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자로 강제 폐업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재개원 촉구
코로나19 헌신하고, 공공요양병원 책임 다 했는데 폐업이 웬 말
“공공병원 강제폐업 광주시가 책임져라” 착한 적자 외면하는 강기정 광주시장 규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이 강제폐업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최희선)는 1일 14시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강기정 광주시장이 공공의료를 포기했다”고 규탄하며 시립요양병원의 재개원을 촉구했다.

2013년 7월부터 10년간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을 수탁 운영해온 전남대병원은 최근 5년간 발생한 28억원의 적자에 대해 광주광역시가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남대병원은 공익적 적자의 일부를 분담하겠다는 의지도 밝혔지만 광주광역시는 전남대병원과 대화를 중단하고 공공 요양병원을 폐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이 코로나19 시기 광주시의 행정명령을 그대로 따르다 적자가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착한 적자’는 당연히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은 2개월간 코로나 확진 환자를 입원시킨 후 이후 지속적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봤다. 그 결과 병원을 떠난 기존 환자들이 일상회복 후에도 병원을 다시 찾지 않게 되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공공병원 폐업, 광주시가 책임져라" 집회 후 항의행동을 진행한 참가자들ⓒ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공공병원 폐업, 광주시가 책임져라" 집회 후 항의행동을 진행한 참가자들ⓒ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집회를 통해 “광주시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고 의료취약계층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을 반드시 재개원 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폐업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광주시가 몇 억원에 불과한 적자를 분담하지 않아서 공공 요양병원이 문을 닫아야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청와대 정무 수석을 지냈던 강기정 광주시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개탄했다. 최 위원장은 “요양병원에서 환자 인권 유린과 학대 뉴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민의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운영된 공공 요양병원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다”면서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재개원을 위해 강기정 광주시장 면담, 전남대병원장 면담, 그리고 노사정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조합원들의 절절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했던 민세홍 조합원은 “‘이 병원에 입원하려고 몇 달 동안 대기를 했다’, ‘만약 다시 입원하게 된다면 이 병원으로 오고싶다’고 말하던 환자들과 보호자분들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면서 “단순히 새 건물, 새 장비 때문이 아니다. 의료진을 포함하여 직원들이 환자를 중심에 놓고 늘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병원을 살리고 싶다. 오늘 집회에 오신 모든 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한윤덕 조합원은 “우리 요양병원은 4개 병동을 운영하면서 간호등급 1등급이 유지가 되었던 병원으로, 적정 인력을 갖추어 환자가 입원을 하면 퇴원할 때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케어했던 병원”이라면서 공공 요양병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기관이었다고 강조했다. 한윤덕 조합원은 갑작스런 폐업에 대해 “여기서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으면 제 자식들은 어떤 세상을 살까, 나도 요양병원에 가게 될 때에는 어떻게 될까, 고민이 됐다”면서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2/1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재개원 촉구 보건의료노조 집중투쟁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2/1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재개원 촉구 보건의료노조 집중투쟁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재개원을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연대발언도 있었다. 고승구 민주노총 광주본부 사무처장은 “초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의료와 돌봄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시기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던 공공병원이 강제로 폐업됐다. 공익을 위해 운영하다가 발생한 적자를 지원할 수 없다니, 오로지 강기정 광주시장의 무능함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미화 진보당 광주광역시 동남구을 지역위원장은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사태가 생각난다”면서 “다른 광역시에는 다 있는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이 광주시엔 없어서 코로나19 시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과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이 그 역할을 해냈다. 그런데 왜 시립요양병원 문을 닫으려하는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은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반문했다. 김미화 지역위원장은 “광주제2시립요양병원은 초고령사회 요양병원의 롤모델이었다. 그런 병원을 폐업하겠다는 강기정 시장은 제대로 시정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목소리 높이며 재개원 투쟁에 앞서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조합원들의 합창 공연ⓒ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광주시립제2요양병원 조합원들의 합창 공연ⓒ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마지막으로 재개원 투쟁을 이끌고 있는 김수형 광주시립요양병원지부장의 발언이 있었다. “지방 자치라는 게 그 지방에 상황에 맞춰서 행정을 잘 하라는 뜻이지 지방자치단체장 마음대로 운영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후퇴하는 선택을 하는지 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면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폐업 결정을 비판했다. “지역 사회에서 누구나 가고 싶어하고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한 병원이었다”면서 “이 지역에 하나 밖에 없는 공공병원을 이대로 버릴 수 없다. 환자와 직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광주시가 빨리 이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보건의료노조 차원의 집중투쟁으로 진행되었으며 전국에서 모인 보건의료노조 현장 지부장 및 전임간부를 비롯하여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과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보건의료노조 각 단위들은 투쟁기금을 마련하여 광주시립요양병원지부에 전달하며 연대와 지지를 뜻을 보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광주시민 살리는 공공병원 지켜내자” “공공병원 강제폐업 광주시가 책임져라” 구호를 외치며 광주광역시청사를 에워싸는 인간띠잇기 항의행동을 한 후 이날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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