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으로 설립된 어용노조...‘노사협의회가 노조로 둔갑’
10일, 분회설치...주체에 대한 전보발령 등 탄압과 회유
체불 통상임금을 시작으로 노동권 보장의 문을 열자!
권리 찾는 노동자들,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섰다!

대성하이텍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의 깃발을 들었다. 작년 9월부터 어용노조에 맞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린 결과다. 지난 2월 10일에는 분회설치 총회도 마쳤다. 17일에는 조합원 및 직원을 대상으로 한 현안설명회를 진행했다. 현재 분회는 통상임금 체불건에 대한 대응과 조합원 확대 사업을 힘차게 벌이고 있다.

대성하이텍 본사는 대구 달성군 현풍 테크노폴리스에 소재해 있다.
대성하이텍 본사는 대구 달성군 현풍 테크노폴리스에 소재해 있다.

대성하이텍은 대구 달성군 현풍 테크노폴리스에 소재한 정밀부품 제조 기업으로 영업소 등 전체 직원은 290여 명이다.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2021년 영업이익은 120억 원이 넘는다. 반면 10년을 일한 노동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통상임금에 산입했어야 할 상여금과 각종 수당들이 기본급을 기준으로 지급돼 상당한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대성하이텍의 기업노조(어용노조)는 2022년 9월 13일 설립됐다. 코스닥 상장 이후,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측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경영지원실은 노사협의회를 노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공지한 뒤, 사원들의 서명을 일방적으로 받았다. 부서장을 시켜 팀원들을 집합시킨 뒤, 싸인하라는 식이었다. 노동조합 가입서라는 안내도, 제대로 된 소통도 없었다.

이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 있어서도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9월 말 체결을 끝마치고 두어달이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내용은 취업규칙을 고스란히 따를 뿐이었고 노동조합 사무실의 문은 수시로 걸어 잠궈, 조합원이 드나들 수 없게 했다.

이 가운데 어용노조의 조합비는 월에 1,000원 수준인데, 사측은 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에게 ‘조합원 복리후생비’의 명목으로 2만원 가량을 매달 입금해주었다. 사실상 자주적인 운영은 불가능한 조건이고, 법상으로도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금속노조 대구지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금속노조 대구지부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현재 분회장이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렸고, 상담을 거쳐 2월 9~10일 양일 간 노조가입을 본격 시작했다. 그러자 사측 회장이 10일, 분회장에 대한 면담을 3시간 이상 진행하며 회유와 협박을 벌였다. 이에 넘어가지 않자, 2월 13일에는 핵심주체(분회장/부분회장) 2인에 대해 서울, 부산 영업소로의 부당 전보발령을 내렸다가 하루 뒤 취소하기도 했다.

민주노조에서 체불임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돌자, 기업노조 측에서도 미지급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과문자’를 발송했다.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한 전형적 수법이다. 이전의 복수(어용)노조 사업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단 직원들을 달래 민주노조의 성장을 막은 뒤, 이후 어용노조와 처음 요구 수준보다 훨씬 낮은 합의를 해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불임금의 절반 가량만을 지급한 뒤 “원래라면 못받을 돈을 받게 된게 아니냐”는 식으로 입을 막는다. 이후 어용노조가 통상임금에서 상여금과 근속수당, 격지수당 등을 빼버리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판례가 있긴 하지만, 재판을 통해 승소하는 과정이 길고 지난한데다, 어용노조 집행부의 의지가 강할 리도 만무하다.

이에 대해 최일영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지회장은 “통상임금 문제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싸움이다. 단순히 ‘체불임금을 받아낸다’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과 노동권이 상승하는 시작이다. 민주노조가 없는 지금은 회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열매를 노동자들은 나눠 갖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단결해야 하는 이유”라고 짚는다.

 

금속노조 단위사업장 대표자들이 대성하이텍 노동자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금속노조 단위사업장 대표자들이 대성하이텍 노동자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2월 17일, 대성하이텍 인근 식당에서 진행된 총회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겪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눴다. 다른 금속노조 단위사업장의 대표자들도 참석해 분회의 설치와 성장을 축하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불이익을 시사하는 사측의 회유와 협박을 이미 뚫고 지나왔다”며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 단결된 노동자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성하이텍 회장의 경우 분회장을 상대로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한달의 유급휴가와 여행비 지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도균 분회장은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건네받은 것은 언제고 빼앗기기 마련이지만, 우리가 쟁취한 것은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도균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대성하이텍분회 분회장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도균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대성하이텍분회 분회장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총회 자리에서 김도균 분회장은 “같이 일을 하면서도 이야기 나누지 못한 분이 있었는데, 노동조합 하면서 여러분들과 대화도 하게 됐다. 물론 노조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앞, 뒤에서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을 보니 울컥하는 마음도 든다. 남은 골인 지점까지 가기 위해 열심히 다닐테니, 저와 함께 걸어주시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와 대성하이텍분회는 기업노조가 사측의 노골적인 지배개입을 통해 설립된 어용노조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이 경우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닌 것으로 본다. 아울러 통상임금 체불(근속수당/교통비/상여금)건을 쟁점으로, 조합가입과 소송인단 모집도 진행할 계획이다.

 

대성하이텍 본사 앞에 금속노조 가입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게첩돼 있다.
대성하이텍 본사 앞에 금속노조 가입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게첩돼 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은 미조직 전략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세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전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조직된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지역본부의 경우 현풍과 구지 등 공단지역의 노동자들을 찾아가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등의 목표로 2023년 사업을 벌여가고자 한다.

대성하이텍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린 것처럼, 지금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찾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2022년 24개 사업장, 총 3,873명의 조합원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민주노총은 노조법2·3조 개정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으로 나아가는 투쟁을 앞장서 벌여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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