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시간에 쉰다고요? 몇 분 단위로 쪼개 다음 일 준비합니다”
노동 위해 길 위에서 대기, 이동하는 시간 인정 못 받는 서비스노동자
서비스연맹, 서비스노동자 이동·대기·노쇼 보상방안 마련 토론회 개최

서비스직종 다수는 가전렌탈기구 방문점검원,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학습지방문교사 등 이동노동자다. 이중 대부분은 이 일터에서 저 일터로 이동하거나 다음 노동을 위해 대기하는데 장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이들의 이동, 대기시간에 대한 보상방안을 찾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이 서비스노동자의 이동노동, 대기시간에 대한 보상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비스연맹과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실이 공동주최했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들이 대기시간 업무에서 벗어나 쉰다는 건 오해입니다. 몇 분 단위로 쪼개지는 대기시간에 온전한 휴식은 불가능합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동노동 서비스직군에 필수로 발생하는 장시간 이동과 대기, 고객의 약속 파기로 인한 헛걸음(노쇼)이 ‘공짜노동시간’으로 버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 토론회가 ‘이동노동자들의 안전한 이동 방안 마련’, ‘공짜노동시간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시작이 되기를 기원했다.

서비스 이동노동자를 대표해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알렸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따뜻한 봄이 배달노동자에게는 보릿고개입니다. 봄이 오면 (다음 배달 건수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건당 배달료가 줄어든다는 걸 분명 인지하고 있지만 현실에 부딪히면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플랫폼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건당 배달료’를 임금으로 삼는 배달플랫폼노동자에게 대기시간, 이동노동의 문제가 왜 더 치명적인지 설명했다. “플랫폼사가 성수기에 무한정으로 라이더를 모집하다보니 비수기가 되면 자연스레 대기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 기다림의 시간은 노동으로 책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 200km가 넘는 이동노동 중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하러 가는 거리는 제외하고, 가게에서 고객에게까지 가는 거리만 요금 책정하는 플랫폼이 대부분”인 문제도 지적했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가전방문점검원의 수수료는 아이스크림 같아요. 대기시간, (고객 측 약속 파기로 인한) 노쇼 때문에 계속 녹아 없어지니까요.”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언제 고객에게서 문의가 오든 응답해야 하는 방문점검원은 사실상 24시간 대기 중이다.”며 가전방문점검원의 실상을 전했다. “방문점검원들은 매달 (한 건의 점검을 위해) 몇 번씩 방문해도, 이동에 든 유류비가 수수료보다 더 높게 나와도 받는 건 건당수수료 뿐”이라고 실상을 전했다. 방문점검원은 이런 노동환경에서 한 건이라도 점검횟수를 올리기 위해 이동 차량 안에서 종일 대기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들 배달라이더, 가전방문점검원은 모두 특수고용노동자다. 배달의민족, 코웨이 등 회사 이름과 로고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세밀한 사규에 따라 노동하지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들의 노동에서 생기는 부수적 지출, 노동시간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보니 이는 자연스레 노동자가 떠안는 형국이 됐다. 홍 위원장과 김 지부장은 모두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나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 때문에 성과를 올리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발제는 서비스노동자의 노동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송민정 태재대학교 교육콘텐츠원 연구교수는 24년 1월 서비스노동자 1,210명의 이동노동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서비스노동자는 하루 평균 이동, 대기에 약 2시간(131분)을 소요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77.7%가 (고객의 약속 파기 등으로) 노쇼를 경험했다. 이런 이동, 대기시간, 노쇼로 인해 허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갖춘 회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근속,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 역시 미비하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이동노동에 대한 합당한 임금 보상 방안 마련을 위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국제기구, 각국의 법률 정책을 살폈다. 독일의 ‘극한배달노조’의 최저시급 15유로 보장 단체협약 체결 요구, 영국노총(UTC)의 디지털접근 권한, 부문별단체교섭이 참고할만한 사례로 제시됐다. 김 소장은 이를 참조해 “첫째, 이동노동자 가치인정과 공정한 임금의 최저기준선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논의를 검토하자. 둘째, 단기적 목표로서 이동, 대기시간, 노쇼 보상 문제를 우선 해결하자. 셋째, 다양한 기존 법령을 통해 민주노총 차원의 노정 교섭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이후 발제자들의 제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뉴욕시가 차량호출서비스앱(우버 등) 운전기사가 앱에 접속해 있는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한 예 등 다양한 보상 사례를 들었다. 또 “일 한 건당 필요한 노동시간 (UPH:Unit Per Hour)을 회사 임의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논의에 나설 것, 갈수록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악천후 작업중지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23년 4월 고시원 총무의 대기시간을 임금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대법원 판결 사례를 들었다. 또 뉴욕시의 배달노동자 최저임금 결정을 예로 들며 “서비스노동자의 ‘숨은 노동가치’를 수면 위로 올리고, 업종별 최저임금 산정방식 등을 고려해 이동노동자 최저임금에 대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박 교수는 업종별 최저임금은 국내 모든 노동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최저임금 이상이 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이후 발제자와 토론자의 제안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서비스연맹은 오늘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노동자의 이동, 대기시간, 노쇼에 대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장기·단기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서비스노동자 이동노동 및 대기시간 보상방안 마련 국회토론회. 서비스연맹, 강성희 진보당 국회의원 공동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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