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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기사대체]민주노총 울산본부 주민칠 조합원 동지의 '살신성인'이 조합원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포항지역 건설일용노동자들이 포스코 원청의 부당노동 행태를 비판하며 포항 포스코본사 점거농성 투쟁을 벌이던 7월 19일 저녁 9시경. 울산건설플랜트 조합원 주민칠 동지가 태화강에 투신한 여성을 구하고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 비계분회 주민칠 조직부장(39세)은 2005년 투쟁 당시 비계분회 분회장 구속이후 직무대행을 맡는 등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조합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컷다.

지난 7월 19일 저녁 9시경, 태화강에 투신한 여성을 보자 물에 뛰어든 주민철 동지가 투신여성을 구하고 급류에 휘말려 실종된 이후 119와 경찰, 구조대 등이 빗속에서 실종자를 찾았으나 당일에는 발견이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다음 날 오전 6시 조합원들을 비상소집하여 주민철 동지를 찾아 나선다.

주민칠 조합원 실종 당시,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은 태화교 주차장 옆에 천막농성을 유지하며 폭우속에서도 파업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 16일, 포항건설플랜트 연대를 위한 민주노총 영남권노동자대회에 참가했던 3명의 조합원이 19일 저녁 9시경, 태화교 밑 산책로를 걷다가 태화강 중앙부에서 강물로 뛰어드는 소리를 듣고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떠내려 가는 투신자살 기도 여성을 목격한다. 이들이 119에 긴급신고를 한 것은 19일 저녁 9시 7분경.

당시 태화강은 장맛비때문에 물이 많이 불어났으며 특히 태화교 교각 주변은 강폭이 다른 곳에 비해 좁아 물이 소용돌이 치며 급속하게 흐르는 상태였다.

물살이 빠른 태화강에 투신해 허우적거리는 여성을 본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3명 중 주민칠 조합원 등 2명이 '저러다가는 죽겠다'며 옷을 벗고 강물에 뛰어 든다.

강밖에 있던 조합원 1명은 투신여성을 구출하러 들어간 2명의 조합원들 모두 바닷가가 고향이고 수영을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태화강 중앙에서 50~70미터 떠내려 온 투신 여성을 향해 빠른 속력으로 수영을 하여 다가가 여성을 붙잡고 구해내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기며 고함치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강에 뛰어든 차모 조합원과 투신여성은 어렵사리 생명을 구했으나 구출과정에서 주민칠 조합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리 위에서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여성의 말에 따르면 "태화강 중앙에서 두명이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자 한명은 소용돌이에 휘말린듯 빙빙돌며 떳다 가라앉았다 하다가 없어졌다"며 당시 급박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구출대는 급히 강변과 강 아래까지 보트를 띄워 주민칠 조합원을 찾기 위해 강역을 수색했다. 강물이 불어 있고, 잠수 구조대가 들어가도 물이 탁해 앞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는 상태였고, 조합원들과 경찰이 합세하여 명촌교까지 찾아 보았으나 새벽까지 주민칠 조합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투신여성을 구출하러 강물에 들어간 주민칠 조합원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에 따르면 "19일 태화강에서 인명을 구하고 실종된 주민칠 조합원, 그는 21일 낮 12시 20분경 울산 남구 신정동 태화교 아래 하류 방향으로 100여미터 지점, 태화강 남쪽 둔치 30여미터 지점 강바닥에서 숨진채 발견됐다"고 한다.

23일 오전 9시, 태화강둔치 플랜트농성장에서 영결식을 가졌고 '솥발산' 묘역에 묻혔다. 슬하에 10살된 아들과 8살박이 딸을 뒀다.

