있습니다. 노조법상 ‘근로자’에 대한 정의규정은 개정되지 않아,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소송을 통해 노동자임을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 파업에 대한 손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 조합원 개인에게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분은 통과된 이번 개정안에는 빠져 있습니다.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기 위하여,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입니다.

한편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고용노동부와 사용자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11월 10일, 고용노동부는 “원청 사업주 등은 어떠한 노동조합과 어떠한 내용으로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산업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갈등과 법률분쟁이 폭증할 것”, “법의 테두리를 넘어 실력행사를 일삼는 일부 특정노조에 대한 특혜이자 대다수 노사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마치 사용자단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듯한 자료를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관련 Q&A’라는 제목으로 발표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법안은 그간 대법원 판결이 인정해온 원청의 사용자성, ‘행위자의 기여도에 따른 책임 범위 인정’이라는 원칙을 그대로 옮겨 법률에 명시한 것뿐입니다. 도돌이표처럼 무익한 교섭 요구를 반복해야만 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에 곧바로 교섭요구를 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노·사간 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쟁의행위에 붙은 ‘불법 딱지’로 각종 소송·분쟁을 이어오던 것이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결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에 불과합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안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 시민들의 참여에서 출발한 노란봉투법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도록 끝까지 관심을 갖고 함께 투쟁해야겠습니다.

민주노총 무료노동상담은 ☎1577-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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