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 외촉법 개정 국회토론회 ··· “정리해고 사용자 책임 범위 확장, 요건·절차 강화해야”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법을 개정해 한국 노동자 보호 수준 전반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과 3월 14일 오후 국회에서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방안을 모색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주민 의원은 토론회를 열며 “한국와이퍼 사태를 단순히 하나의 사례로 보지 말고, 이런 일을 막기 위한 시범 사례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본까지 찾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윤미 한국와이퍼분회장은 “지난 1월 30일 법원이 한국와이퍼분회가 신청한 해고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라면서 “청산에 관한 노조 합의권을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해 의미가 크다”라고 알렸다. 법원은 청산 시 노조와 합의를 요구하는 단체협약 조항이 있다면 사측은 노조와 합의 없이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금속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한국와이퍼는 법원 판결 이후 ‘해고는 보류하겠으나 청산절차는 강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최윤미 분회장은 “한국와이퍼 청산에 의한 대량해고는 외투자본 문제, 2차 하청노동 문제, 노조 탄압 문제, 여성노동 문제 등 한국 자본의 구조 모순을 집약해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 문제 해결 방안 논의가 진일보한 사회구조는 만드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사례발표를 통해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는 모회사인 일본 덴소가 한국와이퍼의 이윤을 이전해 고의적자를 만든 ‘위장폐업’이자 ‘기획청산’이라고 규정했다. 한국와이퍼는 노조와 2021년 10월 고용안정협약을 맺었음에도, 일방청산 후 노동자 복직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노동부가 2021년 10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몇 개월이 지나도록 ‘외투자본이라 처벌이 어렵다는 말’ 이외에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며 규탄했다. 최 분회장은 덴소가 현대차의 용인 아래 불법 대체생산을 자행하면서 노조 와해를 위한 부당노동 행위를 일삼았다고 증언했다.

최윤미 분회장은 “외투자본이 대놓고 한국 노조법을 짓밟는데, 규제할 수 없다면 한국사회 구조의 문제”라며 “이 구조문제로 노동자가 고통받고 부당하게 해고당한다면 국가가 의무를 저버린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3월 14일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를 통해 살펴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방향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제공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3월 14일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를 통해 살펴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방향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제공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퍼분회장이 3월 14일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를 통해 살펴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방향 국회토론회’에서 현장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제공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퍼분회장이 3월 14일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를 통해 살펴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방향 국회토론회’에서 현장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과 세계 제공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를 통해 외투기업 악행 유형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하이디스, 쌍용자동차 등 기술 유출 ▲모기업 고액 배당, 매입비용 과다 지급, 납품 대금 과소 책정 등 국부 유출 ▲이중과세방지 협약 악용 조세 포탈 ▲밸류체인 변동 따른 글로벌 구조조정 ▲사모펀드 중심 단기 실적주의 등이다.

나원준 교수는 한국게이츠, 한국산연, 한국와이퍼 등 사례를 언급하면서 “현행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사용자에게 유리하도록 잔뜩 기울어진 운동장을 외국자본에 더욱더 심하게 기울어진 형태가 되도록 권리관계를 배치하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국내법의 낮은 노동 보호 수준을 외투기업이 악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통상협정 상 내국인 대우 조항 때문에 국내법상 노동권 보호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라며 ▲폐업 시 고용 보호 관련 국내법 조항 강화 ▲외투기업 진짜 사용자 교섭 보장 노조법 개정, 하청 노동자 원청 교섭권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내국인 대우’ 조항은 국제 통상협정 등에서 국내 기업에 적용하지 않는 규제를 외투기업에 적용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다.

장석우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한국와이퍼 사례를 통해 본 외투기업 관련 법제도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발제하며, 현재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으로 발의 중인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안과 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 안을 기존법과 비교·검토했다.

장석우 변호사는 “특정한 조치가 비차별적(내국인/외국인)이고 합리적이면서 일관되고 투명하며, 명확하다면, 해당 조치는 투자조약 위반이 아니어서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라며 “외촉법 개정안 중 김정호 의원, 류호정 의원 대표발의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석우 변호사는 나원준 교수처럼 외국계 자본에 적용하는 ‘핀셋 규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조건을 열거하며 무엇보다 국내법상 노동자 보호 조항을 강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장 변호사는 ▲정리해고 사용자 책임 범위 확장, 요건·절차 강화 ▲고용 영향 큰 회사 폐업·청산 규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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