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4일 천안마니커 공장, 사측이 동원한 용역이 화물연대 충북지부 마니커분회 조합원의 손가락을 물어 살점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다. 결국 조합원은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 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 제공

경찰의 집회 시위를 보호할 의무 방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마니커공장 파업 현장에선 경찰에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천안과 동두천에 공장을 둔 마니커에서 나타난 대량 해고 사태에서 경찰의 위치를 확인한다.

화물연대 충북지부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용역 깡패들의 폭력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한다. 하지만 조합원이 용역에 대응하면 채증과 동시에 제지하고 연행까지 일삼고 있다. 경찰과 용역은 한 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누군가 또 크게 다치게 될 것 같다”라고 하며 불안함을 숨지기 않았다.

지난 2월 24일 밤, 마니커 천안공장 앞 농성장에서 한 조합원이 용역과의 충돌과정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응급차로 중환자실에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천안공장의 용역들은 평소 공장 안에 위치하고 조합원과의 마찰은 없었던 편이었다. 이날 밤 급작스런 용역의 도발로 충돌과정에서 넘어진 조합원이 현재에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충북지부는 “충돌 당시 경찰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채증을 분명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가해자인 용역 깡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어떤 조사도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마니커 사태의 발단은 이렇다. 2019년 4월, 마니커 대표이사는 물류회사와의 계약 종료 후 화물연대 서경지부 북부지회 마니커분회와 직접 운송계약을 하기로 구두합의를 한 바가 있다. 분회는 직계약 상태인 천안공장의 수순을 밟는 것으로 판단했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측과 합의를 재확인하고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니커 사측은 2월 들어 약속을 뒤집었고 물류회사는 회사와 계약 연장이 됐다며 조합원들을 해고 했다. 동두천 공장의 마니커분회는 2월 11일 회사에게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공장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같은 날 천안공장 조합원들도 동두천공장의 정상화를 촉구하며 동조파업을 했다.

2월 12일, 회사는 천안공장 조합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동시에 동두천공장처럼 용역을 공장에 상주시키고 경찰에게 시설보호요청을 했다. 동시에 물류회사는 대체 운송차량을 동원했다. 이런 과정들이 두 공장 모두에서 발 빠르게 진행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찰은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개입하며 회사에 동조하는 정황들을 보인다. 특히 동두천 경찰서의 경우는 매우 집요했다. 아래는 동두천·천안 공장의 마니커 폭력 피해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동두천 공장

2월 10일 용역 폭행 부상자 1명

2월 11일 경찰 진압 부상자 2명

2월 12일 경찰 진압 부상자 4명 (2명 병원이송)

2월 13일 경찰 진압 부상자 2명 (모두 병원 이송)

조합원 1명 갈비뼈 골절, 조합원 1명 허리 염좌 심각 병원 입원

2월 16일 대체차량에 부딪혀 1명 부상 (병원 이송)

2월 18일 경찰 진압 부상 2명 발생 (모두 병원 이송), 연행자 3명

2월 20일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부상자 1명, 연행자 15명

13명 조사 후 복귀. 2명 구속 영장 신청

1명 영장기각 귀가, 1명 구속 조치됨

2월 25일 경찰 진압 연행자 1명

2월 27일 부상자 5명 (3명 병원이송)

연행자 5명 (3명 조사 후 복귀 완료, 2명 구속 영장 신청 기각됨)

 

*천안 공장

2월 14일 욕역 폭행 부상자 1명

2월 24일 용역 폭행 부상자 2명 (한 명 뇌출혈로 위독)

2월 25일 경찰 진압 연행자 1명

2월 13일 늦은 밤, 사측이 동두천 공장에서 용역을 동원하여 대체차량을 공장 밖으로 내보려고 했다.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이날 경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경찰 기동대가 차량 뒤에 있다가 일시에 전면으로 나서며 해고 조합원들을 밀어 붙여 부상자가 속출했다. 화물연대는 경찰의 직접 개입을 심각히 보고 다음 날인 14일 동두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국 동두천 경찰서장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을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의 경찰 움직임도 의아했다. 동두천 경찰서 경비과장은 시작 전부터 채증은 물론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고 해산 명령 방송 등 진행 자체를 방해했다. 경찰 ‘채증활동규칙 2조’에는 채증을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제한하지만 경비과장은 집회 신고 대상도 아닌 기자회견을 불법 집회로 규정한 것이다.

화물연대 서경지부는 “경찰의 약속은 말 뿐이다. 매일매일 용역뿐만 아니라 경찰과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의 폭력 행사는 너무 노골적이다. 유니폼만 다를 뿐 경찰과 용역의 차이가 없다. 그리고 마니커의 사외이사 중에는 검찰 공안, 특수부 출신의 변호사가 있는데 이런 배경으로 경찰 폭력이 심해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라고 했다.

경찰의 집회와 시위를 보호할 기본적 의무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파업 21일 차인 29일 현재까지 19명의 부상자와 21명의 연행, 구속자 1명이 나왔다. 그리고 연행, 구속 영장 청구가 반복되고 있다. 대형 사업장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많은 부상자와 연행자가 나온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명숙 인권 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기자회견조차 미신고 집회라고 막은 사건은 계속된 마니커 사측의 폭력 뒤에 경찰의 방조가 있단 증거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2009년 쌍차 진압에서 드러난 경찰의 폭력적 노사관계 개입과 노동권 침해에 대해 2009년 유엔사회권위원회가 파업권을 제한하는 정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20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는 것은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공권력이란 법으로 보장된 강제력을 지닌 폭력이다. 그 집행의 대상이 시민이기에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점은 두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또한 경찰은 입법부나 사법부 소속이 아닌 행정부 산하기구이다.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 판결하는 기구가 아니다.

그러나 현장의 경찰은 최소한의 중립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마니커의 경우 사측이 동원한 용역의 폭력 행위를 보고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방관하는 것은 물론 용역과 함께 움직이며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조합원 연행까지 일삼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기본적인 인권은 물론 노동권, 시민권까지 유린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경찰이 수사 독립권 등 검찰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의 초법적 경찰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끊이지 않는 이유겠다.

천안공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해고 조합원이 나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금도 생계의 터전을 잃은 노동자들은 해고와 용역과 경찰의 폭력이란 이중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지난 2월 14일 동두천 경찰서 앞, 화물연대 서경지부가 경찰 폭력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동두천 경찰서 경비과장이 해산 명령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마니커 천안 공장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찰이다. ⓒ 화물연대본부 충북지부 제공

 

동두천 마니커 공장에서 농성 중인 조합원들 뒤로 마니커 광고판이 보인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화물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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