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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자라 부를 수 없는 학습지교사..."사장님 가져가라! 나는 노동자다!!""나는 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 사연 네 번째.
서비스연맹 학습지산업노조 서울경기본부 사무국장이며 대교 눈높이교사인 김덕희 조합원이 지난 9일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앞 민주노총 농성장에서 개최된 '특수고용노동자 라이브 방송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에 출연해 현장에 대한 사연이 담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저는 당당한 학습지노동자입니다.

학습지교사는 노동자다!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

김대교 선생님께

김 선생님, 우리가 학습지교사로 만나 한 지점에서 일을 한 지도 강산이 몇 번 바뀌었죠? 그래서 서로의 가정사까지도 다 아는 사이가 되었고요.

오늘 저는 김 선생님께 할 말이 참 많네요. 얼굴 보고 말하기 뭐해서라고 애써 이유를 만들어 봅니다.

저는 1997년에 IMF 여파로 남편이 실직을 했어요. 마침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서 한 학기 동안 학교에 적응도 되었다 싶어 일을 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시골 시댁에 아이 둘을 맡기고 대교 눈높이에 입사를 했어요. 타 학습지 회사와 달리 남다른 교육철학이 있다는 친구의 권유로 8박 9일 신입연수를 들어갔고, 그 때까지만 해도 20년이라는 이 긴 세월을 대교 눈높이에서 몸 담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어요.

둘째 아이는 겨우 기저귀를 뗀 상태라 그대로 시골에 맡겨 놓고 큰아이는 그 당시엔 학교 돌봄도 없던 터라 집에서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일을 계속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잘 아시죠? 그 둘째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데려 올 수 있었어요.

김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저는 학습지교사로 운이 좋아 일이 정말 잘됐던 경우였고, 최고 수수료도 받을 수 있었고, 해외 포상이나 국내 포상 여행도 많이 다녔고요. 제 자랑이 아니라 그만큼 학습지교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있어서였고 최선을 다했었다는 말이에요. 아이들도 눈높이교사인 엄마를 좋아했고요. 그렇게 아이들은 자랐고 이젠 27세, 23세의 성인이 되었어요. 이 세월동안 저의 몸은 많이 망가져 알바를 1달 구해 수업을 맡기고 수술을 했고, 바로 다음 달에 또 일을 하러 나왔죠. 그런데 그동안 회사는 교사들에게 어떻게 했었나요?

그렇게 열심히 한 교사들에게 점점 더 많은 실적을 강요하고 실적을 못채우면 감률제도를 만들어 임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고, 신제품이 나오면 교사들에게 주던 수수료율이 어엿하게 있는데도 40% 고정 수수료율로 묶어 교사의 임금을 회사가 마음대로 챙겨가는 구실을 만들었잖아요.

또 재계약심사제도라는 말도 안되는 제도를 만들어 교사의 실적 등을 평가한다는 구실로 계약해지를 운운하며 협박하여 학습지교사들을 두 번, 세 번 울리고 있지 않나요? 회사가 요즘엔 여기저기에 학원처럼 회원들을 방문하지 않고 회원들이 찾아와서 공부하게 하는 러닝센터도 만들어, 러닝센터 현재 구조를 악용하여 교사들이 가짜실적을 만들게 강요하며 부정업무를 일삼고 있고요.

이러다보니 학습지교사들이 실적 압박으로 공부하지 않는 허위 회원을 만들고, 그 허위 회원의 회비를 돌려막고 그것이 불어나 문제가 커지면 부당함을 감내하고 회사를 그만 두거나, 돈을 물어낼 수도 없어 회사를 나가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노동조합으로 고충을 상담해옵니다. 적금을 깨고도 안되는 상황이 오면 제2금융권에다 손도 벌리고요.

김 선생님,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 학습지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랍니다. 그래서 우리 교사들은 4대 보험이 없고, 회사는 회사가 교사와 반씩 부담하는 산재보험조차도 교사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잖아요.

일주일에 두 번씩 있는 교육은 꼭 참석하게 하고 출석여부를 재계약심사제도에 반영해서 관리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교사들을 일방적으로 협박 또는 해지하며 벼랑으로 내몰고 있어요. 주말에도 쉬지 않고 길거리에서 회사를 위해 온갖 수단의 영업 행위에 동원되고도 노동자가 아니랍니다. 마트나 길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특근 수당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목이 쉬도록 회사의 상품을 팔고 있는데도 노동자가 아니랍니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대교는 물론 구몬, 재능교육, 웅진씽크빅 등의 교사들도 앞을 다투어 연락이 오고 있어요. 학습지 회사들은 학습지교사들을 귀하게 여기지않고 실적의 도구로 허울좋은 사장님으로 만들어놓고 회사가 책임지려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요. 개인사업자, 사장님이 회사 관리자의 업무 지시를 받고 실적을 강요 당하고 미우면 일방적으로 즉시 해고되는 이런 숨겨진 노동자, 은폐된 노동자라는 사실에 목이 메입니다.

김 선생님이 여러 선생님과 함께 노동조합에 가입을 해주고 힘내라 말해주지만, 선생님은 직접 나서지 않고 자기 것만 잘 챙기면 된다실 때, 저는 한편으로 마음이 아려 오기도 합니다.속상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이 바보 같기도 합니다.

학습지교사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소중한 권리를 찾으려 한다면 회사도 함부로 하지 않을텐데 하고요. 우리 학습지교사들이 더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텐데 하고 속으로 안타까워 합니다.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학습지교사를 비롯한 특수고용노동자와 관련한 권고에 또 한번 기대가 되지만, 그 보다 우리 학습지교사들이 스스로 깨어나야 하고 노동자임을 자각해야 설움이 없고 핍박이 없고 즉시 해고가 없을거예요.

김 선생님, 우리는 노동자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특수고용노동자랍니다. 노동자라도 노동자라 부를 수 없는 학습지교사가 바로 김 선생님 자신이고, 제 자신의 모습입니다. 더 이상 회사가 주장하는 개인사업자라는 허울 좋은 논리에 속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만나고 노동하는 가운데 살아가는 현장의 노동 일꾼임을 깨닫길 당부 드려요.

김 선생님, 이 땅의 모든 특수고용노동자가 당당한 노동자가 되고, 노동3권이 제대로 지켜지는 그날이 오길 김 선생님과 함께 바래 봅니다. 꼭 그날은 올거예요. 김 선생님과 함께 외쳐보고 싶어요. 사장님 가져가라! 나는 노동자다!!

언제나 당당한 노동자, 학습지노동자!!!

투쟁!

2017년 6월 7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서울경기본부 사무국장, 대교 눈높이교사 김덕희 드림

노동과세계  webmaster@worknworld.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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