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맞아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의무고용제도 처벌 강화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지해야
노조, ‘고충처리’ 넘어 장애인조합원 스스로 목소리 내는 공간

2021년은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이 제정된 지 40년,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된 지 30년을 맞는 해다.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장애인 인권과 노동권이 얘기되고 있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노동 현장에서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커녕 장애인 노동자를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다.

장애인 노동자에게 더욱 열악한 노동 현실 앞에 선 민주노총의 과제는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에, 민주노총은 늦게나마 대답을 시작하려 한다. [편집자주]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부터 1박2일간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시혜와 동정 뿐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페의 날'을 향해 투쟁을 벌였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부터 1박2일간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시혜와 동정 뿐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페의 날'을 향해 투쟁을 벌였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 장애인 조합원 실태와 차별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한 해 동안 산하 사업장 123곳과 장애인 조합원 28명을 만나 실태를 파악하고 노동조합의 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권연구소,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동조합지부,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이 공동제작 했다.

이들은 보고서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장애인 고용률 등 장애인 노동 관련 제도와 실태 조사와 민주노총 조합원 대상 설문·실태조사한 결과를 수록했다. 이들은 “장애인 노동자 전체 노동현실에 비해 민주노총 장애인 조합원인 장애인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을 누리고 있었다”고 두 조사결과 간의 괴리를 설명했다.

보고서 표지. 
보고서 표지. 

이어 “규모가 큰 사업장이 주로 노조로 조직돼 있고, 꾸준한 노조활동으로 장애인조합원도 모든 노동자들이 누리는 보편적인 권리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상대적으로 좋은 일터(민주노총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거나 차별이 있었다”고 한계를 시사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우선 장애인의무고용제도 미준수 시 처벌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지금보다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고 전했다.

편의시설과 관련해서는, 특히 민간기업의 장애인 노동자 개인이 편의제공을 요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며 집단화돼 있거나 노조가 있어야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장애유형에 따라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장애인 의무고용 미준수 시 처벌 강화하고, ‘최저임금 적용 제외’ 폐기해야
30대 대기업 中 의무고용 준수는 한 곳만, 월 10만원 주는 작업장도 5.4%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의무고용제도로 인해 점차 장애인의무고용률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2019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2.92%였다. 이들은 장애인 의무고용이 실질적으로 늘어 제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고, 공기업의 경우 대체적으로 고용률을 지키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률은 2.52%로 낮은 수준에 그쳤다(2019년 기준). 특히 30대 대기업 중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사업장은 1개에 불과했다. 대기업일수록 의무고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벌금(=장애인의무고용부담금)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특히 30대 대기업에서 의무고용을 지키도록 강제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명단공개나 부담금 부담 수준을 넘어서는 강제력이 있어야 민간부문에서의 의무고용도 높아질 것이라 내다봤다.

2019년 기준. 
2019년 기준. 

장애인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된 최저임금법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할 수 있게 돼있다.

보고서는 이 법에는 임금 하한선이 규정이 없어, 최저임금 적용 제외 판정을 받게 되면 장애인 고용 여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해를 거듭할수록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에는 최저임금의 48%였지만, 2017년은 최저임금의 47.9%, 2018년 45.3%로 점점 격차가 벌어졌다. 월 10만 원 이하의 임금을 주는 작업장도 5.4%(30곳)에 달했다. 

2019년 기준 장애인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188만원으로, 비장애인을 합산한 전체 인구 임금노동자 월평균 실질임금 252만원(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기준)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노조, ‘고충 처리반’ 넘어 장애인 조합원 스스로 목소리 내는 공간으로
“갈 길 멀어도 장애인·비장애인 조합원 함께가는 게 민주노조의 원칙”

보고서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요구와 편의를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노동조합이 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 역할은 단지 ‘고충처리’에 그치는 게 아닌, 장애인 조합원이 뭉쳐서 스스로 목소리 내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노총 소속 장애인조합원 면접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공부문이나 공무원은 의무고용에 따른 채용절차를 거치므로 장애인 노동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원은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노조가 결성된 제조업의 경우 노조의 요구로 편의시설이 마련되는 경우가 있고, 장애인 조합원이 집단적으로 모여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내는 경우도 소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소규모 용역업체의 경우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노동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느낄 수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보고서는 장애인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편의 제공은 대부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의 경우 어느 정도 편의제공을 받을 수 있었지만, 개인이 요청하기 전까지는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기업에서는 개별 노동자들이 편의 제공을 요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고, 집단화돼 있거나 노조가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편의제공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비장애인을 설득하고 보편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부터 1박2일간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시혜와 동정 뿐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페의 날'을 향해 투쟁을 벌였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부터 1박2일간 세종정부청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시혜와 동정 뿐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페의 날'을 향해 투쟁을 벌였다.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무엇보다 노조가 가져야 할 고민 지점은 현장 노동자 간의 연대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이다”라며 “불편하고 어려운 시간을 거치더라도 일터를 바꾸기 위해선 노동조합이 생산성과 효율로만 노동을 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장애인이 속도를 쫓아가거나, 비장애인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 함께 요구해 일터를 변화시키는 것, 그게 노동조합의 할 일이다. 갈 길은 멀지만 민주노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라고 짚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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