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제350차 이사회서 파업 노동자 보복조치와 노조 차별, 형사처벌 금지 등 권고
공공운수노조 ‘한국정부의 국제기구 권고 폄훼와 거짓 해명 유감…당장 이행 나서야

ILO가 지난 2022년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정부가 취한 공정거래법 적용 등 탄압 행위를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으로 판단했다. ILO의 이와 같은 권고는 한국 정부가 국제노동기구의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 본부에서 4일(월)~14일(목) 진행된 제350차 ILO 이사회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 제405차 보고서를 심의하고, 한국 정부의 화물연대본부 파업 탄압에 대한 3439호 사건에 대해 권고를 채택했다. 이번 진정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제공공노련(PSI), 국제운수노련(ITF), 국제노총(ITUC) 5개 국내외 노동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3439호 사건은 2022년 6월 합의된 안전운임제 지속 등에 대한 노정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정부에 항의하며 2022년 11월, 16일동안 화물연대본부가 진행한 파업을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조법인 아닌 공정거래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과 같은 다른 분야의 법률을 적용하며 파업을 탄압한 한국 정부를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 혐의로 제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ILO는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으로 지적하며 추가적으로 단순히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한 것을 이유로 파업참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금지할 것, 파업 기간 중 개별 조합원의 행동을 이유로 한 노조의 제재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할 것, 파업참가자에 대한 보복조치와 반노조 차별 등의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022년 화물연대본부 파업 당시 사진
2022년 화물연대본부 파업 당시 사진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권고는 화물노동자뿐 아니라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는 것이며, 화물연대본부의 노동조합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한 한국 정부의 파업 탄압이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임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데서 그 의미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 정부는 이번 권고 이행과 함께 "파업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과 같은 행위 자체가 단체행동권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것이며, 파업 중인 노동자를 소집하는 조치는 노동쟁의의 해결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으므로,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러한 조치는 피해야 한다"는 ILO의 입장에 비추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파업 노동자들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경제법 등 다른 분야의 법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14일자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ILO 권고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며 억지 해석으로 일관하고 있다. ILO 권고는 5개 항목에 걸쳐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향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권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긴 커녕, 권고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오독하며 오히려 ILO를 ‘우려’하는 적반하장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스스로 비준한 협약의 권위를 폄훼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으로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 일부가 형사고발되어 수사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업무개시명령 불응만을 이유로 실제 형사제재가 이루어진 사례는 없다’는 거짓 해명까지 내놓고 있다.

노조는 “협약비준국의 명예를 탐하면서도, 불리한 권고는 지키지 않겠다는 태도는 한국 정부의 신뢰도만 더 추락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13장의 4조 3항이 '국제노동기구 협약‘ 이행 관련 내용을 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ILO 권고마저 무시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자칫 통상 분쟁으로 번질 위험도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한국 정부가 파업 참가 화물노동자들에게 제기한 형사고발을 취하하고, 도로안전과 화물노동자들의 적정 소득 보장에 기여하는 안전운임제의 재도입을 위해 화물연대본부와 의미있는 사회적 대화를 즉각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입장을 내고 “이번 권고는 정부의 화물연대 파업 탄압이 심각하게 결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며 이를 시급히 개선하라는 권고다. 고용노동부가 강조하는 법치주의를 관철하기 위해선 정부가 저지른 법 위반과 국제협약 위반을 반성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에 힘쓸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결사위의 지적사항들에 대해 ‘결사의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으로써 결사위의 이번 권고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