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서만 9명째, 사회적 합의 후에도 멈추지 않는 구조적 살인
중대재해기업과 방조하는 정부, 책임지고 사회적 합의 전면 이행과 점검 시행되어야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와 고인의 유족들이 과로사방지대책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와 고인의 유족들이 과로사방지대책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6일 (목) 25번째 택배노동자 과로사가 발생했다. CJ대한통운에서만 9번째 과로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방지 사회적 합의 1년, 시행 후 5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노동현장은 개선되지 않았다.

CJ대한통운 부평 삼산중앙대리점에서 근무하던 고(故) 전민 택배노동자는 14일 새벽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심각한 뇌출혈로 수술 한 번 받지 못한 채 16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3년간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로서 새벽 출근 심야 귀가, 배송은 물론 집하, 분류작업까지 도맡았다. 48세의 한창나이에 대한통운 입사 전 건강했던 고인이기에 과로 외 사망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고인의 근무 기간, 업무시간과 강도를 축소, 조작해 보도하고 올 3월 건강검진 결과를 인용하며 과로사를 부정했다. 또한 장례식장의 유족을 각종 방법으로 압박하면서 유족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묵념으로 회견을 시작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묵념으로 회견을 시작하고 있다.

이에 21일 (화) 11시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와 고인의 유족들이 함께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CJ대한통운의 사회적 합의 즉각 이행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 즉각 마련 ▲유족에게 즉각 사죄 ▲국토부 사회 적합의 이행 점검 시행을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강민욱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간사(전국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는 22일 내일이 사회적 합의 1년째인데도 여전히 과로사 희생자를 추모해야 하는 상황을 통렬히 규탄하며 추모의 묵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CJ대한통운의 분류인력 정시미투입 꼼수와 업무일지 조작을 규탄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CJ대한통운의 분류인력 정시미투입 꼼수와 업무일지 조작을 규탄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 재벌기업을 규탄했다. "사회적 합의를 맺었음에도 올해에만 세 명째 과로사"라며 그 원인으로 과로사 발생 노동 현장의 공통점을 꼽았다. 해당 현장은 "물류 분류인력이 아예 투입되지 않거나, 투입되더라도 정확한 시간을 지키지 않아 택배노동자 과로를 유발하는 곳"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을 과로사 직접 원인으로 규탄했다. 고인이 근무한 현장 역시 물류 운송 레일은 오전 7시부터 작동하나 분류인력은 8시에 투입되어 고인이 새벽 출근해 분류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호 위원장은 "본사는 분류 비용을 대리점에 보냈다고만 하지 말고 분류 인력이 제대로 투입되고 있는지 확인하라"며 원청의 책임회피를 질타했다. 아울러 조작 정황이 분명한 고인의 업무일지, 고인 사망 후 유가족에 대한 입막음 시도를 언급하며 "죽음을 조작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비판했다. "노동조합과 유족은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며 다시는 CJ대한통운에서 택배노동자가 죽지 않게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 이처럼 기업이 사회적합의를 불이행하도록 방치하는 국토부도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택배 현장 중 20%만 운영 정시에 분류인력을 투입, 80% 현장에서 문제가 적발되었는데도 국토부는 사회적 합의가 양호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국토부가 재벌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유족이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사측이 유족에게 행한 은폐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유족이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사측이 유족에게 행한 은폐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어 고인의 부인이 유족 대표로 발언했다.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하던 고인이 애타게 아들 이름을 부르며 화장실에서 쓰러진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이런 사태를 만든 택배노동자의 현실에 깊은 분노를 표했다. 유족은 건강검진 시 노동자가 용차 비용 30만원을 부담해야하는 제도, 하루벌이에 생계가 걸린 임금제도 때문에 고인이 건강관리를 제때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인의 근무지가 용차 접안도 불가능해 물류를 카트로 용차까지 날라야만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음을 성토했다. 책임자인 원청이 "장례식장에 와 제일 먼저 한 말이 노조와 접촉하지 말라였다"며, 장례식장에서 유족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캐물은 점, 1~2천만원의 터무니없는 위로금을 제시한 점, 고인의 사번을 삭제해 정확한 업무 시간을 파악하지 못하게 방해한 점도 비판했다. "누군가의 아들, 남편, 아빠가 얼마나 더 허망한 죽음을 맞아야 겠느냐"며 택배노동자 처우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방향으로의 해결을 촉구했다. 

박석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고인의 죽음은 단순 과로사가 아니라 CJ대한통운에 의한 구조적 타살"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국민이 택배비 추가 비용 지불에 동의하면서 노동자 과로사를 방지하자고 했는데 택배사가 과로사 방지에 써야 할 자금을 갈취하고 있다"며 사측은 유족과 국민 앞에 모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로사 재발 방지 처벌법을 만들지 않고서는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동부의 적극적 수사, 개입을 촉구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연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CJ대한통운과 국토부, 윤석열 정권 공동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연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CJ대한통운과 국토부, 윤석열 정권 공동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계속되는 중대재해사망의 책임이 기업과 국토부, 나아가 윤석열 정권에 있다고 규탄했다. "경영자로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사측, 이러한 사측이 사회적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국토부 둘 다 공범"이라며 국토부에는 사회적합의 특별점검을, 노동부에는 과로사 관련 조사를 촉구했다. 또 "기업과 정부는 한 몸"이라고 공언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며 "대통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손보겠다고 공언하는데 어떤 사장이 중대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사측과 정권이 재발방지에 나서고 현장에서 또다른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서비스연맹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CJ대한통운이 진정한 ESG경영 기업이 되기를 호소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CJ대한통운이 진정한 ESG경영 기업이 되기를 호소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CJ대한통운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했다. "ESG경영의 핵심은 자기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 안전, 건강을 보호하는 것"인데 CJ대한통운 본부 내부 곳곳에는 ESG 경영 구호만 붙어 있지 실천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수많은 택배노동 이슈 중에도 과로사, 과로로 인한 건강훼손은 최우선으로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사측은 노동자와 수시로 책임있는 대화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후 유성욱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이 요구안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대책위와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의 유족에 대한 사과와 응당한 보상, 사회적 합의 전면 이행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과로사재발방지 대책 이행, 사회적합의 이행 점검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과로사재발방지 대책 이행, 사회적합의 이행 점검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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