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

 지난 10일(화)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 질식사고가 발생했다. PC선 탱크 안에서 하청노동자 3명이 질식되었고, 이에 또다른 3명이 구조하려다가 그중 2명마저 역시 질식됐다. 그나마 나머지 1명이 질식되지 않아, 119에 신고하여 5명 모두 구조가 되었다. 이후 하청노조에서는 정확한 사고 내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경악 그 자체였다.

 119 신고는 밤10시14분이었지만, 해당 하청업체로 사고가 최초로 보고된 것은 오후3시27분이었다. 즉 재해자들은 약 7시간 동안 의식을 잃은 채 탱크 바닥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는 살인 행위와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최초 재해자는 1명이며, 사고 보고 직후 자체적으로 구조하려다 질식된 2명은 2차 재해자였고, 야간에 또다시 자체적으로 구조하려다 질식된 2명은 3차 재해자였다.

 

그럼 왜 해당 하청업체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심지어 그것이 ‘질식’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구조 장비도 하나없이 하청노동자들에게 맨몸으로 구조하라고 시킬지언정, 정작 사고 신고는 하지 않았을까. 너무 당연하듯이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서였다. 단지 이번엔 은폐하려다가 도저히 더이상 은폐할 수가 없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은폐하지 못 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 질식사고는 재작년 현대중공업에서 산재사고를 은폐하기위해서 재해자를 하청업체 포터 트럭으로 운반했다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던 사고와 그 성격상 동일한 사건이다.
이에 하청노조에서는 지난 17일(화)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 동지들과 함께 사고 은폐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전후로 언론에 보도된 원청 현대미포조선의 답변은 철저하게 해당 하청업체로 책임전가를 시킬 뿐이었다. 위험 작업시 그 신청서를 작성하고 허가를 받아야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하청업체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니 심지어 사람이 죽은 것도 아닌데 외부에 알려 언론에까지 보도되도록 난리법석을 피웠냐라는 미포 안전보건 담당 중역의 공개적인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원청 현대미포조선의 하청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무책임함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래서 원청 현대미포조선에 이번 사고에 대해서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야한다. 먼저 하청노동자 안전 관리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바지사장에 불과한 하청업체 사장이 아니다. 진짜 사장인 현대미포조선이 사용자로서 그 책임을 실질적으로 져야한다.

 
또한 하청업체들이 이처럼 사고를 은폐하는 이유는 원청 현대미포조선 때문이다. 그래서 원청에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묻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산재사고는 막아낼 수가 없다. 원청 현대미포조선은 하청업체들이 산재사고를 은폐하도록 이를 조장하고 있다. 여전히 미포 현장에서는 사고를 산재로 처리하면 하청업체 사장이 원청 담당부서에 불려가고, 심지어 산재 처리 건수가 올라가면 원청과 재계약이 어렵다는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현장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의 산재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산재사고는 언제나 그랬듯이 은폐되고 소위 공상으로 처리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는 현대미포조선 원청이다. 그래서 구조적인 산재은폐의 최정점에 서있는 원청 자본가들을 처벌하지 않고 하청노동자 산재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이번 미포 하청노동자 질식사고 역시, 원청 현대미포조선에 사용자로서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