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 ‘노후준비 못 하고 있다’
“25년 일해도 특고라 퇴직금 없어” “소득 적어 국민연금 가입 포기”
노인 빈곤율 1위, 특고·플랫폼노동자 늘어가는 한국, 연금제도 개혁 절실

한국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연금 혜택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노인 빈곤율 OECD 1위, 갈수록 노령층 위기가 고조되는 시기에 특수고용노동자 노후대비 실태를 조사하고 정책대안을 찾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특고(플랫폼)노동자 노후 대책 실태조사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가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 노후 대책 실태조사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가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서비스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은 작년 11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13일간 서비스연맹 내 특수고용 직군 조합원 1,183명을 대상으로 노후 대비 실태 설문,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번 조사 결과를 자세히 발표하는 한편, 특수고용노동자 노후 대비를 위한 정책 대안을 찾는 토론회를 23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비스연맹과 한정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강은미 국회의원(정의당), 강성희 국회의원(진보당)이 공동주최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조사 응답자 네 분 중 한 분은 사실상 노후준비를 못하고 있습니다. 노후준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뭐냐고 물었더니, 역설적이게도 본인이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라고 답합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토론회를 여는 인사말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소외된 탓에 노후 역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당사자들이 국민연금 개선 방향 토론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정애 국회의원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 의원은 고용보험 가입 확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서 국민연금 역시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했다.@서비스연맹
한정애 국회의원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 의원은 고용보험 가입 확대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서 국민연금 역시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했다.@서비스연맹

한정애 국회의원은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오늘 토론회를 특수고용노동자 노후 대책 마련의 시작으로 삼고 나머지 반을 채우는 데 오래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매해 확대되고 있는 지금, 국민연금도 과거 근로계약 형태에만 고집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행정부도 더 열린 마음으로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이 특고(플랫폼) 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이 특고(플랫폼) 노동자 노후대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실태조사 연구 결과 발표는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이 맡았다. 조사결과 설문에 응한 특수고용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67.03%, 이중 87.83%가 납부액 전액을 스스로 부담하는 지역가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고(플랫폼)노동자 국민연금 가입 현황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 국민연금 가입 현황 @서비스연맹

국민연금에 가입한 특수고용노동자의 평균 납부액은 정규직 노동자의 1/3 수준인 11만4천4백원으로 연금수령시 노후보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한편 특수고용노동자 중 연금 미가입자의 주된 사유는 경제적 여력 부족이었으며 이 중 77.54%는 사업장 가입자가 될 수 있다면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다고 답했다. 사업장 가입자는 연금납부액 절반을 사측이 부담한다.

특고(플랫폼)노동자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 미가입 사유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 중 국민연금 미가입자 미가입 사유 @서비스연맹

또 응답자 1,159명(97.97%)가 퇴직금제도가 없거나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가입 사유가 ‘퇴직연금 제도가 없어서’인 응답자는 이중 871명(76.81%)였다. 기초연금에 대해서는 응답자 절반 가량인 643명만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연금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다는 것이 확인됐다. 개인연금 역시 응답자 1/5가량인 255명 만이 가입했다고 응답했다. 대표적 사회보장제도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사회보장제도에 소외되기 때문에 노후 전망 역시 불안정했다. 조사 응답자 중 428명(36.18%)이 ‘가능하면 오래 일하겠다’고 응답했으며 66세~70세까지 일하겠다는 응답자도 29.59%에 달했다.

특고(플랫폼)노동자들이 희망하는 노후생활 시작 나이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들이 희망하는 노후생활 시작 나이 @서비스연맹

도합 2/3 이상이 정년보다 오래 일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노후준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응답자 중 308명(26.04%)이 ‘국민연금이 노후준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답했지만 앞서 살펴봤듯 특수고용노동자는 사회보장제도에서 소외되어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열악한 임금 현실을 볼 때 부동산, 주식 등 개인 자산을 넉넉히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다.

