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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2019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 기고 ⓷
  •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9.09.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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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2016년부터 매해 간행한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 자료집이다.ⓒ 노동과세계 정종배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들어온 20~30대 남성 제조업 노동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2018년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가운데 위와 같은 이미지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의 70%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지 않았고, 43%는 40대 이상이며, 33%는 여성, 54%는 비제조업 종사자이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는 40대 이상이 과반수를 차지할 정도로 중년 이상의 노동자 비율이 높고,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종사자가 더 많다. 이들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노동조건 아래에 있을까?

여성 이주노동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중국 교포로, 이들 대부분은 재외동포(F-4)나 방문취업(H-2), 영주(F-5) 체류자격을 가지고 취업해 있다. 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어 구사 능력 덕분에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교포 여성 노동자를 마주치는 일은 더 낯선 일이 아니다. 또, 2010년 법무부가 단순 노무 업종 취업이 금지되어 있던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들의 가사·간병 서비스업 취업 제한을 해제하면서, 동포 여성들의 해당 업종 취업도 많이 증가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중국 교포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비교적 비슷한 비율로 음식·숙박업, 가사·육아, 간병 세 업종에 분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결혼 이주여성들은 주로 제조업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내국인 여성 노동자들이 그러하듯 출산으로 인해 고용 단절을 겪기도 하고, 육아 때문에 전 시간보다는 시간제로, 상시 고용보다는 임시 고용의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 끝으로 남성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고용허가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7~80%가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들과는 달리 50% 가까이가 농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남성 이주노동자들에 비해 세 가지 측면에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첫째, 여성으로서의 취약성이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이나 성적 폭력에 상시로 노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둘째, 취업 업종 및 종사상의 지위에 따른 취약성이다. 가사·간병·농축산업의 비율이 높고, 임시·일용직이 많다 보니 노동관계법이나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셋째, 취업 경로에 따른 취약성이다. 형식적으로나마 취업 전에 노동자의 권리 교육을 받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과는 달리 그러한 기회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고용센터나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알선, 노동상담, 권리구제 서비스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노동관계법과 사회보험에서의 적용 제외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 심각한 노동권·인권 침해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또, 간병노동자들은 병원이나 요양원에 직접 고용되기보다는 간병사협회를 통해 파견되거나 개인에게 고용된 경우가 많은데, 전자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고, 후자의 경우는 가사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들이 고용주에게 어떠한 처우를 받든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률은 없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아예 가입할 수 없으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알아서 지역가입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농축산업 노동자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무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는데 고용주들은 이들에게 마치 어떠한 노동관계법도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상시 노동자 5인 미만의 비법인 사업장이라면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고용노동부가 사업자등록이 없는 농가에 고용허가를 발급해주다 보니 거의 절반에 가까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조차 될 수 없다.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이 강의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그런데 여기까지라면 그러한 업종에 종사하는 내국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여기에 더해서 중국 교포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이라는 차별과 무시까지 감내해야 한다. 인종차별을 금지하거나 인종차별 피해자를 구제하는 어떠한 법률이나 제도도 없는 한국 사회에서, 자신들을 대변할 수 있는 노동조합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모진 비바람을 고스란히 맞아내는 외로운 노동자일 뿐이다.

이들을 위해 민주노총이 나설 수는 없는 것일까? 지난해,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적인 설문조사를 했었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는 마지막 주관식 설문 문항에 누구보다 열심히 답해준 것은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었다. 그 가운데 한 네팔 여성 노동자의 답변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의 요구

1. 농업 노동자도 아플 때 휴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2. 농업 노동자에게는 일할 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기숙사에 가서 밥을 차려서 먹고 치우고 오면 점심시간이 다 끝난다. 농업 노동자에게도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

3. 농업 노동자도 직장 건강보험을 필수로 만들어야 한다.

4. 농업에는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계속해서 일을 시킨다. 농업도 제조업처럼 시간을 정해서 그때만 일하도록 해야 한다.

5. 농업은 한 달에 두 번만 쉬게 하고, 가끔 그것도 없다. 제조업처럼 일주일에 하루는 쉬게 해줘야 한다.

또, 올해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는데, 내외국인 차별이 없는 직장가입과는 달리 지역가입의 경우는 이주민에게 내국인보다 높은 보험료를 책정하고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가족의 범위도 좁게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이주인권단체들이 함께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청와대 앞 기자회견 때, 연락도 하지 않은 중국 교포 여성 노동자가 함께하겠다며 나타났다. 그리고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다음과 같이 물었다. “동포 간병인들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안 된다. 그런데 건강보험에 꼭 들어야 한다고 해서 지역가입을 하려고 하니 어머니와 아이들도 다 따로따로 가입해야 한다고 해서 한 달 보험료가 30만 원, 40만 원이 넘게 나온다. 우리도 직장가입을 할 수 있는 노동자가 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가 될 수 있나? 노동조합을 만들면 노동자가 될 수 있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본인의 노동조건이 부당함을 정확하게 알고, 대안까지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의식 있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가 되고 싶어 하는 준비된 노동자들이다. 이주노동자의 조직화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민주노총이 이제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 수료증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한 참여자가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한 참여자가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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