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부터 31일까지 방송사들은 일제히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농약급식’ 공격에 호응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정몽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사활을 걸다시피했던 급식공방은 30일 감사원 관계자가 “식자재에 대한 농약검사를 벌인 정부기관이 그 결과를 서울시에 알려주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이 건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발언함으로써 사실상 근거없는 네거티브였음이 밝혀졌다. 

오마이뉴스 <867개교 농약급식? 감사원 "서울시 책임 아니다">(5/31, 윤근혁 기자) 보도를 보면, 감사원 관계자는 "서울시와 친환경유통센터는 정보 미공유로 인해 해당 업체가 잔류농약 위반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따라서 감사원 처분에서도 서울시에 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후보 입장 전달에만 급급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6월 1일까지도 이렇게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전혀 담지 않은채 정몽준 후보의 주장만을 옮기는데 집중했다. 방송사 중에서 농약급식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고 ‘친환경 급식 논란’으로 표현으로 방송한 곳은 JTBC뿐이었다. 

대부분의 방송이 정몽준 후보 측의 공격성 주장과 발언들을 상세히 보도했다. 반면 박원순 후보 측의 주장은 ‘침소봉대’했다는 등의 주로 방어적인 내용만을 보도했다. 기자가 양쪽의 주장을 설명하고 후보 발언을 녹취, 인용한 것이 양적으로 비슷하더라도 사실상 박원순 후보 측에서 따온 것은 핵심을 핵심을 짚어주거나 제대로된 해명을 듣는 내용이 아니었다. 

따라서 시청자는 박원순 후보 측이 변명과 거짓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이러한 기계적 균형도 지키지 않은 보도들도 많았다. 

채널A, "뇌송송 농약 잔류 식품을 어린애들한테 공급“?! 

친환경 급식을 둘러싼 논란을 다룬 가장 어이없는 방송은 또 종편채널 시사프로그램에서 나왔다. 채널A <돌직구 쇼>에서는 5월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측이 제기한 ‘농약급식’ 문제를 주제로 다뤘는데, 패널들은 하나같이 박원순 후보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정 후보 측의 주장을 적극 대변했다. 

특히 신동준 씨는 “이건 세월호하고 똑같이 위험한 건데, 백성들을 갖다가, 이거 어린애들 죽인 것”이라면서 “지금 세간에 ‘운피아’(운동권 마피아)라는 말이 돈다”, “수의계약해서 지들끼리 시중보다 30 내지 50% 비싼 값으로 한데다가 거기다 ‘뇌송송’ 농약 잔류 식품을 어린애들한테 공급했다. 이건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출연자 허문영씨는 “기자의 오랜 경험에서 볼 때 이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면서 “검찰에서도 실제 납품과정에서 횡령 배임, 나쁜 식재료를 비싼 값에 납품을 했다는 느낌이 오는데, 누가 시장이 되든 철저히 파헤쳐야할 문제”라며 박 후보를 범죄자로 낙인찍었다. 

   
△ 5월 29일 채널A <돌직구쇼> 화면 갈무리


TV조선 <급식논란에 무소속에 후끈>(30일, 백대우)은 그나마 다른 방송에서는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추던 틀에서 벗어나서 새누리당의 각양각색 주장을 모두 담아줬다. 

기자는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농약급식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습니다”라고 말하고,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할 것입니다"(박대출 /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감사원 발표 이후에도 억지 거짓말 보다도 심한 적반하장의 태도는 잘못됐다"(정몽준 /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결국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미비점이 있다"(김황식 /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 고문)의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또한 기자는 “윤상현 사무총장은 서울시 친환경급식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박 후보 측근의 특혜 제공 의혹까지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박원순 후보 측의 대응에 대해서는 “악질적 네거티브라며 발끈했습니다”라는 기자발언과 함께 진성준 박원순 캠프 대변인과 박원순 후보의 발언을 보태는데 그쳤다. 

농약에서 한술 더 떠 살충제 타령?! 

채널A 20번째 꼭지 <급식서 검출 농약 대부분 살충제>(30일, 류병수)에서는 “잔류 농약 성분의 상당수가 살충제와 벼멸구 약에 쓰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면서 “201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급식에서 농약이 검출된 학교는 총 24곳. 전수 조사가 아닌 표본 조사여서 농약 급식과 관련된 학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약이 검출된 학교들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포함해 동작과 강동 등 서울시내 13개 자치구에 위치 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김세완 신길 연세의원 원장이 "검출된 농도만으로 급성질환이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장기간 노출될 경우 각종 질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 뒤에 박원순 후보측의 해명은 짧게 들어갔다. 진성준 대변인이 “교육청에서 적발한 것이라는데 서울시에 알려주지 않았다면 서울시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던 거죠”라는 한마디 말만 녹취 인용됐다. 

▲ 5월 30일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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