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가슴으로 조촐하게 살아왔던 하중근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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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근 열사님이 돌아가신후 기자는 열사님 옆에서 같이 일하고 생활한 조합원과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과연 하중근 열사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45세까지 홀로 조촐하게 살아오신 열사님은 평상시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알고 싶어졌다. 8월9일 포항에서 서호섭(41세)조합원을 만났다.

서호섭조합원의 고향은 포항시 대보면, 하중근열사와는 고향선후배관계라고 한다. 서호섭조합원과 하중근 열사는 다섯살 차이가 나서 학창시절에는 친하게 지낼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고 한다. 다만 서호섭조합원의 친형님과 친구인 하중근열사를 몇번 뵙고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이후 서호섭조합원이 하중근 열사를 다시 만난건 1999년 동국제강 건설현장에서 였다고 한다.

그동안 서호섭조합원은 88년도 처음 입사한 농자재 원예회사를 거쳐 농자재 대리점을 차렸다가 IMF로 폐업, 과일장사, 붕어빵장사에 이어 건설현장에서 제관(철골빔등을 조립하는일)일을 하던 때였다고 한다.

고향선배를 건설현장에서 만나자 서로 반가운 마음에 금새 친하게 지내면서 서호섭조합원이 하중근 열사의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2005년도 하중근열사는 포스코 건설현장에서 일할수 있도록 서호섭조합원에게 부탁을 했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서호섭조합원과 하중근 열사는 같이 일하게 되었다. 45살이 되도록 혼자사는 하중근열사의 모습이 애처로와 서호섭조합원은 평상시 하중근열사를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하중근열사로부터 연락이 없어 궁금해질때면 혼자사는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체구가 작았던 하중근열사의 살림살이도 단촐했다.
밥그릇몇개와 냄비하나 가스렌지하나가 부엌살림의 전부였다. 라면을 좋아했던 하중근열사는 하루 한두끼는 라면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월급을 받는 날이면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어울려 술마시러 갔지만 하중근 열사는 꼭 홀로 사시는 어머님을 찾아갔다고 한다. 열사의 어머님은 호미곳 해마지광장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건어물 장사를 하고 계셨다. 열사 어머님은 하중근열사가 막내라서 각별히 사랑하셨고 하중근열사도 어머님에 대한 정이 남달리 깊었다고 한다.

하중근열사가 밝은 표정으로 주위동료들에게 자랑할때면 꼭 조카들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조카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애지중지했는데 학교에서 상이라도 받았을때는 늘 자랑하고 또 조카들에대한 기대도 컸다고 한다.

조촐하게 생활하셨던 겉모습과는 달리 하중근열사는 동료와 후배들에게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후배들이 어려워 전화로 만나자고 할때면 어디든지 달려가 만나고 식사값과 술값은 모두 하중근열사가 해결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만나기를 좋아하던 하중근열사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때는 돈이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그럴땐 서호섭조합원이 먼저 연락하고 만났다고 한다. 서호섭조합이 생각없이 '아 차에 기름이 하나도 없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금방 옆에서 2만원을 찔러주던 하중근열사 이 모습을 이야기하며 서호섭조합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돈을 아낄줄 몰랐던 하중근열사는 집회현장에서도 몸을 아낄줄 몰랐다고 한다. 서호섭조합원이 "형 나이도 있으니까, 맨 앞대오에 나서지 말고 젊은 후배들 뒤에 서"라고 말했을때 하중근 열사는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냐?"라며 언제나 맨 앞에서 몸을 아낄줄 몰랐다고 한다. 아마도 이렇게 맨앞에서 투쟁하는 모습때문에 폭력경찰의 표적이 되어 돌아가셨을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했다.

기자가 "하중근 열사님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신 적이 없나요?"라고 묻자 언젠가 조합원들이 모여 로또복권당첨되면 무얼할까, 이야기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다들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하중근열사는 "도시락 공장을 지어서 포스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에게 도시락을 주고 싶다. 포스코 정직원만큼 편안하고 맛있게 밥을 먹을수 있는 도시락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뙤악볕에서 그늘하나 찾아 이리저리 움쿠리고 밥을 먹어야하는 건설노동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포스코정직원 식당은 일용직 건설노동자에게는 다가설수 없는 지역이었다.

아마도 일용직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아온 상황이 넘어설수 없는 벽으로, 하지만 꼭 헐어내야할 벽으로 느껴졌으리라. 기자는 서호섭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중근열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수 있었다.

어리석어 보일정도로 따뜻한 정을 지닌 하중근열사, 조촐하게 가난하게 살아가면서도 어머니를 사랑하고 조카들을 사랑하던 열사, 집회땐 맨앞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던 열사, 평범하고 가난하지만 동료 조합원들의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던 열사, 노동현장에서 볼수 있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평범하고 소중한 형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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