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토론회…운동 진단과 모색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김한주 기자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 김한주 기자

50년 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 항거했다. 25년 전 11월 11일.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이어받은 전국의 노동자가 세상을 바꾸자며 민주노총을 건설했다. 전태일 50주기와 민주노총 건설 25주년을 맞아 11일 오후 전태일기념관에서 대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자리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 노동자의 현실이 전태일 열사가 산화한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노동자 360만 명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 절반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으며, 지금도 노동자가 하루에 7명씩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은 전태일 열사가 떠난 후 1987년 노동자대투쟁, 1995년 민주노총 건설, 1997년~1998년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의 역사를 남겼지만,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은 멀기만 하다.

노동자 세상을 만드려는 민주노총이 노조가 없는 노동자, 작은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와 간접고용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지난 9월 ‘전태일 3법’을 만들어 국회로 넘겼다. 그런데 정치권은 전태일 3법을 논의하기는커녕 노동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교섭권, 쟁의권, 단결권 모두를 제약하는 ‘악법’을 처리하려 한다. 

김재하 비대위원장은 자본가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노동자 민중이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이 사회는 엉망진창”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는 노동자 민중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반면 촛불을 경험한 노동자 민중은 스스로 일어서고 쉼 없이 투쟁하고 있다. 민주노동운동 진영은 지난 50년 동안 전태일 정신을 가슴에 품고 전진해 왔다. 이제 새로운 50년, 100년을 개척하는 것은 살아있는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상임대표는 “지금도 민중은 사회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재벌과 기득권 집단은 ‘촛불 뒤집기’에 매진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은 사회적 불평등을 혁파하고 사회 대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투쟁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제2의 진보정치 운동의 과제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 김한주 기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 김한주 기자

역대 최악의 불평등…사회 개혁 방향은?

토론회 본 발제는 경제와 복지 등 전문가들이 맡았다. 정태인 독립연구자는 국민 자산과 소득 비율을 제시하며 불평등 위기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중 간의 무역 마찰, 기술 마찰로 번지는 지정학적 위기까지 ‘3중의 위기’가 닥쳤는데 정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정 연구자는 “2030년 탄소배출 절반, 2050년 순배출 ‘0’을 목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세 확대와 함께 현재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을 2030년까지 반으로 줄이는 기후 위기 및 불평등 위기 극복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한국의 무역 규모는 세계 8위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가장 낮은 출생률,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성공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선 한국 복지국가의 특성을 개발국가 복지체제에서 역진적 선별주의 복지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민주노총의 주축을 이루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 노조가 한국의 분절적 노동시장 구조를 바꾸려면 기업별노조 교섭체제부터 극복해야 한다. 또 민주노총은 기초연금 확대, 실업부조 도입, 보편적 증세 등의 핵심 과제를 중심에 둔 사회개혁 투쟁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 김한주 기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11일 오후 전태일기념관에서 '민주노총 대토론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11일 오후 전태일기념관에서 '민주노총 대토론회'를 열었다. ⓒ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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