[표시작]■<b>故 주민칠 동지 약력</b>

1968년 1월 전남고흥출생
2004년 1월 울산건설플랜트노동조합 가입 (비계분회 총무)
5월 비계분회 조직부장

2005년 5월 비계분회 대표 (분회장 직무대행)
5월 파업관련 구속
現) 비계분회 조직부장[표끝]
날이 어둡고 비가 오는 상황이었으며 무엇이든 집어 삼킬듯한 거친 물살도 주민칠 동지를 막지 못했다. 급류 속에서 허우적 거리던 인명을 구해내면서 결국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생명을 바친 주민칠 조합원. '위대한 행동은 큰 위험 앞에서 이뤄진다'고 하였지만 그의 의로운 죽음 앞에서 조합원들 모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은 울산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 고 주민칠 동지의 의로운 행동을 되새기고 추모하기 위하여 오는 26일까지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 추모기간으로 정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추모글을 통하여 "주민칠 동지의 삶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며, 노동해방을 이루기 위한 노동자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시작]<b>노동의사 주민칠동지 영결식 추모사(追慕辭)</b>

오늘 우리는 의로운 죽음을 맞아 떠나는 한명의 건설노동자를 저 세상으로 보냅니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그는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의 죽음을 우리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 부르며 존경과 함께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립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몸으로 실천하기란 더욱 어렵기에 그를 의인으로 받들어 모시며 이 자리에 모여 추모를 드립니다.

그가 사고를 당한 비오는 밤, 그는 장마로인해 태화강의 물은 한껏 불어 급물살이 흐르는 강물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꺼져가는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고향에 계신 부모형제와 친구들,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아빠를 잃어 버리고마는 어린 아들과 딸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과 의협심이 두려움없이 그를 강물 속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결국 한 생명을 구해내고 그가 대신 제물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에 애도하고 아쉬워합니다. 세상에 남아 부모없이 살아가야 할 두 자녀에 대한 걱정과 부모형제들의 비통한 심정을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보내는 이유도 그가 남을 위해 의로운 삶을 살다가 운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노동의사 주민칠동지를 제물로 앗아간 저 태화강 강물은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그가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도록 만든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취업을 방해 당하며 일당을 포기해야 했던 숨 막히는 노동탄압도 아직까지 변함없는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주민칠동지와 함께 해오던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요구는 순박합니다. 열심히 땀흘려 일한만큼 댓가를 달라는 것입니다. 전태일열사가 36년 전 온 몸에 불을 사르며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것입니다. 불법다단계하도급을 통한 중간착취만 방지해도 그들이 요구하는 임금인상 15%는 주고도 남을 것입니다. 조합원 명단통보가 취업방해 블랙리스트가 되어 객지를 떠도는 동지들을 보며 그는 분노했습니다.

작년 76일간의 영웅적인 투쟁의 결과물인 사회적협약은 휴짓조각이 되어 다시 빈손이 되었습니다. 협상을 요구해도 요지부동인 전문건설업체를 불러내기 위해 울산의 건설플랜트노동자들은 올해도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기필코 이 부당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그는 투쟁에 동참하고, 그날 포항건설플랜트 연대투쟁을 다녀와 파업농성장인 태화교 밑에 있게 된 것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당쟁이 노가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노동조합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며 노다가 인생은 노동자로 새롭게 태어나고, 작년 투쟁에서 분회장의 구속이후 당연히 탄압에 의한 구속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그는 당당하고 의연하게 직무대행을 맡았고 구속에 이르고 맙니다. 2004년 노조결성 당시부터 비계분회 총무부장과 조직부장을 맡았으며, 현재도 조직부장을 맡아 어려운 일에는 항상 앞장을 서 왔기에 동료들로부터 신망이 높고, 정의를 위해 아낌없는 삶을 살다가 가셨습니다.

그가 바라고 염원하던 중간착취 없는 세상, 노동탄압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몫은 고스란히 여기 살아 있는 우리들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그가 살아생전 개인의 일보다 건설노동자들의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기위해 앞장섰던 정의로운 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나보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개인보다 건설노동자들의 조직을 먼저 생각했던 그의 사상은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실천해야하는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노동의사 주민칠동지의 의로운 죽음을 절대 잊지 맙시다.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을, 그가 풀어내지 못한 한을 여기 살아남은 자들이 이루어내겠다는 약속을 합시다. 우리들의 굳센 의지와 약속을 믿고 동지의 영혼이라도 하늘나라로 편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결연하게 의지를 다지도록 합시다.

동지여! 남은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편안히 떠나소서!
동지여! 중간착취 없는 세상, 노동탄압 없는 인간해방 세상에 다시 태어나 만납시다!
노동의사 주민칠동지여! 고히 잠드소서!

2006. 7. 23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 하부영[표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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