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을 잡는 사람들 ① 정기철 티머니노동조합 위원장
- “허드렛일은 비정규직의 일?” 업무 구분 관행 단호히 단절
-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노동운동의 한계 될 것”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비정규직 차별해소, 노동 환경 개선 등 우리 사회의 불평등·양극화 해소, 노동문제 해결에 앞장선 개인·단체의 다양한 사례를 널리 알리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격려하기 위해 매년 우분투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분투 노동조합상을 수상한 ‘티머니노동조합’과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를 방문하여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만 챙기기에도 바쁜 세상에, ‘같이 살자’며 손을 잡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2019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사측이 함께 설립한 재단법인입니다. 우분투(UBUNTU)는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남아프리카 반투어입니다. 우리가 서로 얽혀 있음을 확인하는 인사로 쓰입니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한 소외와 차별에 대응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처우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조 설립 3년 만에 고용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든 티머니노동조합의 정기철 위원장. ⓒ 이혜원
노조 설립 3년 만에 고용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든 티머니노동조합의 정기철 위원장. ⓒ 이혜원

“비정규직 고용 차별이 제도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우리 노동자들 마음에도 굳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자들부터 차별 없는 세상으로 변화하는 데 더 매진하겠습니다.”

제2회 우분투 노동조합상을 수상한 정기철 티머니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6월 23일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소감이다.

티머니노동조합은 2018년 1월 설립된 조직으로, 조합원 200여 명이 노조 설립 3년 만에 고용 차별 없는 일터로의 전환을 실현했다. 시상식 이후 한 달이 지난 7월 말, 노조 사무실에서 정기철 위원장을 만났다.

업무 구분으로 비-정규직간 신분의 벽 생겨… 노조 가입 벽부터 허물기
첫 단체협약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우선, 비정규직 차별 단절

“제 나이가 40대 중반인데, 제가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계약직이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정규직이 하는 일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이 구분되기 시작했어요. 업무상의 차별이 당연해졌죠. ‘이런 허드레 업무는 대졸 공채 정규직이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식으로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신분이 되고,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티머니노동조합은 설립 당시 ‘차별 없는 노동조합 가입’, ‘비정규직 철폐’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모든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조합이 있어도 가입을 망설여요. 회사에 밉보일 거라는 두려움이 있죠. 신생노조가 처음 방향을 잡을 때 이런 문제를 건드린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티머니노동조합은 2018년 8월 첫 단체협약에서 계약직을 포함한 모든 입사직원이 1년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어요. 기존 정규직 노조가 노동조합 가입의 벽을 허물고 가는 게 비정규직 차별해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티머니는 노동조합 설립 이전엔 전체 노동자의 8% 정도가 비정규직이었으며 파견직과 계약직을 수시로 채용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불안정 고용은 기업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생각이다.

“대게 기업이 1, 2년 단위로 계약직을 채용하고 계약이 끝나면 내보내는 구조가 반복되잖아요. 티머니노동조합은 이 구조가 안정적인 경영을 방해하는 건 물론, 바람직한 업무 구조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단체협약을 통해서 1년 넘게 상시 업무를 하면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요구했죠. 단협으로 근거를 만들어 차별 채용은 없다고 합의하는 게 중요하고,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것들은 단호하게 단절해야 합니다.”

‘비정규직없는세상’, 모두가 동의하지 않아 노조가 중심 잡아야 하는 이유
거시적안목으로 비정규직문제 바라봐야… ‘우리 모두가 안전한’ 구조 변화 마련

티머니노동조합이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위해 3년간 공들인 결과, 사업장 내 비정규직은 실질적으로 폐지되었다. 티머니노동조합은 1년 이상 일한 노동자를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추천하고, 경력직 채용 절차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이에 대해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회사를 설득하는 것보다 같은 노동자를 설득하는 게 더 어려워요. 오랜 관행이고 업무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반발이 있었죠. 정규직 노동자의 복지 확대 요구가 컸어요. 하지만 짧게 볼 게 아니라고 설득했어요. 비정규직 고용 차별을 없애는 게 정규직 입장에서 당장 손해라고 단순화하기 쉽지만, 저는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봐요. 지금은 아니더라도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위험은 늘 산재하죠. 누구나 언제든 고용불안에 놓일 수 있다는 인식을 해나가야 하는데, 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티머니노동조합 사무실 한쪽에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고 적힌 노란 피켓이 붙어있다. 2019년 민주노총 공공 비정규 노동자 총파업·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당시 사용된 피켓이다. 정 위원장은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피켓을 붙여두었다고 이야기했다.

흔들림 없이 정진하기 위해 붙여놓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손피켓과 우분투 노동조합상. ⓒ 이혜원
흔들림 없이 정진하기 위해 붙여놓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 손피켓과 우분투 노동조합상. ⓒ 이혜원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는 구호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에요. 회사는 항상 어렵고, 과거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부분이 있습니다. 비정규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회사뿐 아니라 조합원들 입에서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노동조합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합니다.”

‘다 함께, 더 나은’…티머니노동조합의 꿈

정기철 위원장은 3년 임기를 마친 후 연임하게 되었다. 인터뷰 말미, 티머니노동조합의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함께’, ‘더불어’, ‘더 나은’… 이런 기조와 가치가 노동조합의 근본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동료나 일터 등에 대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지면 좋겠어요. 1~2% 임금 인상도 보람차지만,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티머니노동조합의 공식 슬로건은 ‘다 함께, 더 나은’이다. 끝으로 정기철 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스스로 고민하고 바뀌지 않으면 차별을 극복할 수 없고, 기존 이익과 기득권 지키는 데에만 급급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노동운동의 한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진행·사진/이혜원 사무금융우분투재단 팀장
정리/김푸른 사무금융우분투재단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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