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 외에는 답이 없어...지역의사제 도입은 필수
무늬만 지방의대...졸업후 수도권행으로 지방의료에 도음 못돼
대형민간병원의 손실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지 마라!

 의정대립이 심각하다.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 후 전공의가 집단사직서를 냈고 교수들 또한 25일부터 집단사직을 예고했다. 정부는 '조건없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증원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통해 2,000명 증원의 배치를 발표하며 논의의 싹을 잘랐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의료공백과 피해는 병원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의료개혁의 가장 큰 문제는 증원 자체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붕괴사태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의사들이 증원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지역의사제나 공공병원 설립 등의 공공의료 강화 법제화의 후속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늘어나기만 한 의사 인력 대다수가 수도권의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곳으로 몰려들어 결국 지역의 의료공백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의료시장화 또한 가속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작년 광주와 울산의 공공의료 설립을 무산시킨것에 이어 이번 의료개혁에서도 공공의료는 외면했고, 현재 의료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증원만을 밀어붙이며 낙수효과만을 기대하고 있다. 의료대란의 책임과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나서서 말하는 사람이 없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

이에 지난 23일(토), 대구의 시민들이 모여 <의정 대립속에 위기의 시민생명! 실종된 공공의료를 되찾는 대구시민행진>을 개최했다. 행진에 앞서 참가자들은 CGV한일 앞에서 집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을 강력히 규탄하고 공공의료를 확충, 공공의사 양성, 지역의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사회는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신은정 수석부본부장이 맡았다.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이정현 집행위원장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이정현 집행위원장

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이정현 집행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의 내용이 의미없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집행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몇명이 아니라, 어떻게 증원하느냐다. 지역인재가 늘어나도 졸업후 대부분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가기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대책은 전혀 의미가 없다. 필수의료의 수가(보상)도 늘리겠다는데, 흉부외과 수가를 100%로 올려도 10년째 전공의 지원은 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실패한 정책의 재탕일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결국 내용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학교병원분회 이유라 사무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학교병원분회 이유라 사무장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병원내에 남아있는 병원노동자들의 고충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경북대학교병원분회 이유라 사무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진료보조간호사를 불법으로 호도하더니 이제는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시키고 있다. 간호법을 거부해놓고 급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간호인력을 입맛에 맞게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 인력 범위, 처우개선 등을 체계적으로 규율한다'는 취지의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가자 태도를 바꾸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내렸다. 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대신할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학교병원분회 박나래 사무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학교병원분회 박나래 사무장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학교병원분회 박나래 사무장은 "서울대 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현재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병동에 남아있던 간호인력들은 다른병동으로 가거나 무급휴가를 쓰거나 의사업무를 대신할 것을 강요받은 상태다. 더럽고 치사해서 무급휴가를 선택한 간호사들이 많다. 싸우는것은 의사와 정부인데 피해를 보는것은 남아있는 병원노동자들, 그리고 환자다. 정부는 이 의료공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민건강보험노조 대경지역본부 이진수 본부장
국민건강보험노조 대경지역본부 이진수 본부장

 의료공백은 건강보험 재정이 메우게 됐다. 정부는 지난 7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비상진료 체계 운영을 위해 매달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겠다고 발표 했다. 이에 따라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를 인근의 병원으로 보낼 때 의료기관이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보상)가 늘어났다. 정부는 대형병원이 중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실질적으로 의사들의 업무거부로 인한 대형 민간병원들의 매출감소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메워주겠다는 의도다. 

 국민건강보험노조 대경지역본부 이진수 본부장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간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화를 주장하며 역대 최초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고 있는 정부다. 그런데 국민들이 조성한 건강보험 재정을 병원에 지원한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며, 실질적으로 전공의 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의료공백을 메우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 실패로 발생한 의료대란의 책임을 왜 국민들이 져야 하나? 왜 공공의료지원보다 대형병원의 수익이 우선시 되어야 하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투입을 강력히 규탄했다.

 

행동하는 의사회 대구지부 최창수 대표
행동하는 의사회 대구지부 최창수 대표

 행동하는 의사회 대구지부 최창수 대표는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필수 의료 패키지'와 '제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의 내용을 꼼꼼히 반박했다. 그는 "필수의료 패키지는 대학병원 중심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민들이 필요한 것은 대학병원 중심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주치의 제도와 같은 1차 의료개혁을 통한 의료공공성 강화, 지역의 공공병원 설립이다."며 대학병원 중심의 네트워크보다 좀더 시민 친화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어 최창수 대표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는 적절한 의료비 절감계획이나 재정 증가계획이 없다. 필요한 재정 확충을 위해 정부지원금을 늘리는것, 비급여나 민간보험을 줄이고 급여진료영역을 늘리는게 중요하다. 적자냐 흑자냐 하는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 말했다. 

 

대구시민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
대구시민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

 대구시민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얼마전 병원에 갔는데 옆자리 할머니가 촌에 사는게 죄라고 하시더라. 거기에 병원이 없고 의료전달체계가 없는것이 잘못이지 촌에 사는게 어떻게 잘못이 되나"며 의료전달체계의 개혁을 촉구했다.

 이어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가 없어 발생한 공백들은 사람을 갈아서 메우고 있다. 그래서 환자도 불편하지만 병원노동자들도 늘 피곤하고 힘들다. 제대로 된 의료정책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이 해결 방법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라며 시민들이 진짜로 원하는 의료개혁이 무엇인지 대해 발언했다. 

 

공공의료 탑 쌓기 퍼포먼스
공공의료 탑 쌓기 퍼포먼스

 발언이 끝난 후 발언자들은 시민들의 간절한 요구를 담은 '공공의료 탑 쌓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공공의료 탑에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필수의료 의료공공성 강화 ▲공공병원 확충, 공공의사 양성의 문구가 쓰여졌다.

 집회 이후 참가자들은 경북대학교 병원 앞 까지 행진했고, 경북대병원 앞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며 행진을 마무리했다. 선언문 낭독은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김진경 본부장과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김영희 지부장이 맡았다.

 

왼쪽부터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김진경 본부장,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김영희 지부장
왼쪽부터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김진경 본부장,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김영희 지부장
의사-정부 대립속에 위기의 시민생명! 실종된 공공의료를 되찾는 대구시민행진
의사-정부 대립속에 위기의 시민생명! 실종된 공공의료를 되찾는 대구시민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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