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 불투명, 관리자 마음대로인 시세이도 평가등급제
경력도 근속도 인정 안 돼... 육아휴가 쓰면 최하등급
저평가자 임금 빼앗아 고평가자에게 주는 악순환, 총파업으로 끊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시세이도지부가 임금교섭 결렬 이후 총파업에 돌입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시세이도지부가 임금교섭 결렬 이후 총파업에 돌입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한국시세이도지부 (이하 시세이도지부)가 23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당일 오전까지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노조가 양보한 안까지도 거부하며 교섭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시세이도지부가 교섭에서 요구한 것은 시세이도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평가등급제 폐지다. 시세이도는 지난 2002년부터 20년째 노동자들을 상대평가로 등급을 매겨 왔다. 저평가자는 임금 인상을 동결하고, 저평가자에게서 삭감된 임금을 고평가자에게 주는 시스템을 유지해온 것이다. 

영업실적이 낮은 지점에 있는 직원은 능력과 상관없이 저평가 받고, 실적 높은 지점 안에서도 직원마다 평가가 갈리는 등 불공평한 평가가 20년간 되풀이 되었다는 게 시세이도지부의 설명이다. 이런 평가등급제를 없애고 공평한 임금테이블을 만들고자 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은 평가등급제 존폐 여부가 경영권에 해당한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박경희 교섭위원이 23일 오전까지 진행된 교섭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박경희 교섭위원이 23일 오전까지 진행된 교섭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에 시세이도지부는 본사 앞에서 임금교섭 승리를 위한 파업대회를 열었다. 교섭테이블에 나섰던 박경희 교섭위원은 교섭 상황을 보고하며 시세이도지부가 총파업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경희 교섭위원은 6개월간 18회에 걸쳐 진행된 교섭에서 내내 한발도 물러나지 않는 사측을 비판했다. "등급제 폐지는 유보하되 구간별 인상률을 노사 간 합의로 결정, 등급간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사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연우 시세이도지부장이 평가등급제의 폐해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김연우 시세이도지부장이 평가등급제의 폐해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고 있다.

김연우 시세이도지부장은 20년간 유지된 평가등급제가 만든 폐해를 알렸다. "백 명의 노동자가 있으면 백 개의 임금테이블이 있는 불투명 평가등급제"가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연우 지부장은 "평가등급제로 저평가자 임금을 빼앗아 고평가자에게 채워주는 동안 회사는 이윤을 착복하는" 구조가 정착되어 있다며 비정상적인 임금제도를 규탄했다. 

또 롯데일산 나스 지점에서 관리자가 벌인 부당노동행위를 상세히 언급하며 노조 단결로 부당노동행위까지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측 관리자는 조합원인 매니저에게 "매장 내팽개치고 파업 참석하겠다면 끝이냐, (신입 직원이) 노조 가입할 걸 알았으면 정규직 안 시켰다, 나 은팔찌 차는 거 보고 싶으면 외부에 발설해라" 등 폭언을 퍼부으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 노조가 사측에 이 사실을 알리자 자신은 경영에 관련한 말만 했다며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떠넘겼다. 

이처럼 비타협적인 사측을 상대로 긴 싸움을 해왔으나 성과도 있었다. 김연우 지부장은 지금까지의 투쟁으로 등급 구간별 인상률 격차를 150%에서 80%까지 줄여왔음을 전하며 "오늘의 총파업이 승리의 길"임을 강조했다. 또 "우리가 벽으로 느꼈던 평가등급제가 사실 벽이 아니라 문이었다"며, 시세이도 조합원의 힘으로 그 문을 뜯어 없애버리자고 외쳤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시세이도지부 파업대회에서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이 시세이도지부 파업대회에서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연대사를 맡은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우리가 이번에 쟁취하려는 건 기본급, 수당 몇 푼이 아니라 평가등급제 폐지, 임금구조 자체를 바꿔내는 것"이라며 투쟁 목표를 강조했다. "누가 더 간절한가, 누가 더 단결하는가에 승부가 달려 있다"며 조합원들이 교섭 결렬에 실망하지 않고 더욱 단결해 승리할 것을 당부했다.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시세이도 사측의 뻔뻔한 태도를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시세이도 사측의 뻔뻔한 태도를 

김소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위원장도 연대사를 통해 시세이도의 만행을 규탄하고 단결을 강조했다. 김소연 위원장은 "노동자 임금과 근로 조건을 명시해놓은 평가등급제는 사실상 취업 규칙"이라며, 이를 경영권이라 주장하는 시세이도 사측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사측의 노동조합 무시, 안이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 롯데일산 나스 지점에서 일어난 부당노동행위라며, 이번 부당노동행위는 노동부에 진정을 넣겠다고 예고했다. 사측의 탄압에도 시세이도지부와 백면노조는 함께 뭉쳐 임금 협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하자고 다짐했다.  

시세이도 각 지점에서 활동 중인 조합원들의 현장 발언과 결의도 이어졌다. 

이소민 부지부장이 평가등급제의 폐해 현장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소민 부지부장이 평가등급제의 폐해 현장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이소민 부지부장(롯데울산 시세이도지점)은 "평가등급제 때문에 새로운 인재를 키워도 타사에 다 뺏기고 있다"며 평가등급제가 인력난까지 만들고 있음을 호소했다. 아울러 육아휴직을 썼다는 이유로 자동으로 최저평가를 받은 사례를 알렸다. "출산이 죄인가. 애사심을 가지고 5년, 10년을 일해도 육아휴직 썼다고 자동으로 최저평가를 받고 임금삭감되는 게 말이 되는가" 규탄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등급제를 유지하겠다며 말도 안되는 교섭을 끌어 가는 사측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호진 부지부장(롯데잠실 시세이도지점)은 "우리는 타사보다 더 많은 월급, 복지를 원하는 게 아니다. 타사와 같은 임금인상률, 타사에는 없는 평가 등급제 폐지를 원하는 것"이라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정서우 부지부장(현대천호 시세이도지점) 역시 "말로만 직원들을 위하는 척, 가족인 척 하는 사측의 만행"을 규탄했다. 평가등급제 앞에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다며 결의를 다졌다. 

김현아 부지부장(롯데평촌 나스지점)과 박가별 조합원(신세계 본점 끌레드뽀보떼)은 조합원의 응원에 큰 힘을 받는다며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다짐했다. 이어 김현아 부지부장이 김인숙 부지부장(롯데일산 나스지점)을 대리해 발언문을 낭독했다. 김인숙 지부장은 발언문을 통해 롯데일산 나스지점에서 벌어진 부당노동행위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로 발언문을 마무리했다.

역시 교섭에 참여했던 최선미 대의원은 파업 대회를 통해 조합원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어 힘을 얻었다며 노래로 대회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최선미 대의원이 노래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최선미 대의원이 노래로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파업 소식을 듣자 제일 먼저 달려온 김성만 민중가수 역시 풍자적인 노래로 사측을 비판하며 시세이도지부의 승리를 기원했다.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들고 있던 막대 풍선을 밟아 터뜨리며 결의를 다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합원 단결로 요구안을 관철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이뤄내자고 다시 한 번 단합하며 파업대회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이 대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대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대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대회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파업 대회 참가자들이 요구안을 담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파업 대회 참가자들이 요구안을 담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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