특고(플랫폼)노동자의 노후 준비/불안 정도, 노후 준비 부족과 이로 인한 불안이 매우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의 노후 준비/불안 정도, 노후 준비 부족과 이로 인한 불안이 매우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가 응답한 노후준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가 응답한 노후준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서비스연맹

문제 해결을 위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대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제도’였다.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국민연금 납부액 지원’, ‘국민연금 직장가입 의무화 정책’이 다음 순위로 꼽혔다.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렸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플랫폼노동자 현실에 맞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플랫폼노동자 현실에 맞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국민연금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가입 기간이 중요하다. 플랫폼 노동자 국민연금 가입 유지를 위한 정책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대리운전 노동자의 평균 월 소득이 약 200만원 정도,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14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다보니 노후준비는 전혀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은 고용안정을 위해 ‘고용보험 가입’을 쟁취했지만, 당장 생활고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은 비용부담으로 노조를 원망하기도 한다며, “플랫폼 노동자에게 진짜 실효성 있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이 장기간 노동자로 일해도 연금수령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고노동자 현실을 알리고 있다.@서비스연맹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이 장기간 노동자로 일해도 연금수령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고노동자 현실을 알리고 있다.@서비스연맹

“편의점에서 1년 일해도 받는 퇴직금을 25년 일한 특수고용노동자는 받지 못 합니다.”

박성희 전국학습지산업노조 구몬지부장은 25년째 교원 구몬에서 방문교사로서 일했다. “정규직이었던 우리에게 위탁계약서라는 서류를 작성하게 하고, 갑자기 개인사업자라는 타이틀을 씌웠다. 그때부터 ‘4대 보험도 안 된다, 육아휴직도 없다, 퇴직금도 없다’며 각종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직장가입 전환, 출산·육아기간 보장, 출산 경험 있는 모든 여성에 대한 출산 보상 수당 지급 등 제도 개선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여성이거나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노동 가치를 훼손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후 김혜진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 노호영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 사무관이 관련 전문가로서 토론을 진행했다.

김혜진 연구실장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사회적 보장제도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걸 막기 위해 소득이 급감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거나 사업장 가입 전환 우선 순위 대상으로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플랫폼 책임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플랫폼 책임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주은선 교수는 국민연금제도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를 명시해 모호함을 제거하고,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한 사용자/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체계, 보험료 부과방식도 특수고용노동자 실질임금인 수수료를 기준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신석진 운영위원은 야4당과 민주노총이 전국민4대보험 가입 실행을 총선 핵심구호로 내걸자고 제안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신석진 운영위원은 야4당과 민주노총이 전국민4대보험 가입 실행을 총선 핵심구호로 내걸자고 제안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신석진 운영위원은 특수고용노동자 소득을 추적하는 국세청의 역량이 충분한 점, 고용보험의 가입대상 확대 등을 근거로 들어 “야 4당과 민주노총이 전국민 4대보험 가입 실행을 총선 핵심 구호로 내걸자,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내년 1월에도 시행 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노호영 사무관은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을 단계적으로 전환하고자 작년 10월 국민연금 제5차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실태조사를 거쳐 차차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고(플랫폼)노동자 노후 대책 실태조사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서비스연맹
특고(플랫폼)노동자 노후 대책 실태조사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서비스연맹

한국 사회는 구성원 연령대는 초고령, 고용형태는 다양한 사회로 급변하고 있다. 때문에 ‘특수고용노동자의 노후대비’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다. 서비스연맹은 특수고용노동자 퇴직금 제도. 국민연금 납부 지원 제도, 국민연금 직장 가입 전환 등의 정책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다.

이수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부장이 토론회 후반 질문/의견을 제기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이수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부장이 토론회 후반 질문/의견을 제기하고 있다.@서비스연맹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토론회 후반 질문/의견을 제기하고 있다.@서비스연맹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토론회 후반 질문/의견을 제기하고 있다.@서비스연맹
토론회 발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토론회 발제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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