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를 높이는 '공무원연금 개혁' 여론몰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를 모두 찾기도 전에, 참사로 인한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난데없이 공무원연금 개악 여론몰이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5월 21일 한국경제 신문은 “공무원연금 지급액 20% 삭감”이라는 기사를 1면 헤드라인으로 실었다.

기사는 원래 “내년께 연금 재정수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거친 후 공무원연금 개선 방안을 수립해 2016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비롯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누군지 밝히지 않은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라면서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현재보다 20%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르면 다음달께 공무원노조의 의견을 들은 후 관련 부처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공무원연금 지급율 1.9% → 1.52% (20% 삭감)
○ 기여금 : 월 소득액 14% → 점진적 인상(삭감률은 밝히지 않음)
기사가 소개한 사례를 보면 현행 법령으로 연금을 188만원을 받는 경우 20% 삭감되면 150만원을 받게 된다. 게다가 재직중에 납부하는 기여금도 인상되면 삭감액은 더 커진다.
해명
물론 연금법 개정의 주관 부서인 안전행정부는 해명자료를 내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방안과 일정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옛말에도 있듯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 이미 정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위한 비공개 자문기구를 구성했다고 했다. 이 기구에서 하는 일은 여러 개정안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 터이다. 이제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이런저런 개정안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껏 해온 공무원연금 개악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개악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개악안은 이제까지 법개정 과정에서 그랬던 것처럼 결국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의 ‘세력관계’ 즉 ‘힘 대결’에서 결정될 것이다.
한편 이런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공무원들은 위축되곤 한다. 실제 국민정서와 무관하게 언론에서 ‘공무원’을 거론할 때마다 ‘정말 공무원은 특혜 받는 집단인가?’하고 스스로 묻게 되고 정당한 요구를 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비단 공무원연금 문제 뿐 아니라 시간외수당이나 출장비 문제가 터질 때마다 괜히 죄인이 된 듯 느끼곤 한다. 하지만 임금의 출처가 어디든 간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은 공무원이든 일반 민간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세금에서 받는 다고해서, 그 총액이 크다고 해서 주지 않거나 삭감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임금을 떼어먹겠다는 말일 뿐이다.
국민여론
정부와 언론이 부르짖는 ‘국민여론’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0년 한국인사행정학회보는 “공무원연금제도 개편에 관한 국민과 공무원의 인식차이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같은 설문조사 문항을 두고 일반 국민과 공무원에게 동시에 물은 조사여서 살펴보는 의미는 있다.
물론 80%가 넘는 국민들이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공무원의 경우도 65%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연금개악의 가장 강력한 논리인 연금재정 문제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알려진 것과 달랐다.
얼마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공무원연금의 대표적 개악론자인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원은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연금을 불안해하고 지속가능성이 깨지고 있[다]”면서 낮은 수준으로의 개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꼭 그렇지 않았다.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의 중점사항”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연금재정 안정화”라고 응답한 비율은 11.6%에 불과했다. 도리어 42.7%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유지”라고 답했고, 15.4%는 “공무원의 퇴직후 안정된 소득보장”이라고 답했다. 재정안정화보다 ‘형평성’과 ‘공무원의 노후 소득보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형평성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은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 갑은 1백만 원 받고, 노동자 을은 2백만 원 받는다고 치자. 갑과 을이 받는 금액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적게 받는 갑에 맞춰 1백만 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전체 노동자들이 받는 몫은 총 3백만 원에서 2백만 원으로 줄어든다.
‘하향평준화’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안정적 노후를 위해 더 필요한 1백 만 원은 어디서 충당해야 할까?
공무원연금 뿐 아니라 국민연금 개악 논의가 있을 때마다 사적연금 가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한 두 개의 연금보험을 가입하곤 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대폭 삭감된 2007년에 1백11조 원이던 사적연금의 적립금 규모는 5년 만에 2백70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중에서도 개인연금 규모가 2백2조 원을 넘겼다.(금융위원회)
하지만 사적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실제 노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보험료의 약 1백80퍼센트를 연금으로 돌려주는 반면 사적연금은 보험료로 낸 돈의 최대 80퍼센트 정도만 돌려준다.
하향평준화는 결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국민들도 자신의 연금이 낮아지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로운 ‘평준화’가 있다. 모두의 연금을 높이는 것이다. 앞선 사례를 두고 얘기하면 노동자 을에게도 2백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적어도 1백5십만 원 정도로만 올려도 더 나은 노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요구는 2백만 원을 받는 노동자 을이 있어야만 가능하기도 하다. 그래야 1백만 원 받는 갑이 ‘우리에게도 을처럼 2백만 원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공무원노조가 기업과 공기업 사례를 들어 '공무원에게도 대학생자녀 학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연금의 ‘상향평준화’는 가능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은 OECD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많은 노인들이 주되게는 생계비 문제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끊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연금을 지키는 동시에 국민․기초연금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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