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미만 청소년 취업, 근본적으로 138호 협약 위반”
위험에 노출된 한국 청소년 노동에 대한 ILO 첫 지적 사례
민주노총, “충분한 직업훈련, 단체 협의 등 지켜지지 않아”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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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노출시킬 수 있는 현장실습제도 및 일-학습 병행제도가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ILO 전문가 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장실습생 사망사고,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조치와 훈련-감독의 부재 문제를 ILO 협약 이행의 관점에서 지적한 첫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 

ILO 협약·권고 적용에 따른 전문가위원회 (이하 전문가위원회)는 지난 2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행 현장실습제도 및 일-학습 병행제도가 18세 미만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에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ILO 138호 협약을 위반하고 있을 우려를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민주노총이 2022년 9월 제출한 <한국정부의 138호 협약 이행에 관한 민주노총의 견해>보고서와 정부 보고서 등을 종합 검토한 후 발표됐다.

ILO 138호 협약 3조 1항은 “노무의 성격 또는 그것이 이루어지는 환경으로 인하여 청소년의 건강·안전 또는 도덕이 위태로와질 수 있는 경우, 동 노무의 취업최저연령은 18세 미만이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협약 3조 3항에서 ‘16세 이상’의 취업과 노무 제공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으나 “청소년의 건강·안전 및 도덕이 완전하게 보호되며 이들이 관련 활동분야에서 충분한 구체적 지도 또는 직업훈련을 받았음"을 조건으로, 16세부터 노무를 허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상기 기관은 관련 사용자 및 노동자 단체가 존재하는 경우, 이들과 협의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즉 청소년의 취업 최저 연령은 18세로 한정 짓되, ‘건강과 안전이 완전하게 보호’되고, ‘충분하고 구체적인 직업훈련’을 받았으며, ‘사용자 및 노동자 단체와의 협의’를 거친 후에야 16세 이상 청소년의 취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전문가위원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의견서를 통해 한국에서 청소년의 노동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며 “한국에서 도제제도나 직업훈련 참여 최저연령이 16세인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현장실습생은 일반적으로 고용 및 노동에 진입할 수 있는 최소연령을 초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 보장 및 충분한 훈련 감독의 부재에 관한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전문가위원회는 이에 따라 “정부가 18세 미만의 현장실습생이 위험한 종류의 노무, 특히 근로기준법 65조에 따른 18세 미만 금지 직종에 해당하는 노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정부가 이에 관한 진전사항에 관한 정보와 이 문제에 관해 관련 노사 단체와 진행한 협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16세 이상 청소년의 취업에 대해 “협약 6조에 따르면 현장실습생이 훈련 중 제공하는 노무는 협약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전문가위원회는 “협약 제6조는 최저연령에 관한 요건일 뿐이고 위험한 노동으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협약 제3조의 요건은 직업훈련 또는 도제제도 참여자를 포함하여 모든 아동 및 청소년에게 적용된다”며 정부의 잘못된 해석을 일축했다. 

전문가위원회는 또 “협약 조항들의 효과적인 시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절한 처벌부과를 포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며 협약과 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주에 대한 적절한 처벌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16세~18세의 청소년을 안전 및 훈련 조건을 준수하지 않고 고용하거나 18세 미만의 청소년을 근로기준법 65조 또는 여타 규정에 따라 금지된 위험한 종류의 일에 고용할 시 협약 9조 1항에 따라 경고나 지도를 넘어 적절한 (효과적이고 그 행위를 단념시킬 만큼 충분한) 처벌을 부과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138호 협약 3조 3항과 6조를 들며 16세 이상 청소년을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시키고 있지만 그 전제인 ‘충분하고 구체적인 직업훈련’, ‘노동자 단체와의 협약’ 등이 현실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6건, 2020년 5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에는 18세 미만 채용 금지 직종으로 명시된 작업에 18세 미만 청소년을 투입해 요트 정박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청소년이 사망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현재의 일-학습 병행제도는 사실상 직업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청소년들을 위험한 노동환경에 노출시키는 일이 대다수”라면서 “대부분의 현장실습제도 및 일-학습 병행제도에서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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