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15일 보건의료 분야 기후위기·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 진행
의료기관별 업무계속 계획 수립, 녹색단체협약 체결 노력 필요

온실가스를 많은 배출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탄소 감축 방안과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재난의료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최희선)는 3월 15일 오전 국회에서“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장혜영(녹색정의당)의원과 공동주최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발제자와 토론자, 보건의료노조 간부들과 기자, 전문가등 3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곽경선 사무처장의 사회로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와 최희선 위원장의 인사말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보건의료노조와 장혜영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와 장혜영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년간 기후 교육을 전 조합원 필수 교육으로 진행하고, 기후 생활 캠페인 전개, 조합 행사에서 일회용품 안쓰기를 정착하는 등 조직내 기후위깅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기후정의 투쟁에도 적극 참여했고, 2021년 산별교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단체협약을 합의하고 노사공동 실천선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4월 총선을 앞두고 토론회에서 제기된 기후위기 대응방안, 기후재난 대비 보건의료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과제가 22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고 제도화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의 사회와 김창보 덕성여대 교수의 발제로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김창보 교수는 “보건의료산업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의료용품 등 다량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폐기물의 97.4%를 소각하는 사업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는 동시에 기후재난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핵심 자원”이라고 진단했다. 재난발생시 의료기관이 의료기능을 유지해야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전반적인 회복력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발제를 하고 있는 김창보 덕성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발제를 하고 있는 김창보 덕성여자대학교 초빙교수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 교수는 재난관련 법률도 미비하고 재난의료 전문가 양성 체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재난의료체계와 관련한 별도의 법률이 없는 상태이며,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과’와 별도로 2023년 1월 ‘재난의료대응과’를 설치했으나 주로 대형 사고에 대한 응급의료체계에 가깝고,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발생에 대한 연관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기후 대응 방향을 “완화(Mitigation) 정책과 적응(Adaptation) 정책”으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기후위기, 기후 재난에서 ‘완화 정책’에 협조하는 것을 넘어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위기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응 정책’을 적극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응 정책의 하나로 일본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재난 충격으로부터 의료기관의 보호 및 회복력 강화를 위해 일본의 경우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7년 736개 거점 병원에 ‘의료기관의 업무계속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를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김교수는 “보건복지부는 물론 병원협회, 각 의료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며,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정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상일 예방의학과 교수,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왼쪽부터)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일 울산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토론자로 참석한 (왼쪽부터)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자문위원,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상일 울산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병권 자문위원은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고 경제문제이고 산업문제이며, 노동, 국방 사실상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관심을 가져야할 포괄적인 문제이며 실존하는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제는 기후위기가 국지적인 문제나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재난이 되고 있다. 2022년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일이 잠겼고 1천500명이 사망했으며, 동아프리카는 최악의 가뭄으로 600만명 이상이 영양실조로 생존의 위험에 빠져있는 상황”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진행되면 전염병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연구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즉 “우리나라는 이미 2도 이상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새로운 열대 전염병이 유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건의료부문과 관련하여 기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을 더 많이 지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발생시키게 된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의료부문에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게 된다”며 "의료부문(병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나 에너지 효율 문제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를 보면 대형병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와 장혜영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와 장혜영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보건의료분야 기후위기, 기후재난 대응을 위한 국회 토론회ⓒ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노총(ITUC)은 각국 선거가 많은 올해 슬로건을 ‘민주주의 확대’로 제시했는데, 기후 위기에 대한 실천 방안의 하나가 ‘녹색단협 체결’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녹색 단체협약의 내용은 기후위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과 노동자가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2가지를 담고 있다. 영국노총(TUC) 경우 노동조합의 주도로 사업장에서 에너지 사용실태 등 전반적인 환경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병원, 금속, 공공부문에서 단체협약 사례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녹색 단체협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한 고려 사항으로 “녹색대의원, 상설위원회를 통해 노조의 대표성을 높여야 하며, 기후 위기 이슈를 매개로 병원 사용자를 교섭 자리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하고 단체협약의 효력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보건의료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세션이 따로 마련될 정도로 관심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거의 없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이렇게 토론회를 여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병원이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이유가 예방의학 보다는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 병상이 많고 행위별 수가제라는 지불제도 등등 제도의 문제도 지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현장 지부장 및 전임간부들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현장 지부장 및 전임간부들도 토론회에 참석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아울러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서도 기업내에서 노사가 긴장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일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별 ESG 경영 도입 등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2023년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ESG 활동 모델 개발’연구가 진행한 것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의료기관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의료기관 평가 인증을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2019년 대형 산불이 발생할 당시 속초의료원 직원들의 대처 사례를 인용하면서 ‘재난시 업무계속 계획’수립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산별중앙교섭 과정에서 의료분야 탄소중립과 관련한 요구에서 사용자들은 ▲병원은 환자를 위한 온도의 유지가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어려움 ▲감염병 문제로 보건복지부가 1회용 사용을 권장하고 비용 보전을 해주고 있는 상황 ▲중소병원의 경우 정부 지원이 없으면 별도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다양한 경험과 사례로부터 영감을 얻으면서 ‘공정한 요구에 공정한 대책을’이라는 구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천호 박사는 “1995년 시카고 폭염으로 700여명이 사망했는데 조사해보니 노약자들이었다. 더 세밀한 조사를 해보니 범죄율이 높은 지역은 노인들이 외부 센터에 나가지 못하고 고립되어 집안에만 머물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후 4년 뒤에 비슷한 폭염에서는 사망자를 7분의 1로 줄일 수 있었다”는 사례를 설명하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토론회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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