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3. 12. 21. 선고 2022누56601 판결>

※ 답답한 노동 현실을 풀어가려면 문제의 원인을 알고 해독할 방법도 찾아야 합니다. 노동법률 디톡스가 해독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서른아홉 번째 디톡스는 ‘타다’ 기사가 쏘카의 근로자임을 확인한 판결에 대해 풀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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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은 2023. 12. 21. 타다 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프리랜서 타다 기사로 근무한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 주식회사 쏘카(이하 ‘원고’라 함)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을 취소하여 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1. 판결의 요지
법원은 먼저 참가인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참가인의 업무 내용이 기본적으로 타다 서비스 운영자가 타다 앱 등에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진 점, ▲ 참가인이 노무 제공 과정에서 타다 앱 등을 통하여 업무수행방식, 근태관리, 복장, 고객응대, 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점, ▲ 근무수락 여부, 근무시간, 근무장소에 관하여 참가인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근무시간 및 장소를 지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이 타다 서비스 운영자에게 있었던 점, 근로제공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되는 점, ▲ 참가인이 제3자를 고용하여 용역을 대행하게 하거나, 노무제공을 통한 추가적인 이윤을 창출하는 등 사업자적 징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 ▲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는 파견 기사와, 참가인과 같은 프리랜서 기사가 수행한 업무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는 점을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러한 다음 원고 회사의 사용자성에 관한 판단으로 나아가,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으로 참가인을 지휘·감독하며 참가인으로부터 근로를 제공받아 온 원고를 참가인의 사용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타다 드라이버 비상태책위 출범 기자회견
타다 드라이버 비상태책위 출범 기자회견

2. 판결의 의의
이 사건에서 원고는 참가인이 프리랜서 기사로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운전용역 제공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하였고, 특정한 날에 운전용역을 제공하도록 원고가 강제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사정이 참가인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핵심 징표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브이씨엔씨가 프리랜서 기사들로부터 배차신청을 받은 후 차량 배차를 확정하는 방식을 취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사실만을 근거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할 최종적인 권한이 참가인에게 있었다고 볼 수 다고 하였습니다. ‘근무신청을 하지 않을 선택권’이 참가인에게 유보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최종적으로는 브이씨엔씨가 참가인에게 타다 차량을 배차해주어야만 노무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바, 진정으로 자발적 선택에 따른 용역 제공을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1심 선고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 기자회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근무하는 통상의 정규직 근로자와 달리 노무제공의 시간과 장소가 사전에 확정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고객의 수요에 따라, 혹은 노무제공자의 형식적인 ‘신청’ 절차를 거쳐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일자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와 같은 호출형 노동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형식적인 ‘선택권’에 집중하기보다, 참가인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보유한 주체가 누구인지, 배차신청을 한 근무시간, 근무일수 등에 따라 처우를 달리하는 등 참가인의 계속적인 운행을 유인한 주체가 누구인지에 주목하였습니다. 결국 참가인에게 근무 여부, 근무시간 등에 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 이를 참가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대상판결은 변화하는 노동 현실을 인식하고,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근로자성 판단 표지에 대한 해석을 보다 유연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복잡다단한 계약구조 뒤에 숨은 ‘진짜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원고는 ‘자동차임대업에 기사를 알선하는 방식’으로 타다 사업의 외관을 형성하여, 여객자동차사업법 위반의 소지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협력업체들이 껴있는 복잡한 계약구조가 형성되었고, 이에 ▲ 인력공급을 담당한 주체(이 사건 헤럴드에이치알과 같은 협력업체)와 ▲ 타다 앱의 개발·운영 및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제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주체(원고의 자회사인 브이씨엔씨), ▲ 그리고 타다 사업의 주체이자 이를 통한 이윤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모두 부담한 주체(원고)가 각기 분리되게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각 주체의 역할을 준별하여, 복잡한 계약구조 뒤에 숨은 진짜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냈습니다. 협력업체는 업무내용도 결정할 수 없고 독자적인 노무관리도 불가한 단순 인력공급업체에 불과하였다는 점, 브이씨엔씨가 타다 앱을 운영하며 시행한 타다 기사에 대한 상당한 지휘·감독은 결국 타다 사업의 주체인 원고를 대행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대상판결은 노무제공관계가 단속적인 시간제 노동자, 호출형 노동자,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모바일 앱)을 활용한 지휘·감독 체계 하에서 노무제공을 하는 노동자들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무료노동상담은 ☎1577-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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