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갱신에 5년 끌었던 (주)재능교육, 시간끌기 꼼수 더는 안 돼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노조 정상적인 단체교섭 촉구하는 기자회견 개최
기본수수료 보장, 공짜노동 금지 등 노동자 삶 보장할 요구안 담아

전국학습지산업노조가 올해 (주)재능교육과 7번째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지난 21년 단체협약 갱신에 사측의 시간끌기 등으로 5년 4개월이 걸렸던 전적이 있기에 단체교섭의 귀추가 주목된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의 단체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의 단체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는 사측의 정상적인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단체교섭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16일 오전 10시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진행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국학습지산업노조가 소속돼있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이 함께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재능교육 사측이 시간 끌기 없이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재능교육 사측이 시간 끌기 없이 교섭에 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능교육지부가 설립된 지 24년째입니다. (단체교섭은 2년에 한 번 하므로) 얼핏 생각하면 열두 번째 단체교섭이어야 하지 않나 싶을 겁니다. 하지만 재능교육과의 교섭은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지난 재능교육 단체교섭이 사측의 교섭 해태 때문에 수년에 걸친 장기 투쟁으로 이어졌다며 단체교섭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능교육지부가 특수고용노동자 최초로 합법 노동조합 결성, 단체교섭을 해내며 긴 투쟁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하며 이번 단체교섭은 정상적으로 절차에 맞게 진행되기를 기원했다. 또 “사측이 또 시간 끌기와 책임 회피를 일삼는다면 서비스연맹도 좌시하지 않겠다, 사측은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비대위원장이 단체교섭 요구안을 소개하고 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비대위원장이 단체교섭 요구안을 소개하고 있다.

정난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비대위원장은 단체교섭 요구안을 소개했다. 노조의 요구안 주 내용은 ▲교사 기본수수료 50%보장 ▲교육 수당, 출근 수당, 홍보 수당 지급(공짜노동 중단) ▲회원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유류비 지급 ▲장기근속 포상 보장, 퇴직금 지급 ▲하절기·동절기 휴가 보장, 휴가비 지급 등으로 이뤄졌다. 정 비대위원장은 재능교육 맞은 편의 혜화동 성당을 바라보며 “이번만큼은 저 혜화동 성당에 올라가는 처절한 투쟁이 아니라 법에 적시된 대로 원활한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를 바란다”며 발언을 마쳤다.

노조가 기본 수수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학습지교사의 실질임금이 최저임금에 크게 미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서비스연맹이 추진한 특수고용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습지교사 평균시급은 6,850원으로 23년 현 최저시급 9,620원의 70% 수준이다.

학습지교사가 이런 초저임금에 시달리는 첫째 이유는 낮은 수수료다. 재능교육의 경우 영업실적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나누는데 최소 35%, 최대도 55% 수준이다. 45% 수수료 수준을 유지하려면 매월 100과목 이상을 맡아야 하는데 이는 실상 주 6일, 하루8시간 이상 노동으로 이어진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동종업계인 (주) 대교는 이미 20년부터 고정 수수료 50%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노조의 요구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조미영 재능교육지부 조직부장이 조합원의 발언문을 대독하고 있다.
조미영 재능교육지부 조직부장이 조합원의 발언문을 대독하고 있다.

재능교육 교사들이 임금 삭감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장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박시영 재능교육지부 조합원의 발언을 조미영 재능교육지부 조직부장이 대독했다. 박 조합원은 “재능교육은 그만 두는 회원의 회비를 학습지교사에게 떠넘기고, 학습지교사는 억지로 가짜회원 회비대납을 하는 비상식적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며 실태를 알렸다. “혹자는 대납 안하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관리자들의 냉대, 폭언, 협박 등에 힘없는 교사들은 끌려가고 있다, 회사가 이를 알고도 방치한다면 정말 부도덕한 회사”라고 비판했다.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이 재능교육지부 단체교섭 요구안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이 재능교육지부 단체교섭 요구안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 노조의 요구안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의 요구안은 노동자가 열정적으로 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자 기본 권리다, 이중 과한 건 단 하나도 없다”며 사측이 더는 시간끌기 꼼수 없이 노조 요구안을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후보들도 재능교육 단체교섭을 지지·엄호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1번 김호정 사무처장 후보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학습지교사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호 2번 임미선 수석부본부장 후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금천수요양병원지부 상황과 재능교육지부 상황이 너무나 같다며 재능교육본부 투쟁에 더욱 힘을 쏟아야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수영 재능교육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주 일가의 재산은 늘고 학습지교 지갑은 얇아지는 경영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떠나고 있다”며 단체교섭으로 노사 상생의 길을 찾자고 주문했다. 또한 5년 이상 시간을 끌며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던 지난 교섭과 달리 원활한 단체협약 성사를 위해 노조의 힘을 모으겠다고 결의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요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기호 1번 김호정 사무처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기호 1번 김호정 사무처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기호 2번 임미선 수석부본부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기호 2번 임미선 수석부본부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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