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숙씨 포항 현지로 내려가 조사해달라, 국가인권위에 진정

포항건설노조 투쟁과정에서 경찰의 폭력으로 자신의 태아를 잃은 지현숙씨가 직접 증언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이영순 의원실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현숙씨는 경찰의 폭력으로 태아가 유산된 이후 또다시 이어진 경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죽고싶은 심정'이라고 고백해 국가권력이 힘없는 한 여성에게 저지르고 있는 인권탄압이 얼마나 심각한지 생생히 알려냈다.

또한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으로 자신의 태아가 유산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에 이번 사태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등 대책위가 진행하고 있는 포항사태 해결을 위한 노숙농성장을 방문하는 등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오늘 하루 강행군을 진행했다.

[사진3]

기자회견을 통해 △경찰 폭력에 의한 임산부 유산 사태 철저한 진상 규명, 공개 사과 △경찰 폭력, 은폐 기도 책임자 즉각 처벌 △하중근 노동자 죽음, 임산부 유산 사태 책임지고 경찰청장 해임 △정부는 제2, 제3의 살인을 부르는 폭력탄압 즉각 중단 △하중근 노동자 죽음, 임산부 유산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에 촉구 △포스코는 포항 건설노동자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설것을 요구했다.

경찰이 살인적인 폭력으로 뱃속 태아의 생명을 잃게 한 것도 모자라서 유산으로 힘들어할 임산부와 가족에게 회유, 협박해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충격적인 사실들이 아픔을 겪은 당사자의 직접 증언을 통해 언론에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영순 의원은 19일 현지 진상조사를 통해 지현숙 씨가 7월 19일 영남노동자대회에서 경찰에 둘러싸여 폭력을 당했던 사실과 27일부터 경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고통을 당해왔던 사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영순 의원은 “임산부가 경찰폭력에 의해 유산됐는데 전혀 경찰의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상당한 폭력을 했고, 은폐조작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참여정부의 공권력에 대해 분개한다”면서 “매일신문에서 임산부 유산을 언급했는데 이를 삭제하도록 종용, 정정 보도를 하게 만들었다. 당사자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댁 친인척을 가리지 않고 회유 협박을 했다는 게 드러났다. 당일 응급실 진료기록조차 허위로 조작된 의혹이 보인다. 본인은 혈압이나 맥박을 잰 기록도 없는데 경찰에 제시한 기록엔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사진4]
이 같은 사실은 지현숙씨의 발언을 통해 확인되었다. 지현숙 씨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더운 8월의 날씨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기자회견에 모습을 나타냈고, 경찰의 끈질긴 회유와 협박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지현숙 씨는 “27일 저녁부터 경찰에게 전화가 오고 친구, 가족들, 시댁에까지 전화오고 만나자고 했다. 처음에는 달랬다. ‘봉투 받고 자술서 써 달라. 이 게 맞다 하더라도 법적인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써 달라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현숙 씨는 “돈 봉투를 보니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애를 잃었는데 몇 푼으로 그러는 게 그랬다. 경찰이 문자로 ‘피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핸드폰으로 전화해 소리 지르고 윽박 질렸다.

지씨는 또 ‘내가 병원 원장을 만났는데 우리에게 맞아서 그런 것 아니다. 와서 빨리 써 달라. 때린 것 맞는데 법적으로 제재하지 않겠다’고 써 달라”고 경찰이 집요하게 요구한 사실을 밝히고 나서 “빨리 끝내고 싶은데 집에 갈 수가 없다. 애기를 잃은 것도 억울하고 서러운데 전화오고 찾아와서 쉴 곳이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b>지현숙씨 "경찰이 병원 진료기록까지 조작했다"</b>

아울러 응급치료를 받았던 선린병원에 대한 진료카드와 소견서, 진료기록에 대한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지현숙 씨는 “(선린병원에)19일 서류가 필요해 떼려 갔더니 없었던 응급실 기록이 나왔다. 5시 50분 병원을 나왔는데 6시 30분으로 혈압 잰 기록이 남아있었다. 원무과에 알아보니 경찰청 공문이 와서 진료기록을 떼 갔다. 포항여성병원 경우에는 담당의사가 경찰이 진료기록을 보고 갔다고 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김지희 여성위원장은 “선진 대한민국에서 대명천지에 노동자를 때려 죽이고 임산부를 폭행하는 경찰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중근 노동자를 때려죽이고 살해한 것도 모자라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생명을 죽이더니, 고통 속에 신음하는 임산부를 돈으로 회유, 협박, 괴롭힘을 일삼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며 정부가 포항 임산부 유산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폭력에 의한 하중근 노동자 죽음, 임산부 유산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정부에 제2, 제 3의 살인을 부르는 폭력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b>지현숙씨 국가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광화문 노숙농성장 방문</b>

[사진2]

[사진1]

[표시작]<b>국가인권위, 포스코 진정 신속한 처리 촉구</b>

한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과 이해삼 최고위원은 이 날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포스코 공대위의 진정처리에 인권위가 최대한 신속하게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단병호 의원은 “노동자들이 진정서를 제출한 지 20일이나 지났는데 인권위 차원의 조치가 미흡하다”며 “장기화되는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도 국가인권위가 신속하게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병호 의원은 “포스코의 위법행위로부터 발생된 문제나 경찰 폭력 등에 대한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고, 국과수 역시 하중근씨 사인에 대해 유족에게 구두로만 통보했지 공식적인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며 인권위가 나서 하중근 씨 사인을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해삼 최고위원은 “집회도중 유산한 조합원 가족에 대해서도 인권위가 조사해야 한다”며 “하중근 씨 사망이나 임산부 유산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공대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당시 정황을 증언해 줄 목격자들도 여럿 찾았다”며 최대한 인권위 조사에 협조할 의사를 밝혔다.

이에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은 “하중근씨 사인을 밝히려 지난주 경북경찰청에 국과수 자료 일체를 요청했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2일에는 단병호, 이영순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방문해 하중근씨 사망경과 및 사망원인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듣고, 상세한 부검결과 공개를 촉구할 예정이다.[표끝]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