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N비정규직지부, 한화생명지회, 파리바게뜨지회, 성북CCTV지회 농성장 방문
“사측 입안의 혀처럼 굴던 ‘근로자’는 이제 없어 ···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 찾겠다”

비정규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서 겪는 부조리를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 조연주 기자

비정규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서 겪는 부조리를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사람답게 살겠다는 노동자의 결의가 서울 곳곳에서 모아졌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한 민주노총 간접고용-특수고용노동자 순회투쟁의 첫 날이 밝았다. 민주노총 간고-특고 비정규직 철폐 순회 투쟁단은 1일 서울순회를 시작으로 4일까지 전북,부산·울산,세종충남지역 순으로 현장을 순회할 예정이다.

투쟁단은 첫 날 국회 앞 희망연대노조 HCN비정규직지부 농성장으로 집결한 뒤 희망연대노조 투쟁지지 필리버스터 및 국회 일대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후 63빌딩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농성장에서 집회를 열고, 이후 한남동 화섬식품연맹 파리바게트지회 농성장에서 선전전을 펼쳤다.

투쟁단의 마지막 일정은 성북구청에서 마무리됐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 서울본부 성북CCTV지회의 농성투쟁 현장을 찾은 투쟁단은 정규직전환 촉구 퇴근집회를 전개했다.

희망연대노조 함께살자HCN비정규직지부(지부장 강지남)는 원청인 KT스카이라이프와의 대화와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55일째 농성중이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지회장 김태은)는 설계사노조 인정과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244일째 농성중이다.

한남동 SPC 패션파이브 건물 앞에서는 사측의 조직적인 민주노조파괴에 항의하고, 사회적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지회장 임종린)가 124일째 농성중이다. 성북구청 앞에서는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성북CCTV지회가 농성 천막을 펼친지 50일이 지났다. 이들 지회는 3600대에 육박하는 성북구청 CCTV 관리통제 업무를 365일 24시간동안 13명이 나눠 담당하는 것에 항의하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정부 정책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간고·특고 공동 순회투쟁이 1일 서울에서 시작했다.  ⓒ 조연주 기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간고·특고 공동 순회투쟁이 1일 서울에서 시작했다.  ⓒ 조연주 기자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순회 일정을 돌며 “대선도 진행되고, 여러 정책들이 나오지만 진짜 사장을 찾지 못한 노동자들, 노동자라고 불리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논의는 없다시피하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당사자가 되어 이 사회의 제도와 정책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110만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 또한 간고-특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어떻게 조직적 과제로 받아안고, 이들의 투쟁을 어떻게 엄호하고 지원할 체계를 갖출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간고-특고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사업을 민주노총 중심에 배치하고, 핵심과제로 삼기 위해서 순회를 결정했다. 현장 투쟁의 내용을 확인하고 절박함 모아 핵심과제로 상정돼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지원할수 잇는 틀을 만드는 것이 이번 순회의 과제다. 이것은 산별을 뛰어넘은 간고-특고 노동자들이 공통투쟁 전선이다. 우리는 4일동안 전국순회를 다니고 노동부에서 결의대회를 할 것이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와 의지 다시 확인하고, 노동 현장에서 가장 아프게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나가자”고 결의했다.

일하는 사업장은 달라도 ···.

일하는 사업장이 달라도, 산별이 달라도,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의 말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철폐’는 오직 스스로가 강하게 연대할 때, 힘을 합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김태은 한화생명 지회장 ⓒ 조연주 기자

“사측 입안의 혀처럼 굴었던 설계사 수백 명이 응집해 이곳(63빌딩)에 모였을 때, 남자경찰 대 여성노동자가 대치했다. 경찰들은 너희 여자들이 뭘 할 수 있겠냐고 눈빛으로 비웃고 있었다. 그 눈빛이 내 인생을 바꿨다. 요즘은 사람이 되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전까지 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였던 것 같다. 이 투쟁은 더 이상 수당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노동자고, 저들은 그걸 인정해야 할 것이다.”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

 

김현중 성북CCTV지회장 ⓒ 조연주 기자

“순진했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준다고 하길래, 기다리면 해줄줄 알았다. 왜 정부 정책에 따르지 않냐고 물으니까 ‘선례’가 없어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사측(성북구청)은 우릴 4년에 걸쳐 3명씩 시간제 공무원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가 정규직이 되면 근무가 태만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노동관이 1980년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노조를 만드니 사측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때 알았다.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뭉치는 방법 밖엔 없다.” (김현중 성북CCTV지회장)

 

강기남 HCN지부장 ⓒ 조연주 기자

“비정규직의 ‘비’는 ‘아닐 비(非)’자다 말그대로 정규직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저들은 우리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 우리는 사람이다. 회사를 발전하고 일으킨 사람들이다. 그런데 회사가 인수되면서 고용보장을 요구했더니,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 하더라, 그래서 민주노조 깃발을 세웠다. 끝까지 투쟁해서 사람답게 살겠다.” (강기남 HCN지부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투쟁을 반드시 우리의 힘으로 승리해야겠다는 결의를 모은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과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갖고 순회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마음으로 같이 움직인다면 앞날을 밝다. 문재인 정권은 비정규직 제로를 얘기했지만 그 다음 대선을 앞둔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거리 투쟁하고 있다”고 한 뒤 “위험 사회의 핵심은 불평등 비정규직의 문제다. 불안정한 노동, 저임금 노동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 언제든지 떨어져죽어도 끼어죽어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걸음도 나아갈수 없다. 이 투쟁의 승리를 위해 마음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날 순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건설연맹,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대리운전노조, 서울본부가 함께 했다.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간고·특고 공동 순회투쟁이 1일 서울에서 시작했다.  ⓒ 조연주 기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간고·특고 공동 순회투쟁이 1일 서울에서 시작했다.  ⓒ 조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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