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일 만에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설치'
고등학생 참사 생존자, 결국 숨진 채 발견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녹사평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희생자들의 사진을 걸기 위해 모였다. 폴리스라인 너머에서는 ‘신자유연대’라는 보수성향 단체의 집회가 이어졌고, 이들은 유족을 향해 “정치 선동 물러가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14일, 녹사평역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오전 11시경부터 만들기 시작한 분향소는 한파로 제작이 지체되면서 오후 5시쯤에야 마무리됐다. 

이번 시민 분향소는 기존 구청이 만든 분향소나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분향소와는 달리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로 명명됐고 98명의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2차성 가해를 우려한 몇몇 유족은 희생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름과 사진이 모두 공개된 희생자는 76명, 이름만 공개된 희생자는 17명이었다. 현장에서는 유가족들의 오열과 자식을 돌려달라는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유족은 연신 희생자의 사진을 만질 뿐이었고, 걸었던 사진을 다시 품에 끌어안으며 쉽게 보내지 못했다. 소리치고 발을 구르는 유족을 누구도 쉽게 진정시키거나 위로할 수 없었다.

30여 분 정도가 지난 뒤 어렵게 마이크를 잡은 한 유가족은 “분향소에 걸린 158명의 눈동자를 똑똑히 보라”며 정부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진실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소리쳤다.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10.29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자리에 함께해준 자원봉사자와 언론, 시민단체들에게 감사하다” 전하며 “처음부터 정부가 유가족들을 모아 슬픔을 함께 해줬으면 더 좋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이번 분향소에 많은 시민이 함께 자리해서 마음 함께 해달라” 부탁했다.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 씨는 정부를 향해 16일까지 대통령에게 진정된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조미은 씨는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 당신들은 사람이 맞냐”며 “어찌하여 유가족들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이냐” 일갈했다. 또한, “49일이 되는 16일까지 대통령은 진정된 사과를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용서를 받을 기회는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유족의 오열 뒤로, 경찰의 폴리스라인 너머에서는 보수단체의 막말도 들렸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이들은 유족을 향해 “뭘 더 해달란 것이냐”며 “5번이나 사과했으면 됐다. 선동하지 말고 물러나라” 말하기도 했다. 분향소 앞에는 ‘윤석열 잘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13일 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은 참사 당시 40분 넘게 깔려있다가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됐지만, 가장 친했던 친구 두 명을 눈앞에서 잃었다. 이후 학생은 병원 상담을 받으며 일상으로 돌아오려 노력했지만, 결국 부모에게 미안하단 영상만 남긴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참사 당시 가슴을 쓸어내렸던 부모는 다시 한번 고통을 마주했다.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가 인터넷에 올라온 친구들을 모욕하는 2차 가해성 댓글에 화를 많이 냈었다”고 밝혔다. 또한, "터놓고 이야기 할 친구를 잃은 상실감이 컸던 것 같다"며 “다섯 차례 정부의 심리지원을 받았지만, 횟수와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분향소는 10.29참사 청년추모행동을 비롯한 청년단체와 이태원시민대책위원회가 함께 만들었다. 지자체는 14일부터 기한 없이 분향소를 운영할 것이라 밝혔지만 청년추모행동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혹시 모를 2차 가해를 대비해 돌아가며 24시간 동안 현장을 지키기로 했다.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14일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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