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 대국민 호소문 발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즉각 중단 등 3가지 사항 요청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늦은 시간에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늦은 시간에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 김준 기자

이태원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도넘은 혐오발언과 폭력을 멈추라는 각계 종교인들의 간절한 호소가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 4개 종단 종교인들이 21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들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즉각 중단할 것 등을 요청한 것이다.

종교인들은 호소문을 통해 “희생자를 향한 입에도 담기 힘든 무차별적인 혐오, 비하, 모욕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어느 희생자의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언급했다.

이들은 “성경은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야고보서 3:6)’고 준엄하게 꾸짖고 있다”며 “손을 맞잡고 함께 울어도 간장을 도려내는 듯할 아픔이 덜해지지 않을 유가족들에게 오히려 저주를 퍼붓는 그들을 보며 우리는 공동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다시 묻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을 향한 저열한 언어폭력을 바라보며 일어나는 분노와 솟구치는 좌절 속에서도 우리는 고개를 들어 희망을 찾고자한다”고도 했다. 종교인들은 “희생자의 영전에 올려진 이름 없는 국화꽃 한 송이는 그들이 남이 아니라 우리와 한 몸이기에 절로 우러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발현이며, 유가족의 애끓는 절규를 보며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之心)에서 시작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희망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국민들과 정부에게 세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유가족은 우리와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소중한 이웃이자 가족이다. 비하, 질책과 책임 전가 비난과 조롱 등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즉각 멈출 것을 요청한다. 둘째, 2차 가해에 대한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요청한다. 셋째, 정부는 유가족의 사회적 보호를 위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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