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연장가동에 대한 정몽준 후보의 비판만 부각된 보도 

   
△ 5월 18일 채널A <뉴스스테이션> 화면 갈무리


5월 18일 채널A는 뉴스스테이션 <선거 앞두고…메트로의 수상한 ‘환기’>에서 서울 메트로가 환기 설비 가동시간을 늘렸다며 “선거철을 겨냥한 임의 조치인지 선거기간 논란이 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지하철 공기질 수치가 조작됐을 수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 측에 공동조사를 제안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핫이슈라고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정몽준 후보는 당일 이 사안에 대해서 “이 자체가 커다란 범죄가 됩니다”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KBS, YTN, JTBC, TV조선, 채널A는 저녁메인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담았다. 

선거 시기에 후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가 나오는 것과 그 사안을 둘러싼 후보자의 공방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런 내용을 다룰 때 언론은 양 측의 주장을 반영함과 동시에 최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채널A의 보도내용에 대해 언급한 모든 방송사가 환기시간 연장과 박원순 시장과의 연관성에 대한 추가 취재는 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정몽준 후보의 공격적 발언은 충실히 담은 데 비해, 박원순 후보의 해명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박원순 후보가 문제를 회피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졌으며, 환기시간 연장과 박 후보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YTN, 정 후보 ‘범죄’ 발언은 녹취인용하고 박 후보 해명은 대충 

YTN <휴일 본격 선거전…여야 경쟁 가열>(18일, 조태현 기자)은 정몽준 후보의 ‘범죄’ 운운한 발언을 그대로 녹취 인용했다. 기자는 “정몽준 후보는 곧바로 박 후보가 지하철 공기 질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공동 조사를 거듭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몽준 후보의 “(지하철 환기시설을) 이전에 비해 4시간 더 가동하라는 구두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지시한 사람, 기관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이 자체가 커다란 범죄가 됩니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반면 박 후보측 관련한 내용으로는 “박원순 후보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는 동시에 서울 도심의 침수 대책을 점검하는 등 차별화된 선거 운동에 방점을 뒀습니다”라고 기자멘트 한 뒤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수방대책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박원순 후보 측이 해명자료를 냈다고만 언급했을 뿐, 어떤 해명을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은 채, 공격적인 정몽준 후보의 ‘범죄’ 발언만 부각된 것이다. 

KBS <수도권 후보 휴일 표심 잡기 '분주‘>(18일, 김지선 기자)에서는 기자가 먼저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서울시가 지하철 환기시설 추가 가동을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책임론을 거론했습니다”라고 언급한 뒤 정몽준 후보의 “박원순 후보는 이러한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라는 발언을 담았다. 

이어 기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시장 직무가 정지된 만큼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여름철 수해 대비 상황을 점검했습니다”라고 발언하고 박원순 후보의 “피크타임에 침수 피해를 극소화하는 그런 조치를 취했고, 오늘 확인하러 나온 것이죠”라는 발언을 담았다. KBS 보도는 양쪽의 발언을 균등하게 보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그렇지 않다. 박원순 시장 측의 해명을 '반박’이라고 표현했고, 수해 대비 점검으로 화제를 넘기는 바람에 박 시장 측이 관련된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얼버무린 것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TV조선과 채널A, 박 후보 측 입장 전혀 다루지 않는 편파적 보도 

TV조선 <어색한 만남…내일 ‘세월호’ 국회>(18일, 최수용 기자)에서는 기자가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지하철 공기질 저하를 감추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고 설명한 뒤, “서울 시장직 사퇴한 박 후보가 서울시 고위공무원 시켜서 지시하고 증거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라는 정몽준 시장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 측에 대해서는 “관악산 공사현장을 찾아 '안전 행보'를 강조했다”고만 간단하게 기자멘트하고, 박 시장의 도시안전에 대한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이 보도에서는 아예 박 후보 측 해명이 전혀 없었다. 

채널 A는 낮 뉴스부터 단독으로 보도한 서울 메트로의 환기문제에 대한 내용을 추가로 보도했다. <하필 선거철에 환기 강화…鄭 해명 요구>(18일, 김윤수 기자)보도는 메트로 측 직원의 전화 인터뷰로 탄력 운용하라는 것을 확대 해석을 해서 가동시간을 연장한 것 같다는 해명성 내용을 보도했다. 기자는 보도 마지막에 “정몽준 후보는 채널A 보도가 나가자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원순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산에 표 심기…내일 첫 TV토론 대결>(18일, 황형준 기자)에서 북한산에서 만난 후보 동정을 보도했지만 “정 후보가 지하철 공기질 악화에 대한 자신의 잇단 문제 제기를 떠올린 듯 뼈있는 인사말을 건네자 박 후보는 화제를 돌립니다”라고 보도했다. 

채널A는 단독으로 문제제기는 했지만 정작 저녁뉴스에서는 박원순 시장과 연관성을 전혀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메트로의 해명을 다뤄줬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자사 보도를 두고 정몽준 시장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이에 대한 박원순 후보 측 해명은 일절 다루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뼈있는 인사말은 건네자 박 후보는 화제를 돌립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박원순 후보가 이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는 것 같은 인상만 주었다. 

JTBC만 비교적 균등하게 양 후보 입장 다뤄 

   
 


JTBC는 그나마 양 후보의 입장을 균등하게 짚어주었다. JTBC는 <후보 등록 뒤 첫 만남…묘한 신경전>(18일, 김경미 기자)에서 “지하철 1∼4호선 전 역사 환기시설을 이전에 비해 4시간을 더 강화하라는 구두 지시가 내려졌다고 합니다. 서울시 고위공무원을 시켜서 불법 지시를 하고 증거를 인멸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라는 발언을 녹취인용했다. 

이어 진성준 박원순 후보 대변인의 “환기시설을 더 가동해서 조금이라도 대기질을 좋게 한다면 권장할 일이지 지하철 공기질 말고는 서울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따로 준비한 공약이 과연 있는 것이지 되묻고 싶습니다”라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박원순 후보 측은 5일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하며 서울시장으로서 직무가 정지되었고, 서울시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안을 다룰 때에는 환기시설 가동 연장과 박원순 후보와의 연관성을 밝히려는 구체적 노력을 기울이던지, 후보자 간 주장을 명확하게 다루어주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없는 보도는 후보자의 일방적 의혹제기를 검증 없이 부추긴 편파보도일 뿐이다. 

TV조선 <시사토크 판>, “색깔론은 당연”, “청렴도나 업무수행보다 중요” 

▲ 5월 20일 TV조선 <시사토크 판> 화면 갈무리


5월 20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서는 조갑제 씨가 출연해 “서울 시장 선거는 색깔론 논쟁을 많이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19일,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협동조합’을 언급하며 “박원순 시장의 핵심사업”,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색깔론을 펼친 것을 적극 옹호한 것이다. 

조 씨는 “색깔론은 이념 논쟁”이라면서 “이것은 철지난 논쟁이 아니고. 철 잃은 논쟁도 아니고, 타이밍이 딱 맞는, 당연히 해야 될 (논쟁)”, “청렴도나 업무수행 능력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후보가 진지하고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피해가면 안된다”고 박 후보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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