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국가재난 내세워 상시적 노동통제 강화 추진

노무현 정권의 노동통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한다는 이유로 노동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행정자치부는 ‘재난 및 안전기본법 개정안’을 준비해 4월 25일 관련 소위에서 다루고 회기내 통과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행정자치위 소속)은 정부의 ‘국가 재난 및 안전기본법’이 ‘재난 예방과 대비를 핑계’로 ‘전 사회영역에 대한 국가개입과 노동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일방적인 법안 통과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한편, 행자부에서는 25일경 소위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회기내 통과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표시작]○국회 일정

18일 행자위 토론
19일 행자위 법안소위
25일 행자위 2차법안소위
26일 전체회의[표끝]
이영순 의원실이 공개한 정부 측의 <개정안 내용>은 △재난 및 안전기본법은 자연재해, 산불등 화재 그리고 국가기반체계의 기능이 마비되는 경우 재난으로 국가차원에서 관리(2004년 3월 제정)한다는 내용인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국가기반시설(에너지, 교통수송, 의료, 금융 등 9개 분야)을 행자부(국가기반체계보호상황실)에서 국가기반시설로 분류하여 해당 업체·기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국가차원에서’ 구축하여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위기상황’에 대해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국가기반시설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이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인력 및 장비를 지정·관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재난 또는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의 시각차이가 현저하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정부안은 △행자부에서 노동조합의 쟁위행위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이 우선한다는 공식입장을 전해왔으나 국가기반체계에는 전 산업분야가 망라되어 있어 국가기반시설을 일상적으로 지정·관리(D/B 구축)·대응할 경우 노동기본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고 △노동쟁의에 대해서 파업권 침해가 없을 것이라는 행자부의 주장과 달리 현행개정안을 그대로 받을 경우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화물연대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폭넓게 적용 가능하며 △대체인력과 장비를 일상적으로 확보, 비상시 대체인력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어 특수고용직노동자파업의 경우 대체인력 투입이 더욱 용이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정부안은 “사실상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의 단결과 단체행동을 통한 단체교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기본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라는 문제점이 정부안 반대의 핵심인 셈이다. 실제로 이영순 의원실은 “올 3월 화물연대파업당시 행자부 장관이 이 법안을 준용해 관계기관 대응을 지시했고 건교부에서도 이에 따라 표준메뉴얼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표시작]&#9642;정부 개정안-관련조항

① 제 10조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국가기반시설지정사항심의
② 제 19조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상황실과 국가기반보호상황실간의 정보관리체 연계 및 정보공유근거조항신설
③ 제25조의2 재난관리책임기관(중앙행정기관)으로 하여금 국가기반시설을 지정, 체계적으로 관리유지
④ 제25조의3 국가기반시설을 지정결과를 중앙본부장에게 통보하고 중앙본부장은 D/B를 구축·운영, 중앙행정기관장이 재난관리정책수립에 이용하도록 하는 등 국가기반시설 관리
⑤ 제 26조(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의 재난예방조치) ①항 8호 국가기반시설의 관리
⑥ 제 35조 국가핵심기반의 최소한의 기능유지를 위하여 재난관리책임기관장에게 국가기반재난시 응급조치에 사용할 보호자원(장비 및 인력 등)지정근거 신설
⑦ 제 36조 현행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승인을 득한 후 재난사태선포를 국무총리에게 건의 또는 직접선포하도록 하였으나 개정안에서는 현장의 효율적 대처를 위해서 중앙본부장이 재난사태선포 후 사후승인(국가기반시설도 해당됨)
⑧ 제77조 국가기반재난관리와 관련한 지시위반, 임무태만 공무원등의 명단을 행정자치부 장관이 소속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함.[표끝]
법으로 규정한 '재난‘의 개념과 유형은 △자연재해나 화재사고 등의 대형참사 △국가기반체계 9개 영역을 포괄한 국민생활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때 △전염병 등으로 구분된다.

‘국가기반 재난개념’은 2004년 3월에 법적으로 발생했는데 그 당시에는 ‘기반체계에 대한 보호를 위한 영역 정의와 규정’만 언급한 반면 현재 행자부 개정안은 ‘국가기반체계에 대한 일상적인 관리’를 법적으로 가능케 함으로써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로 이행되도록 ‘메뉴얼’을 따라 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로 ‘국가기반’을 지정, 명시할 수 있고, 총리를 포함한 관계부처장으로 꾸려진 ‘중앙안전관리부’가 중앙행정기관장이 선정한 국가기반을 심의해 ‘예방+교육+인력관리’를 하게 된다.

