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이용관 18일째 단식…"유족도 죽어가"

다른 유족 3명, 시민사회 대표자도 무기한 단식

“與, 법안 후퇴 말라…연내 법 제정해야”

왼쪽부터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 ⓒ 김한주 기자
왼쪽부터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태규·김동준·김재순 노동자의 유족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연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28일 국회 앞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앞서 단식에 나선 고 김용균·이한빛 유족,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 강은미 의원은 18일째,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22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

다른 산재 유족 3명이 단식에 나선 이유는 김미숙(고 김용균 어머니) 씨와 이용관(고 이한빛 아버지) 씨의 단식이 길어지는데도 국회가 꼼짝 않고 있어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법 제정은커녕 법안 후퇴를 시도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 사업장 규모별 단계적 시행, 상한제 벌금형, 인과관계 추정 조항의 가중처벌 요건 전환 등을 언급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일안을 가져오라며 ‘보이콧’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용관 씨와 김미숙 씨가 28일 국회 앞에서 유족 및 시민사회 추가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 김한주 기자
이용관 씨와 김미숙 씨가 28일 국회 앞에서 유족 및 시민사회 추가 단식 돌입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 김한주 기자

청년 건설 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는 28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사람 때문에 자식 잃은 한빛 아버지와 용균 어머니가 18일째 밥을 굶고 있다. 유족도 죽어가고 있다. 더는 지체할 생각 말라. 누더기 법으로 만들 생각 말라. 나도 오늘부터 밥을 굶으며 법이 통과할 때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CJ 진천고교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도 “한빛 아버님과 용균 어머님이 눈앞에서 쇠약해져 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냐. 무엇이 중요하고 시급한 일인지 국회의원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냐. 힘이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이렇게 단식하며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우리 가정이 지켜진다. 함께 마음을 모아달라”고 전했다.

산재 유족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 김한주 기자
산재 유족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28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 김한주 기자

조선우드 고 김재순 아버지 김선양 씨는 “더 이상 이름 앞에 ‘고’ 자를 그만 붙이고 싶다. 노동자 희생을 멈추기 위해 단식에 나선다. 거대 여당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과 노동자의 희생을 방관하지 말라. 어떤 이유도 변명도 하지 말라. 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처리한 것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켜라”고 했다.

유족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나선 현린 노동당 대표는 “안전하지 못한 조건 속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자본가는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간 기업과 행정부, 사법부가 산재에 역할 하지 못했다면 이제 입법부, 특히 민주당이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태연 변혁당 대표는 “또 유족이 곡기를 끊는다. 고 김용균 이후 노동자가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시민사회 대표자로서 원망스럽고 부끄럽다. 우리는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자 한다. 노동자가 이윤을 위해 죽는 세상 끝장내겠다”고 외쳤다.

왼쪽부터 고 김재순 아버지 김선양 씨,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이진숙 충남인권위원장
왼쪽부터 고 김재순 아버지 김선양 씨,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 이진숙 충남인권위원장

이진숙 충남 인권위원장은 “노동자는 부품이 아니라 존엄한 시민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나라의 의무”라며 “더는 명복을 빌고만 있지 않겠다. 명복 말고 현세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국회는 당장 법 제정에 나서라”고 했다.

22일째 단식 중인 김주환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재벌과 자본 앞에 멈춰 섰고, 민생을 외치던 야당은 발목잡기에 급급할 뿐”이라며 “국회가 자본의 눈치를 보는 동안 죽음의 컨베이어벨트는 지금도 돌아간다. 이 벨트를 멈추기 위해 유족이 단식에 나선다. 참담한 현실이다. 얼마나 더 유족의 가슴을 찢어놓을 심산인가”라며 분노를 표했다.

28일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한 부처 의견을 종합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주당이 정부 의견을 받아 29일 소위에서 단일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씨 ⓒ 김한주 기자
고 이한빛 아버지 이용관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 김한주 기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 김한주 기자
18일째 단식 중인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가 28일 국회 앞에서 길거리에 앉아있다.  ⓒ 김한주 기자
18일째 단식 중인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가 28일 국회 앞에서 길거리에 앉아있다.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와 고 이한빛 아버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한 지 18일째다.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와 고 이한빛 아버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한 지 18일째다.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와 고 이한빛 아버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한 지 18일째다. ⓒ 김한주 기자
고 김용균 어머니와 고 이한빛 아버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한 지 18일째다. ⓒ 김한주 기자
발언 중인 현린 노동당 대표 ⓒ 김한주 기자
발언 중인 현린 노동당 대표 ⓒ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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