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선언 선생님들 징계 반대한다."

 

▲ 5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윤근혁

“대역전극”, “반전이 있는 한편의 드라마”, “9회말 만루 홈런”.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의 이번 승리를 꾸밀 수 있는 말들이다. 오죽했으면 조 후보 선거사무소의 한 선거운동원은 “기대도 안 했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선거운동은 그만큼 힘들었고, 희비는 무한쌍곡선을 그렸다는 얘기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손은 땀으로 젖었다. 
 
조 당선자는 4일을 넘긴 5일 오전 1시께 개표방송에서 ‘당선 확실’이 자막으로 뜨자 비로소 당선 소감을 밝혔다. 
 
조 후보는 먼저 “기쁨보다는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저는 지난 3월, 서울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교육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어야 함에도, 오늘 우리의 교육은 신음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치유의 교육감‘이 되겠다는 게 저의 결심이었다”고 출마 당시의 심경을 다시 강조했다. 
 
조 당선자가 ‘무거운 마음’을 갖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조 당선자의 입장에선 ‘좀처럼 뜨지 않는 지지율’의 이유이기도 했지만, 당선의 원동력 또한 결국 ‘세월호 참사’였다. 대반전이면서 역설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교육은 달라져야 합니다. 이 사건으로 우리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조 당선자에게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지지율을 급등하게 만든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단다. 기회는 곧 위기이기도 했다. 첫째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민주진보 단일 후보의 원칙을 깨고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었다. 
 
“윤 전 후보와 경쟁을 하면서 오히려 야권분열의 위기감이 되면서 동시에 관심을 받게 됐다. 또 잘 결단을 해주셔서 지지도를 올릴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둘째아들의 편지와 고 후보 장녀의 편지가 전국민 관심을 촉발시켰다.” 

 
조 당선자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교사들에 대한 징계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들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주라는 이유다. 다음은 조 당선자와 일문일답
 

▲ 조희연 후보.     © 윤근혁

-승리의 요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낮은 지지도로 출발했다.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를 학부모님들이 투표로 보내준 거다. 근본 변화를 요구하는 열망이 국민들 사이에 넓게 퍼져있다.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열망이다.”
  
-대역전극을 벌이며 당선된 소감은? 
“무엇보다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소 큰 주목을 끌지 못했던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후보들이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우리의 교육이 세월호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당선의 기쁨보다, 책임감이 더 크다. 우리 아이를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교육 체제 아래서 기를 수 없으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지금, 교육감을 맡는 무게감이 천금보다 무겁다.”
  
-당선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할 일은?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핵심공약이다. 일반고들이 황폐화되고, 2류 취급받고 있다. 일반고에서 공부를 해도 일류대로 갈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다음은 학교 안전문제다. 현재 서율지역에는 11개교가 붕괴위험이 있는 D등급 노후시설로 판단하고 있다. 내일부터라도 당장 학교안전 긴급점검에 나서겠다.” 
 
-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 방향은? 
“자사고는 재지정을 위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지정 평가를 근본부터 재검토할 것이다. 또 혁신학교와 관련, 모든 교육현장은 혁신의 현장이어야 한다. 진보교육감 1기의 긍정적인 측면을 2기 진보교육감 시대에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다. 혁신학교를 통해 학력과 인성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것이다. 창의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겠다. 교사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다. 

 -진보교육감으로서 포부는? 
“국민들께서 진보교육감에 보내 주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다른 세 후보를 지지하신 분들의 마음과 의사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하겠다. 문용린 후보는 자유학기제나 진로진학교육과 독서교육에, 고승덕 후보는 교육청 관료주의 타파에 대해 좋은 공약을 바발표하셨다. 이 두분의 합리적인 공약은 수용해 서울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겠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교사들이 그런 움직임을 보인 것은, 교사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픔을 함께하고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 하는 대신, ‘징계’라는 강경 대응만 들고 나오는 것은 포용적 리더십이라 할 수 없다. 제발 교사의 문제는 앞으로 교육감에게 맡겨주시면 좋겠다. 교사 징계 문제를 청와대에서 결정한다면 웃음거리밖에 안 된다. 교사들에게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교육감으로서 교사들의 징계에 반대하며, 교사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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