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년 이랜드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의 기록
판매 인세와 수익은 비정규직노동자 투쟁사업장 지원금으로 연대

홈플러스일반노조가 기획하고 유경슨이 지은 《510일》. ⓒ 봄날의박씨
홈플러스일반노조가 기획하고 유경순이 지은 《510일》 ⓒ 봄날의박씨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하루 앞둔 6월 30일, 여성노동자들이 홈에버 월드컵점을 멈춰세웠다. 40대 전후 기혼여성이었던 이들은 노동조합의 ‘ㄴ’자도 몰랐던 마트 점원들이었다. 이들은 왜 노동조합에 가입해 510일이란 긴 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던 걸까.

홈플러스일반노조가 기획하고 유경순(역사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책 《510일》은 이미 10여 년의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된 사건을 역사로 다시 쓰기 위한 작업으로 탄생했다. 유경순은 510일 파업을 끝까지 함께한 이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이랜드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저항과 연대의 이야기를 기록해냈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냈기에 현장 노동조건은 물론 사회적 시선도 달라질 수 있었다. 510일의 투쟁을 거치며 고객의 갑질과 무시가 이들도 인격을 가진 노동자란 시선으로 바뀌었다는 것.

전 기륭전자 분회장이었던 김소연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운영위원장은 “《510일》 출간은 우리의 눈물과 땀과 희망이 어떻게 자라고 익어 우리 삶을 바꾸는지 확인하는 또 하나의 역사적 증거”라고 추천한 바 있다.

두 권으로 구성된 《510일》은 1권에서 한국까르푸 시기의 노동조합 활동부터 시작해 이랜드그룹 인수 후 이랜드일반노조로 통합,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투쟁과 뉴코아 강남점 점거 등의 시기까지 서술돼 있다. 2권은 파업이 장기화된 2007년 말 상황과 순천분회, 울산분회의 510일 파업 투쟁, 홈플러스 인수과정 등이 실려있다. 특히 11장에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로 510일 투쟁이 각 개인과 노조에 가지는 의미가 생생하게 실려있어 주목할 만하다.

책을 기획한 홈플러스일반노조는 1997년 결성된 한국까르푸노조에서 시작됐다. 이랜드 매각, 삼성테스코 매각 등으로 인해 몇 번의 통합과 조직 분리를 거쳐 2016년 지금의 노조가 됐다. 조합원의 힘으로 2019년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낸 바 있다.

책을 쓴 유경순은 여성‘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성주의 관점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역사 및 현실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현재 역사학연구소 연구원이자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위원장, 노동자교육센터 부대표를 거쳤다. 엮은 책으로는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 《나, 여성노동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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