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모두 고인이 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은지 20년이 지났다. 2000년 6월 15일 발표한 남북 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수차례 남북공동선언이 한반도에서 발표됐지만, 2020년을 맞은 현재 남북관계는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미국과 분단적폐세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3일 오후 3시, 남측 양대노총 노동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여 ‘노동자 민족자주’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년 동안 대북적대정책, 대북제재, 주한미군방위비 강요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가로막는 미국과 분단적폐세력을 극복하지 않고는 남북관계에 발전은 없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년 전 6·15공동선언이 열어놓은 경천동지의 시간을 가슴 벅차게 돌아본다”라며 “6·15공동선언은 반세기를 훌쩍 넘긴 남북 대결과 분단의 역사를 화해와 단합, 통일의 역사로 바꾸어 놓는 일대사변이었다. 전세계를 놀라게 해 역사상 최초로 북미공동선언을 이끌어내 세계 최고의 적대관계에 있던 북미관계에도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낸 것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6·15공동선언은 4·27판문점선언으로, 9·19평양공동선언으로 재탄생했고 2018년 4월27일, 남북 정상이 만나 ‘이젠 절대 되돌아가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라면서 “하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신뢰는 깨졌고 한반도의 시간은 다시 4·27판문점선언 전으로 급속히 역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미국’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미국은 사사건건 노골적으로 남북관계에 개입하고 방해하고 있다”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모든 행위는 대북적대행위다. 이에 편승하고 협력하는 모든 행위 역시 대북적대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또 “민족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는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라며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이 앞장서서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의꽃을 만개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허권 한국노총 통일위원장도 “미국은 싱가폴회담에서 합의한 북미관계 정상회담을 배제하며 완벽한 비핵화를 운운하며 대북제재를 강화했다. 그 어떤 합의도 이행하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정부 또한 자신이 약속한 합의사항을 스스로 지켰는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발표 20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자는 민족자주와 남북합의 이행의 정신으로 돌아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보고 남 탓을 하며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남북합의 이행의 첫 걸음은 남북간 적대행위의 중단과 남북 상호 신뢰의 회복”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 국면은 마지막 기회다. 전면적인 대북 정책 전환만이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은 청계천 한국예금공사 앞에 모여 오후 4시부터 열린 ‘6·15공동선언 발표 20주년 평화통일대회’에 참가했다.

안지중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창복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윤정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또한 손형근 해외측위원회 위원장을 생중계로 연결해 연대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20대 대학생들의 율동과 서울민예총의 창작 노래극 ‘스무살 축하해’는 땡볕에 지친 대회 참가자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서도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이 앞장서서 모든 반평화, 반통일 세력과 행위를 청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노동자 공동행동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들은 6·15공동선언 노동자 공동행동 특설 홈페이지(nodong615815.imweb.me)에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미국을 규탄하고 남북공동선언 이행 촉구 인증샷을 올리는 실천행동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