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후보가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경제활동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정규직이제그만이 지적하고 나섰다.

‘비정규직이제그만1100만비정규직공동투쟁’(비정규직이제그만)이 대선후보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답변 분석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17일 11시 민주노총 15층에서 열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2주 전 20대 대선후보 7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기본소득당 오준호, 노동당 사회주의후보 이백윤, 진보당 김재연)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정책을 질의했다.

질의에 대해 이재명·윤석열·안철수 선거캠프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캠프는 유선상으로는 답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답변하지 않았다. 다른 후보 4명은 답변서를 보내왔다. 진보정당 후보 세 명(심상정·이백윤·김재연)은 비정규직 제도를 근본적으로 폐기하는 것에 동의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타파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오준호 후보의 경우에는 비정규직 자체의 축소와 폐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20대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비정규직 노동정책의 부재는 사실상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대한 무시이자 거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엘리트 집단의 질문에는 답했으나, 정작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며,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일갈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무응답은 그간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정책없이 민주노총 공격 등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던 입장의 연장선으로 봤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무관한 정치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도  전했다.

비정규직 정책을 조금이나마 발표한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보낸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것은 공약으로 제시한 비정규직 정책의 실효성만이 아니라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답변거부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후보별 답변을 평가하며, 심상정 후보는 질의에 충실하게 답변했고, 특히 이주노동자, 성차별 및 장애인차별 등 소수자 노동권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백윤 후보는 한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는 비정규직은 없다며 비정규직 제도(파견법 및 기간제법)철폐 투쟁을 사회적 힘이 필요하다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특히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작업중지권, 예외없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힘을 실었다고 덧붙였다.

김재연 후보는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폐지하고 근기법에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 원칙을 명문화하겠다고 답했다. 부득이한 경우에만 ‘일시적 혹은 임시적 사용’으로 사용사유를 구체 명시하는 안을 제안했다. 김 후보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별법 제정도 약속했다.

오준호 후보는 생계급여 이상의 충분한 기본소득지급으로 노동자의 거부권을 부여함으로써,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축소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파견법과 기간제법 폐지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크다며 이행단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핵심요구안 10개와 세부정책 18개를 대선후보들에게 질의했다.

▲상시업무 비정규직 사용금지, 파견법, 기간제법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수고용 플랫폼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법 2조 ‘사용자정의’ 확대 개정 ▲비정규직 중심의 노동정책 폐기가 청년정책의 핵심 ▲5인미만 사업장 노동권 보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개정 ▲코로나19 피해노동자 생계보장 및 모든 해고 금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체류허가 실시 ▲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차별 관행 제도 개선 ▲비정규직 차별 시정 및 특고 단체교섭 이행 불법파견 사용자 엄중처벌과 관련한 세부 정책 18개를 물었다.

입장발표 이후에는 비정규직 10대 요구안 관련 당사자 발언이 진행됐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비정규직 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