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3도2580 판결
판매용역계약 체결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는 판매영업사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다254366 판결 >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른여덟 번째 디톡스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의 대법원 판결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판매영업사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풀어드리겠습니다.

디톡스 로고
디톡스 로고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주) 대표이사 등이 업무상과실치사, 근로자 사망 및 안전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한국서부발전(주) 및 위 회사의 대표이사와 안전보건 총괄책임자 등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지 5년 만에 나온 최종 결론입니다.

이 사건은 검찰이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 등 14명을 기소하며 시작되었습니다. 1심은 지난해 2월, 김 전 대표에게는 무죄를, 한국서부발전 법인에는 벌금 1천만 원을,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는 벌금 1천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7명,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에 대해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되었습니다. 원·하청 임직원들의 안전 조치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서부발전 김 전 대표에 대하여는 “작업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 선고된 원·하청 책임자들의 형량도 대폭 하향 조정되었는데, 특히 한국서부발전 법인, 한국서부발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인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노동자 간의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부정된다고 보고,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이 독자성과 전문성을 갖추고 소속 노동자들을 지휘·명령하였다고 판단, 원청의 책임을 부정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서부발전 김 전 대표 등에 대하여는 사고 당시 컨베이어벨트를 확인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사망사고와 관련한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원청의 발전소에서, 원청이 소유·운영하는 설비를, 원청이 만든 지침에 따라 점검하고, 이를 원청에 보고하여 온 노동자가 감내해야 하는 위험을 통제·관리할 책임이 원청에 있지 않다고 보고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심 법원의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협착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볼 수 있음에도, 원청의 책임을 모조리 지워버린 것입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 기자회견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원청에게 면죄부를 쥐여줘 온 그간의 법원 판결들이 현장 안전에 관한 책임을 하급관리자에게 떠미는 결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 대한 반성적 고려는 찾을 수 없습니다. 원·하청 간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인정하고, 위험한 작업현장을 방치한 데 대한 원청의 고의성을 인정하였어야 함에도, 법원의 관행적 ‘원청불패’ 판결에서 한 발도 더 나아가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보여집니다.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는 판매영업사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 대법원 2023. 10. 12. 선고 2023다254366 판결 >

수입자동차 판매대리점과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는 판매영업사원(이른바 ‘카마스터’)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카마스터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이미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인정된 바 있으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고려할 때, 원고 카마스터가 피고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 6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2019년 6월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

첫째,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을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원고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였으며, 조기퇴근을 할 경우 상사에게 보고하였습니다. 근무태도가 불량할 경우 당직근무 배정에서 제외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원고의 근무장소 역시 피고 회사의 사업장 내 지정된 자리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둘째, 대법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원고는 당직으로 지정된 날에는 피고 회사 사업장 내에서 손님들을 접객하고, 자동차 판매를 하였으며, 외근을 하는 경우에도 활동 내용 등을 사진으로 찍어 지점장이나 피고 회사 대표이사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피고 회사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을 지시하는 취지의 전화를 하고, 고객과 상담을 진행한 내용 등을 카카오톡으로 보낼 것을 요구하였으며, 사업장 내 설치된 CCTV를 보고 원고의 근태, 복장, 사업장 청소상태를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피고 회사가 당직 순번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특정 카마스터를 당직 순번에서 제외시키는 권한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방식을 통하여 이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관리, 감독하며 통제하였음에 주목하였습니다.

셋째, 대법원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이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명함, 명찰, 브랜드 배지, 공용프린터 등을 지급한 점, 원고를 비롯한 카마스터들이 다른 제3자를 고용하여 대신 업무를 하도록 한 사례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였습니다.

넷째, 대법원은 원고에게 지급된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직급에 따라 일정한 기본금이 지급된 점을 고려할 때, 판매 실적에 따라 수당 액수가 일부 달라지는 사정만으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다섯째, 대법원은 피고 회사가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은 피고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한 사정에 불과한바, 이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간 카마스터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문제 된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현대차 카마스터가 제기하였던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1두60687 판결). 이번 대상 판결은, 종전의 위 사건과 사실관계가 상당히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율 등을 서비스 방침이 아닌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체계로 보고, 노무제공에 있어 통제와 제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였기 때문에, 종전 사건과 다른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제공을 위한 일정 규율과 체계가 존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일정한 제재조치가 주어지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무료노동상담은 ☎1577-2260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