행자부 개정안의 ‘국가기반 지정과 일상적인 대응체계’는 노동쟁의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국가는 ‘재난’을 이유로 ‘노동권’을 제약할 수도 있다는 문제에 대한 노동계의 비판이 드세다.

그러나 행자부장관은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노동권 제약을 하지 않도록 법으로 명시할 것을 주문하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의 요구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행자부와 법제처가 바로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실과 민주노총 등은 ‘확답을 주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본 개정안이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쟁의를 제약할 우려가 있다"라는 지적에 대해 행자부는 답변을 통해 “노동조합의 합법적 쟁의행위는 노동관계법이 우선 적용된다”라고 답했고, 답변 내용을 확정해 법 단서조항으로 명시하라는 요구와 함께 “(정부 측의)개정안 제 77조 (재난관리에 대한 문책요구)조항에 대해서도 적용범위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대응과 관련한 관리영역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명확히 명시하라”는 것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사항이다.

정부안이 ‘노동관계법과의 충돌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으로써 확실하게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부분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영순 의원은 지난 14일, 서면질의 를 통해 “행정자치부(장관)의 답변은 헌법제 33조(헌법 제 33조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와 노동관계법에서 명시한 노동자의 기본3권에 대해서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노동자는 국가기관에 비해서는 사회적 약자임을 감안하고, 법을 준용하는 과정에서 오남용을 막고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개정안 제 8조에 이러한 내용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표시작]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 요구 수정안

&#65517;수정안-제 8조(다른법률과의 관계) ④제3조제1호 다목의 재난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의 노동쟁의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동법을 이법에 우선 적용한다.[표끝]

그러나 법제처는 민주노동당의 수정안 요구에 대해 확답을 미루는 실정이다.

지난 3월 28일 특수고용노동자들인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이 발생하자 행정자치부(장관 이용섭)는 관련부처간 협조체제를 강화하고 정부단위의 비상수송대책 등을 점검하여 국민 불편과 물류수송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행자부는 이를 위해 국가기반보호상황실의 기능을 대폭 보강하여 실시간 상황을 관리, 유관부처간 정보를 공유하고 부처간 대응책 강구와 사태확산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각 시도에 지역안정대책을 수립·시행토록 지시하고 지자체별 지역단위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강화하여 적극 대응토록 방침을 정했다.

즉, 화물연대의 경우만 보더라도 행자부가 문제의 본질인 정부의 비현실적인 운송단가나 운수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 등에 주력하기보다는 물류파동론을 내걸어 노동탄압에만 혈안이었다는 점이 노동계 비판의 핵심이다.

“화물연대, 덤프연대, 레미콘연대 등과 같이 육상화물운송등과 같이 노동관계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노동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정부 측의 강경한 시각을 볼 때 현재의 정부 안을 원용하면 국가의 상시적인 ‘지배개입’적 ‘노동통제’가 합법화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에 따라 국가기반 9개 분야 재난대응 매뉴얼 중 육상화물운송관련한 표준메뉴얼과 위기·대응실무메뉴얼 전체를 다음 상임위가 개최되는 4월 20일까지 제출할 것을 행자부에 요청한 상태다.

민주노총은 18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4월 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하고 있는 법 중 재난 및 안전기본법제정이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법이 가진 심각한 문제는 단순히 여름철 전기난, 에너지 난에 대해서 범정부차원의 수급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을 넘어서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된 사업장의 노동자 파업에도 법 적용이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억압하고 단체행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자 하는 의도가 역력한 이 개악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강력 경고했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가재난 관련 개정법의 본질은 결국 노동자의 파업 자체를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본다"며 "국가재난을 빌미로 노동탄압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전근대적인 방식의 노동탄압 책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행자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국회 환노위가 21일 비정규직법안 강행 통과를 확정한 가운데 국회 행자위는 국가재난이라는 이름의 반노동악법 입법 강행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국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부 중재에도 불구하고 성실 교섭에 나서지 않는 사업주 태도에 반발해 18일부터 각 사업장 거점별로 동시기습점거에 들어가 농성투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편집국은 전국 장투사업장 점거농성투쟁 돌입상황을 파악해 이후 보도하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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