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으로 건설현장 안전문제 해결해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안성 물류창고 붕괴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반복되는 참사는 방치하는 건설사와 정치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4일, 국회 앞에서 안성 물류창고 붕괴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반복되는 참사는 방치하는 건설사와 정치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하부 지지대가 붕괴돼 3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번 사고가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산재참사와 올해 1월 HDC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와 같이 공사기간을 맞추는데 급급해 무리한 속도전을 치르다 사고가 난 것으로 규정하고, 24일 국회 앞에서 희생당한 건설노동자를 추모하고 반복되는 참사를 방치하는 건설사와 정치권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데크플레이트’공법을 지목했다. 데크플레이트 공법은 거푸집의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물인 동바리 없이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물을 이어붙여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진행하며, 자재비를 경감하고 신속한 시공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은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위험한 것을 알기에 해당 공법의 현장이라 하면 걱정부터 앞세운다. 지난 4월과 7월, 대전광역시의 각각 다른 건설현장에서 데크플레이트 이음부분을 제대로 용접하지 않은 문제로 타설 중인 현장이 내려앉아 총 7명이 추락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 건설안전기술사는 사고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가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 건설안전기술사는 사고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가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함경식 건설노동안전연구원 건설안전기술사는 “이번 참사와 같은 사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데크플레이트 공법은 동바리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창고 건설현장이기에 층고가 6미터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서포트 동바리의 인증제품은 4미터까지다. 5미터가 넘어가면 시스템동바리를 설치하고 그 위에 거푸집이나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임에도 그 공법을 선택하지 않고, 동바리 없이 데크플레이트를 설치한 것이 문제라고 본다”면서 사고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이번 사고 현장도 면적과 높이상 안전을 위해 시스템동바리를 설치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또한 함 기술사는 “지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도 이번사고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동바리가 법적 시방서상으로 28일을 받쳐놔야 함에도 15일 만에 해체해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상층을 반복적으로 타설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반복이 현장 건설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에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회가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정환길 경기도건설지부 형틀목수 조합원은 "동절기 전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한 것"이라고 이번 사고의 원인을 말했다.
정환길 경기도건설지부 형틀목수 조합원은 "동절기 전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한 것"이라고 이번 사고의 원인을 말했다.

이번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살펴본 정환길 경기도건설지부 형틀목수 조합원은 현장증언을 통해 “사고 현장에 달려갔을 때는 이미 두 분이 사망한 상황이었다. 가족들을 만났는데 차마 위로의 말도 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참사의 현장을 말했다. 그는 “건설사들이 동절기에 접어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마쳐야 금전적인 이득이 발생하기에 건설노동자들의 안전은 거의 무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탁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펌프카 지회장은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대해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만 있을 뿐 노동자의 안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종탁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펌프카 지회장은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대해 "공사비 절감과 공기단축만 있을 뿐 노동자의 안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참여하는 펌프카 조종사인 한종탁 서울경기북부건설기계지부 펌프카 지회장은 “이번 사고를 보면서 제작사에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대해 질의를 하니, 제작사에서는 신개념건설공법으로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 안전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오로지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만있고, 제작사가 설명하는 안전에 탁월하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데크플레이트 공법 현장은 동바리가 군데군데 하나씩만 있고, 타설작업을 하면 구름위를 걷는 것처럼 출렁출렁해 노동자들이 항상 불안해 한다”면서 “공사비 단축과 공기간축이라는 말이 제일 두렵다. 이로 인해 안전이 무시당하는 것은 더 이상은 안된다”고 밝혔다.

민선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타설노동자는 건설노동자들이 안전한 공법과 안전한 자재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선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타설노동자는 건설노동자들이 안전한 공법과 안전한 자재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하는 민선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타설노동자는 “수많은 사고를 겼어봤지만 사고 원인 중 90%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인해 발생됐다”고 밝혔다. 민 타설노동자는 “층고가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하부에 안전조치하나 이뤄지지 않은 위험한 공법이다. 타설노동자들이 타설높이를 조금만 높여도 처짐현상과 추락사고로 연결된다”면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공법 때문에 왜 노동자들이 사망해야 하는가”라며 안전한 공법과 안전한 자재로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매년 600명씩 죽어나가는 건설참사 예방을 위해 특검을 해야한다"며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을 통과시키는데 정치권이 해야할 일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매년 600명씩 죽어나가는 건설참사 예방을 위해 특검을 해야한다"며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을 통과시키는데 정치권이 해야할 일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이천 한익스프레이스 물류창고 산재사고 이후 정부와 국회가 건설안전특별법이라는 대책을 세웠다. 올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후에도 양당은 건설안전특별법을 당론으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논의조차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권을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통해 매년 600명씩 죽어나가는 건설참사 예방을 위해 특검을 해야한다”면서 건설현장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안전을 위해 발의된 법을 통과시키는데 정치권이 해야할 일에 나설 것을 말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안성 물류창고 붕괴참사를 제2의 현대산업개발 광주참사로 보고,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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