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세계> 301호 [주장]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는 사회주의블록과 자본주의블록으로 나뉘어 정치·경제·문화·군사적 대결이 구조화되는 냉전체제로 돌입했다. 여기에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배를 경험한 이른바 '제3세계'의 반제국주의 반식민지 블록이 존재했으나 이들 제3세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치경제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독자체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부분 양대블록에 편입되는 게 보통이었다. 이들의 열악한 조건은 물론 오랜 식민지체제에서 착취당하고 피폐해진 사회구조를 온전히 자국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데서 연유한 것이기도 하다.
냉전체제는 동구와 소비에트 붕괴 이후 사회주의블록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해체됐다. 사회주의와 체제경쟁 속에 약간의 복지와 분배, 평등의 기치를 내걸며 정당성을 유지하던 자본주의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착취와 수탈의 자유,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마음껏 구가하게 됐다. 철저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 존재하는 IBRD, WTO, IMF 같은 지배·수탈기구는 무한경쟁체제 강요, 비정규직 양산, 규제완화를 끊임없이 강제하며 더욱 강력한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이런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곳이 바로 한반도이며,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조국이라는 현실은 그 최고조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분단유지 군대인 주한미군을 동북아지역군으로 재편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에 맞춘 천문학적 액수의 최첨단 무기구입비를 제외하더라도 우리는 분단비용으로 매년 2조원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지금 이라크로 파병하는 자이툰부대는 다 알다시피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석유패권을 지켜주는 새로운 미국의 지역용병이 될 것이다. 굴욕적인 한미동맹에 따라 주둔비용을 전액 자부담하는 희한한 용병이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 역사의 질곡을 끊어야 한다. 지금 전세계 민중은 반미반전반세계화의 깃발 아래 단결하고 있다. 베트남전보다 더 많은 피폭과 민간인학살을 경험했고, 현재진행형인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우리 민중이 더러운 파병을 막아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신자유주의·제국주의의 경제적 수탈과 군사적 침탈의 가장 큰 피해자인 이 땅의 노동자들이 그 선두에 서야 한다. 신자유주의 반대·파병철회·반미민족공조의 기치 아래 8월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노동자 1만인 참가단의 결집은 그 대투쟁을 선언하는 출발이다.
뜨거운 8월의 뙤약볕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8.15를 넘어 반미반전반세계화 투쟁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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