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2021년도 최저임금위원회 2차 회의 열려
노동자위원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기고

 

드디어 2021년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 조합원들을 대표하여, 그리고 최저임금 당사자로서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첫 회의에 참석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정세를 반영하듯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우리 마트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올해도 쉽지 않은 논의겠지만 최선을 다하자’ 마음 굳게 먹고 세종시로 향했다.

전원회의에 앞서 최임위 위원장으로부터 위촉장을 전달받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위촉장의 크기가 아이들 스케치북 정도로 컸다. 큰 위촉장의 무게가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지켜내야 하는 무게인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간담회 이후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앞과 옆 투명 가름 막이 있어 서로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울리고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소리를 하는지 집중하고 있어야 해서 쉽지 않은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어떻게 할지,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할 건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최저임금 결정단위는 이전과 같이 시급과 월급(209시간 기준)을 같이 표기하는 것으로 5분 만에 통과시켰다. ‘뭐 이런 당연한 걸 논의까지 해서 결정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년에는 이 간단명료한 안건을 무려 3차례의 전원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한다.

다음은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여부에 대한 논의였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최저임금의 등급을 정해서 차등 지급하자는 황당한 주장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일하면, 최저임금 중에서도 낮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사용자위원들은 몇 년을 주장했는데, 왜 안 들어주냐고 억지를 부리며, 제조업에서 청년들이 일을 안 하는건 편안한 편의점에서 주휴수당 받으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생계를 위해 아니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밤낮 바꿔가면서 일하고 있는 청년노동자들인데, 그들의 노동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당신들은 최저임금 중에서도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노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전에 편의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싶다고 조언을 구하러 우리 노동조합에 찾아왔었다. 그들과 만나 한참을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편의점을 일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인 곳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여러 다양한 이유로, 그리고 사연들로 인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고 일하는 동안에는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임금 대신 편의점 물건을 가져가라고 하는 사장을 만나 임금을 떼이기도 하고, 고객들의 갑질, 취객의 폭언, 심지어 강도를 만나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끼며 일하지만, 사회는 이들은 하대해도 되는 알바생으로만 취부했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 자리에서까지 그들의 노동을 폄하하는 발언들을 들으니 너무 속상해서 분노가 치밀었다.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

분노의 마음을 누르며 사용자들과 공익위원들에게 ‘편의점 노동자들의 이야기, 마트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전하며, 최저임금으로까지 차별하지 말자고 적어도 이 회의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를 중심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최임 전원회의에서의 저의 첫 발언이었다.

전 산업에 동일하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와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고 가다가 이날 회의는 마무리됐다. 논의 거리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설왕설래하고 있자니 너무나 답답하고, 우리 최저임금 노동자를 보는 사용자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의 노동을 폄하하며 소모품으로밖에 여기고 있지 않았다.

다음 회의는 29일이다. 이날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기한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 요구안도 제출하지 않았다. 삭감 또는 동결을 시키고자 할 것이다. 그들은 경기가 좋을 때도 그랬으니까.

코로나19가 내년에는 어떤 상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코로나19로 가장 힘든 건 저임금노동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년 임금을 결정하는 최임위원회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생계가 보장되도록,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에 부합하는 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 조합원들을 떠올리면서 마음 단단히 먹고 최임위원회 회의라는 전투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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