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8일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4, 반대 44, 기권 58표로 가결됐다. 이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공포 1년 후인 2022년 1월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로 산업재해를 기업의 범법행위로 규정할 수 있게 됐지만 산업현장 재해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엄중한 처벌로 현장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무색해진 채 이름만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10만 명의 청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고용노동부 등 정부안, 중소기업벤처부의 의견 등이 반영되며 재해의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완전히 삭제됐다. 또 기업주의 책임과 처벌수위가 약화됐고 대상 범위도 협소해졌다. 특히 중소기업벤쳐부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5인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조항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의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 중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비롯 농성단과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예정된 8일 오전까지 법사위 의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5인미만 사업장 예외 조항이 들어가면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운동본부는법안이 통과된 직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된 성과를 냈다” 면서도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압박하는 투쟁의 과제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도 법안 통과 직후 낸 논평을 통해 제정된 법에 “’말단 관리자 처벌이 아닌 진짜 경영책임자 처벌’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및 시민재해에 대한 원청 처벌’, ‘하한형 형사처벌 도입’, ‘시민재해를 포괄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부상과 직업병도 처벌’ 등 그동안 입법 발의자가 요구한 내용들이 담겨진 성과와 긍정적 부분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정된 법으로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흔쾌히 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법이 만들어졌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법이 사람을 살리는 법이 되도록 끊임없이 감시하며 투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 법을 “산업재해로 떠난 노동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안으로 미비해진 법의 한계를 꼬집었다. 양경수 위원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5인미만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것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혀두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과 해단식을 마친 농성단과 유가족들은 단식의 여파로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오랜 단식으로 건강에 무리가 온 유가족들은 해단식이 끝난 뒤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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