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16주기 ‘추모’
단속 피하다 다치고 죽음...“인간사냥 중단하라”
‘불법체류자’ 용어 고집...‘불법 매도’ 멈춰라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동단속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경이주연대가 투쟁을 선포했다. 참가자들은 여수보호소 화재참사 16주기를 추모하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중단·추방반대를 외쳤다. 매일 1인시위와, 매주 금요일 항의규탄집회도 선언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대경이주연대)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대경이주연대)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대경이주연대)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대구·경북지역 민주노총 조합원과, 이주노동자, 인권·시민사회 단체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단속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진 촬영에 유의해 달라는 안내도 있었다. 권리를 주장하는 집회에서조차 얼굴을 드러내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대목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는 약 41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정부는 단지 ‘적법하게 입국한 후, 승인된 기간을 초과하여 체류 중’인 외국인들을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며 범죄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법무부가 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이들에 대한 합동단속을 벌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연대회의)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연대회의)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용어 사용은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도 반한다. 유효한 허가 없이 당사국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지칭하기 위해 비하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지적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공식 문서에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쓰면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을 더욱 공고히 하고있는 실정이다.

대경이주연대는 법무부가 벌이겠다는 합동단속을 ‘인간사냥’이라고 비판한다. 일상을 살고 있는 이들을 덮쳐 수갑을 채우고, 강제로 출국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경찰도 아닌 사복을 입은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을 만나, 하루아침에 쫓겨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연대회의)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연대회의)는 10일, 대구출입국사무소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었다.

단속을 피하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건물에서 추락하고, 두려움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주택 문을 부수는 등 폭력적인 연행에 부상을 입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2007년 2월 11일에는 이렇게 단속된 외국인들을 수감하던 여수의 보호소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도주를 우려해 철장을 열지 않아 10명이 사망하는 참사도 벌어졌다.

대경이주연대는 이러한 점을 짚으면서, 강제단속 중단과 추방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대경이주연대의 면담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매일 약 20-30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해 보호소로 이감시키고 있다. 그 이유로 “정부의 방침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투쟁선포식에서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신분이 불안정한 미등록 이주민의 범죄는 한국인의 범죄 비율보다 낮다. 되려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하는 범죄 피해를 당하는 현실”이라며 “약 40만의 미등록 한국의 산업현장을 떠받치고 있다. 추방이 아니라, 미등록이 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짚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사람이, 시선을 살피면서, 눈치를 봐가며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이 났었다. 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경찰인지, 출입국 직원인지 걱정하면서 사는 게 어디 사람 사는 삶이겠나. 도대체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법은 어디에 있는 건가. 차별이 차별인 줄도 모르고 살았던 세월을 넘어, 연대하고 함께 싸우자”고 힘주어 말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강제단속의 근거로 ‘법질서 확립’을 말하는데, 이는 곽상도 아들이 받은 50억 퇴직금에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사람의 존재를 불법으로 만든 현행법을 개정하고, 오늘도 벌어질 이주노동자 단속을 지금 당장 멈추”라며 “정의당은 노동비자 영주제 도입을 통한 안정적 체류와 기본권 보장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은 “이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불법이라 내몰면서 단속하고 추방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의 정당한 활동을 불법이라 매도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악법은 깨뜨려야 한다. 더 이상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쫓겨나지 않고,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노조할 수 없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본부장은 “지금 대한민국을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검사의 눈으로 보면 여기 있는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일 것이다. 노동조합에 불법은 없느냐며 헤집는 것도, 이주노동자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도 그런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정 집단이 정치를 소유하는 한 국민들에게 민주주의는 없다. 윤석열 정권과 힘을 합쳐 투쟁하자”고 말했다.

임정득 문화노동자가 노래로 연대하고 있다.
임정득 문화노동자가 노래로 연대하고 있다.

투쟁선포식 사이에는 임정득 문화노동자의 노래 공연 연대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오명을 벗고 이웃으로, 노동자로, 사람으로 살수 있는 날까지 함께 투쟁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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